2014/05-06 : Interviews: 창(創) 세상에 없던 음악을 하는 밴드, 잠비나이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거문고ㆍ해금ㆍ기타ㆍ피리…. 이처럼 ‘익숙한 악기’로 ‘낯선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음악축제들로부터 뜨겁게 환영 받고 있는 한국의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가 그들이다. 2014년 5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잠비나이를 만났다.

이 독특한 조합의 밴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이일우(기타ㆍ피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음악원 동기들이에요. 졸업한 뒤 각자 음악생활을 하다가, 2009년 우연히 어느 공연 뒤풀이에서 만났죠. 각자 졸업 후 이런저런 음악을 하고 지내왔다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린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고 있더라고요.‘ 누가 들어주지도 않는 음악, 계속 해야 할까’라고. 국악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대중과의
소통’에 대한 갈증이었죠. 그 후에 함께 만나서 뜻을 공유하고 지금의 음악을 하기에 이르렀죠.

 


 

잠비나이가 생각하는 잠비나이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이일우`: 전해져 내려오는 소리를 또 다시 전승해야 하는 게 국악이잖아요. 어찌 보면 굉장히 경직된 분야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국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연주하는 것에 대해 국악계의 시선은 정말 따가웠죠. 잠비나이는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국악의 틀을 벗어났어요. 지금은 오히려 ‘국악에 필요했던 일’을 하고 있다는 칭찬과 격려까지 듣고 있죠. 그리고 사실, 국악인들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음악을 더 밝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됨으로써 오히려 음악이 더 고리타분해지는 경향이 다분하죠. 잠비나이는 스스로가 몰입할 수 있는 음악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그래서인지 음악에 ‘솔직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분명 이 솔직한 마음에 공감을 했고, 또 더 공감하게 되겠죠.


잠비나이에 대한 국내와 해외의 반응에 차이가 있나요?


김보미(해금)`: 사실 해외에서는 잠비나이의 음악을 매력적인 음악이라 평가하지만, 국내는 좀 달라요‘. 퓨전’,‘ 국악에서 파생된’ 등등 여러 가지 수식이 붙으면서 ‘신기하고 독특한 음악’이라는 반응이 많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 국악기라는 건 지루하다는 편견을 주지만 해외에서 국악기란 새로운 소리를 내는 악기이니까요. 잠비나이의 곡 중에 유독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심은용(거문고)`: 곡마다 연주하는 방식과 감정, 담긴 생각이 다 달라 무엇을 콕 집어 얘기하기가 어렵네요. <소멸의 시간>의 경우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영향을 받아 만든 곡인데, 일단 연주하는 내내 미쳐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곡이랄까요?
김보미`: <Connection>은 해금으로 단순한 선율을 똑같이 계속 유지하는데, 선율마다 감정을 달리해서 연주하는 맛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선율인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죠.

 

 

심은용`: <나부락>은 강렬한 곡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연주해서인지 연주하는 재미가 독특하죠.
김보미`: <나무의 대화 2>는 연주할 때마다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묘한 느낌이 있어요. 잠비나이의 EP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그땐 다른 악기들을 더 섞어 쓰지 않아서였는지 지금 잠비나이의 음악과 조금 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때의 사운드를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곡의 제목들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이일우`: 거문고ㆍ해금ㆍ피리ㆍ기타… 전부 나무잖아요? 우리가 모여서 연주할 때 마치 나무로 만든 악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짓게 된 제목이 <나무의 대화>.

김보미`: <소멸의 시간>의 경우 무언가 생겨나는 것, 탄생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사라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지은 제목이에요.
이일우`: <손끝에서 손끝으로>의 경우 어릴 적 누군가와 끝내 이어지지 못했던 경험을 토대로 마치 닿을 듯 닿지 않는 손끝 들을 떠올리며 지은 제목이고, <Connection>은 그 손이 마침내 이어지는 느낌을 담아 지은 거예요.

음악을 왜 하세요?


이일우`: 그냥 쭉 해오던 일이라 지금도 하는 것 같아요. 스트레칭 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왜 스트레칭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

 

 

면 달리 할 말이 없지 않을까요?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생각하는 바는 같아요.
김보미`: 포장을 하거나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그냥, 음악 아니면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10년 후 잠비나이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김보미`: 글쎄요, 변함없이 지금처럼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있겠죠. 오히려 그것보다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서야 할까 하는 사소한 고민이 더 돼요. 혹시 살이 쪄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

이일우`: 꿈꾸고 그리는 대로 인생이 펼쳐져요. 전 어릴 적부터 국악을 쭉 했지만, 동시에 록 밴드들의 공연을 보면서 행복해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국악을 바탕으로 한 음악으로 공연을 하나 봐요. 제가 그리는 10년 뒤 저희 모습은, 그저 감상하기 위한 음악을 하는 잠비나이가 아니라, 사람들이 소리쳐 호응해주는 음악을 하는 잠비나이가 되는 거예요.
심은용`: 어느 카드회사에서 개최한 슈퍼콘서트에서 메탈리카라는 밴드를 본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렇게 나이든 밴드의 공연을 보러 모여드나’ 하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그런 무대에 서고 싶어요.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최고라고 평가하나요?

이일우`: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함께 음악을 하기 위해 모였을 때는 그간 배워온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잠비나이의 멤버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시도한다는 점에서 정말 잘 맞습니다.

김보미`: 음악을 하기 위해 꾸린 팀들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와해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뜻이 맞지 않아서, 수입 분배 때문에, 성향이 달라서 등등이죠. 그게 다, 필요에 의해 서로를 만났기 때문이에요. 잠비나이의 경우 서로가 필요해서 거문고 주자를 구하고 해금 주자를 구한 게 아니라, 그저 서로 같은 생각을하다 보니 함께 음악을 하게 된 거죠.


잠비나이의 음악이 다른 곳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요?

영화도 좋고, 광고도 좋고…. 어디에나 녹아들 수 있는 좋은 음악들을 다양하게 만들 생각이에요. <소멸의 시간>이라는 곡이 MBC 월드컵 광고에 쓰이긴 했어요. 잠비나이는 강렬한 음악만을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만약 광고에 쓰인다면 특히 대한항공 광고 음악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공연을 하고 있는데, 다음 주부터 유럽 투어가 예정돼 있어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MBC에서 촬영이 있고요. 이르면 올해에 한국
에서 새 앨범이 발매되고, 해외에서는 내년 3월쯤 발매할 예정이에요. 전 세계 Release죠.(웃음)

 

대중의 입맛에 음악을 맞추길 거부한 잠비나이의 음악은, 오히려 대중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낳았다. 잠비나이를 향했던 따가운 시선들은 이제 뜨거운 열광으로 변해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에 없던 음악을 더 멀리 전할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