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광고계의 가장 큰 이슈는 두 개의 거대한 광고 지주회사, 퍼블리시스(Publicis) 그룹과 옴니콤(Omincom) 그룹의 합병 계획이었다. 또한 2014년 현재, 가장 큰 이슈는 이 두 그룹의 합병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이제 합병이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합병을 계획했던 이유와 합병 계획이 무산된 이유는 비슷하다. 두 그룹 중 어느 쪽도 광고 비즈니스의 본질과는 무관했다. 합병이 이뤄지면 기존에 갖고 있던 일부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합병이 무산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나버리긴 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기업 간 주식 거래에 불과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두 기업의 CEO들 중 어느 누구도 광고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Maurice Levy)는 IT기업 출신이고, 옴니콤의 존 렌(John Wren)은 경영 컨설턴트였다.
필자는 데이비드 오길비ㆍ레오 버넷ㆍ빌 번벅 등의 광고계의 거물들이 살던 시대에 광고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다. 이 시대의 이 거인들은 광고를 (역주: 단순한 제품 소개ㆍ홍보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하면서, 동시에 그 둘을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들은 광고회사를 경영했던 경영인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광고인’이었다.
합병 계획이 그대로 실행됐을 경우 과연 그 합병은 광고 비즈니스를 좀 더 개선된 방향으로 변화 시킬 수 있었을까?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광고회사의 오너들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됐을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합병 계획에 관여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하나의 질문을 과연 자신들에게 해봤을까 궁금하다.
‘광고회사는 규모가 작은 것보다 큰 것이 더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 봤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IT기술이 지배하는 지금의 광고 비즈니스에서 변화에 적응해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소규모 광고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원칙,‘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낫다’
광고회사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 (광고회사)는 지금 광고주가 요구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그러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렇게 작아져 버린 광고 비즈니스 환경에서 큰 규모의 광고회사들이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물론 모든 광고회사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하나의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광고회사들의 답이 ‘아니오’라면 그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 유형의 광고회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한 유형은 현재 광고 비즈니스의 혼란스러움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곳, 다른 한 유형은 여전히 그런 생각만 하고 있거나 혹은 그냥 잘되기만을 기도하는 쪽이다. 즉 후자의 광고회사 유형은 훌륭한 카피를 쓰고 매력적인 TV광고를 만들어서 광고주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노출시킬 적합한 TV 광고 시간대를 잘 구매만 한다면 마술처럼 옛날의 좋은 시절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광고회사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그들이 전체 기업의 어느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지, 또한 광고 비즈니스를 새롭게 혁신함으로써 이익을 얻을지 오히려 손해를 볼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스모 경기 같은 스포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광고 비즈니스에서도 그럴까? 사실상 빅 4 광고그룹들이 혁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야말로 확실한 혁신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광고그룹 (지주회사)인 WPP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2013년, WPP는 54개의 광고회사를 인수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작은 규모였으며, 또한 대부분이 IT기술과 관련된 곳이었다. 작은 규모의 광고회사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WPP의 예를 생각해 보자면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교훈은 광고 미디어는 점점 더 작은 단위의 미디어로 파편화되고 있으며 큰 규모의 광고회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 작은 규모의 광고ㆍ마케팅 대행사들을 인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낫다는 새로운 원칙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현재 가장 많은 광고수익을 올리는 미디어는 구글로서, 2013년 한 해 광고매출로 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600억 달러의 광고매출이 예상된다. 구글이 올리는 매출의 대부분은 작은 단위로 수익을 내는 검색광고에서 나온다. 구글은 한번 노출하는 데 수백만 달러가 필요한 슈퍼볼 광고나 전 세계 동시에 방영되는 월드컵 경기에 방영되는 광고를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
대형 광고회사는 어떻게 하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고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광고를 엄청난 광고비(매체비)를 투여해 단 한 번에 수많은 소비자에게 노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경우 광고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이는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규모의 인터넷 거래에 소요되는 몇 센트 (또는 엔ㆍ원ㆍ페소 등)를 통해 이익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이 작은 광고들은 큰 규모의 광고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이익과 매출을 내지는 못한다.
속도와 민첩성이 규모보다 훨씬 중요하다
광고 비즈니스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광고에 집중하게 된 것은 대부분 인터넷의 발전에 기인한다. 이제 더 이상 광고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적합한 메시지를,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시간대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됐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광고를 낭비 없는 광고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이를 더 이상 광고라고 부르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 <포브스>지에 마케팅과 광고 기사를 기고하는 어비 댄(Avi Dan)의 글을 인용해 보겠다. “문제의 핵심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전통적인 다국적 (글로벌) 광고회사들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비효율적인 기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고, 글로벌화에만 집중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기술발전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광고의 ‘게임의 법칙’은 디지털화로 인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현재 사진 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억 명의 유저가 있지만, 단 45명의 직원들로 사업이 운영된다. 즉 스케일이나 규모는 사업 발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큰 규모는 광고주든 광고회사든 더 이상 좋은 것이 아니며, 규모가 크다고 해서 디지털 마케팅에 대응 능력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다. 또한 광고주에게 더 빨리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속도와 민첩성이 규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변화하고 있는,‘ 광고에서의 게임의 법칙’
이러한 점은 광고계의 몇몇 트렌드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첫째, 아마도 광고비 지출에 있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에서 실행되는 비디오 광고일 것이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이 분야 광고비는 96억 달러로, 2012년 46억 달러 대비 2배 증가했다. 2014년에는 여기에서 50%가 늘어난 총 140억 9,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또 다른 새로운 성장 영역은 ‘프로그램 광고’이다. 광고 검색엔진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광고 노출 시간대를 자동으로 구매해 효율적인 위치에 광고 노출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실행되며, 자동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자동화된 미디어 예약ㆍ구매 시장[장터]’라고 부를 수 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켈로 그ㆍ현대차ㆍ디즈니 등이 이미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셋째, <Advertising Age>에 따르면 퍼블리시스 스타콤(Publicis Starcom)의 미디어 구매 부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약 5억 달러의 광고비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디지털 미디어 광고비이다. 이러한 추세가 북미에서 시작됐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넷째, 미래전문가이자 디지타스(Digitas) LBI 및 레이저피시(Razorfish)의 회장인 리샤드 토바코알라(Rishad Tobaccowala)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광고 시청에 더 적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HBOㆍ넷플릭스ㆍ판도라 및 기타 유료 서비스들이 그러한 것처럼 광고 시청 없이 원하는 프로그램만을 보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디오의 미래는 모든 디바이스와 화면을 초월하는 것인데, 결국 그것들은 모두 인터넷 프로토콜의 문제로 결론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섯째, 소셜네트워킹과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주요 광고회사의 수익은 거의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ㆍ링크드인(LinkedIn)ㆍ인스타그램ㆍ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폭발적으로 중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타깃인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이러한 변화가 훨씬 두드러지고 있다.
베르테르(Vertere) 그룹의 CEO이자 광고 전문가인 팀 핸런(Tim Hanlon)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큰 규모의 광고회사들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거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 것 같고, 그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왔다. 주요 기업의 마케터들은 소셜미디어에서의 마케팅 활동들을 기업의 고유 마케팅 활동 (인하우스)으로 되돌려 놓았다. 왜냐하면 ‘소셜’이라는 공간은 정복해야 할 또 다른 별개의 미디어가 아니고 기존에 있던 HRㆍPRㆍ기업 커뮤니케이션ㆍ위기 커뮤니케이션 등의 활동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미디어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 혹은 광고회사는 이제 자신에 대해 새롭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IT기술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광고회사 혹은 기업은 미래를 소유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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