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e to be different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인 고은 님의 <그 꽃>이라는 유명한 시입니다. 그 자체로도 울림이 있지만, ‘다름’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라갈 때는 정상만 보고 걷기에 주변에 눈 돌릴 틈이없습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을 향하게 되죠. 속도를 내기도하고요. 하지만 내려올 땐 달라집니다. 이미 정상을 지나왔으니, 여유로워집니다. 눈길 또한 내려오는 산길로 향하니 산길에 핀 꽃도 보게 되고 지나가는 다람쥐도 봅니다. 나무 밑에 떨어진 열매도 볼 것이고, 다 같은 빛깔의 같은 꽃이 아닌 것도 알게 되겠지요.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다름’은 바로 내려갈 때의 시선이겠지요. 주변을 관찰하고 관심을 두는 일.
고은 님은 울림이 깊은 시로 ‘다름’을 노래했다면,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은 각자의 ‘다른’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영화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으레 팝콘과 콜라를 들고 극장에 들어 섭니다. 조금 남은 콜라는 빨대로 빨면 큰 소리가 나죠. 영화 볼 때는 그 소리가 우레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팝콘을 씹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때도 있고요. 중요한 장면에서는 작은 소리도 방해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코카콜라는 영화를 볼 때는 ‘조용히 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시작 전 사람들은 제각기 콜라를 들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빨대로 소리 내며 콜라를 빨아올리는 사람, 전화를 하는 사람, 수다를 떠는 사람……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코카콜라는 이들을 몰래 촬영을 했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고, 로비에서 떠들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습니다. 기다리던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하죠. 영화는 로맨틱한 키스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순간, 빨대로 쭈욱~ 콜라를 빨아올리는 소리가 극장 가득 들립니다. 이어서 영화 장면 속에 빨대를 물고 있는 관객의 모습이 등장하죠.
로비에서 기다리던 관객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당사자는 예기치 못한 모습에 웃고 맙니다. 다음은 아주머니도 등장하고, 놀란모습의 여성도 등장합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아저씨도 등장하고요. 저마다 영화에 등장한 자신들의 모습에 재미있어 합니다. 로맨틱한 장면이 코미디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로비에서 찍힌 몰래 카메라가 영화 속에 합성돼 등장한 겁니다. 소음은 남들이 보는 영화의 일부가 되는 것이니, 서로 조용히 예의를 지키자는 메시지도 함께 등장합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메시지입니다. 자신이 영화에 등장했으니 그 장면은 인생의 명장면이 됐겠지요. 더불어 앞으로 극장에서 콜라를 마실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듯합니다.
맥도날드는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합니다
맥도날드는 ‘빅맥 마인드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사람들이 빅맥을 보면 그것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이론입니다. 그들은 먼저 런던 거리로 나갔습니다. 놀러 온 듯한 커플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죠. 순간 그들 사이로 누군가 빅맥이 찍힌 큰 액자를 들고 지나갑니다. 액자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던 커플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줍니다. ‘잘 나왔다’며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건네기도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원래 찍어달라던 커플은 액자 뒤로 숨어서
퇴장하고, 액자를 들고 왔던 커플이 포즈를 취한 겁니다. 옷도 다르고, 헤어스타일·목소리·얼굴도 물론 다릅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이어서인지 달라진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줍니다. 어떤 사람은 두 번이나 사람이 바뀌었는 데도 전혀 모릅니다. 맥도날드는 이게 다 ‘빅맥 효과’라고 단정 짓습니다. 빅맥이 그 사람의 주의를 끌어서 미처 앞의 사람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아서라는 거죠.
‘빅맥 마인드 테스트’는 웹페이지에서도 3단계로 이어집니다. 모두 단순한 게임들입니다. 그림을 한 칸씩 지워나가기, 단락 속에서 F가 몇 개인지 찾아내기, 그림을 여러 장 보여주며 빅맥이 그려진 그림은 몇 개였는지 맞히기. 그들의 결론은 ‘빅맥’을 보는 순간 집중이 안 돼서, 틀렸을 거라는 겁니다.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실험이 흥미롭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사진촬영을 부탁한 커플이 바뀌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요.
빅맥이 아니라 맥도날드 아이디어의 힘인 듯합니다.
모르는 사람과의 키스도 따뜻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동영상이 있습니다. 렌(Wren)의 ‘퍼스트 키스(First Kiss)’라는 동영상입니다. 남녀 혹은 동성 커플이 키스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이들이 이 날 처음 만났다는 거죠. 그것도 키스를하기 위해.
미국의 패션 브랜드 렌은 20명의 사람들을 스튜디오로 불렀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의 록밴드 OK Go의 보컬도 있고, 배우도 있고, 모델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이들이 정말 그 날 처음 만났
다는 겁니다. 렌은 그들에게 서로 키스할 것을 요구했죠. 그 외엔 어떤 연출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0쌍의 커플들은 처음엔 서로 쑥스러워하며 이름을 묻습니다.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눈을 맞추기도 하죠.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며 칭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키스를 하기 시작합니다.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기도 하고, 어떤 커플은 가볍게 키스하기도 합니다. 동성 커플의 키스도 열정적입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첫키스를 끝냅니다. 키스를 끝낸 후의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친해진 듯보입니다. 따뜻한 포옹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에게 기대기도 합니다. 다소 엉뚱한 과제이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동영상은 키스를 한 사람들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으로 올리는 걸가부터 반쯤 베어 문 사과 로고가 그려진 아이폰을 쓰기 시작했지만요. 노키아는 이 점에 착안해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Dare to be Different)’라고 얘기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장소는 학교인 듯합니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천편일률적으로 사과를 제출하죠. 사과를 받아든 무서운 표정의 선생님은 애플 로고처럼 사과를 한입 베어 문 뒤 이내 던져버립니다. 다만 한
아이만은 아무것도 내밀 게 없습니다. 그래서 혼이 납니다. 아이는 시무룩해져 돌아와서는 작은 화분에 물을 줍니다. 화분의 작은 식물은 무럭무럭 자라서 노란 오렌지를 열매 맺습니다. 아이는 그 오렌지를 하나 따서 줄을 서죠.
역시 획일적으로 사과를 바치는 아이들 틈에 껴 드디어 차례가 오고, 자신의 오렌지를 내밉니다. 순간, 선생님은 오렌지 맛을 보게 되고 천국을 본 듯 행복한 얼굴이 되죠. 아이들도 웃음 짓
고, 파인애플·배·바나나 등 각자 다른 과일을 책상에 놓고 행복해합니다. 물론 결론은 동화가 아니라 모두 같은 폰을 쓰지 말고 노키아로 바꾸라는 얘기지만, 애플을 겨냥한 위트와 동화로 끝이 납니다. 옷에 대한 어떤 정보나 메시지도 없이 낯선 이들의 키스를 보여준 3분 30초 길이의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이틀 만에 2천 400백만 뷰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렌은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우회전략을 쓴 거죠. 렌이 만든 영상이라고 잠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영상 어디에도 무슨 브랜드인지, 상품이 뭔지 노출되지 않으니까요. 다만 보는 이들은 알아챌 수 없었지만, 키스를 한 사람들은 모두 렌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노키아는 Dare to be different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인 대부분은 노키아를 썼습니다. 언젠같은 따뜻함이 돋보입니다.
Dare’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달라진다는 건, 남들보다 ‘더 따뜻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더 웃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달라진다’고 하면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지만, 시작부터 엄청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달라지려면 ‘Dare’라는 자세가 필요한 건 확실한 듯합니다. 다른 건 ‘놀라움’보다는 늘‘ 낯섦’을 먼저 보여주니까요.
신 숙 자 | CD | sjshina@hs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