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HSAD CREATIVE POWER : LG전자 MEA C & D(중동-아프리카 LG전자 서비스 센터)POP
2014. 2. 10.“아프리카 딜라이트”
감동적 경험을 창출하는 마케팅 전략은 많은 실무자들에 의해 시도돼왔다. 그러나 알려야 할 내용이 무형의 서비스 브랜드이고, 그 대상이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지닌‘ 중동-아프리카’라는 광대한 지역일 경우 상황은 한 차원 달라진다. 민족마다 국가마다 자신들만의 고유의 문화가 있는 만큼 그것을 어떻게 명확히 정의하고 우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깊은 지역별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Care & Delight’, 무형의 서비스를 알려라
중동-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이슬람 지역의 가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전자에서는 흔히 말하는 AS(애프터서비스)센터 대신‘ 케어 & 딜라이트(Care & Delight, 이하 C & D)’ 서비스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AS에 생소한 현지 소비자들을 감안해‘ 돌봐준다’는 개념을 앞세운 감성마케팅으로 접근한 것이다. 중동 지역 인구 4억 8,000만, 아프리카 10억 등 전세계 인구의 22%가 이 지역에 살고 있으며, 대부호가 많고 과시형 구매성향이 강해 주요 가전제품 수요가 높은 편이다. 특히 부유층 증가율이 아시아권보다 훨씬 가파른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고, 지역 특화제품 개발도 중요한 시장이다. 그에 따른 서비스 마케팅은 현지 맞춤형으로 활발한 CSR 활동까지 겸하고 있는 상황인데, 홍보수단으로는 C & D 버스와 서비스를 간략히 소개한 리플릿 정도뿐이라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 했다.
‘하쿠나 마타타’‘, 걱정거리가 없다’
북부와 남부의 거대한 사막, 동부의 고원 등 다양하고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췄지만 발전이 더딘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C & D라는 LG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문맹률이 높은 아프리카와 남녀 간 규율이 엄격한 중동 국가에서 어떻게 같은 메시지로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주얼로 진행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게.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들의 모습, 자연 친화적인 모습’을 넣어보자는 컨셉트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특성을 살피다 떠오른 문구,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스와힐리어로, 말 그대로 옮기면‘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라이언킹>에서도 사용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문처럼 혹은 격려의 메시지로 흔히 쓰고 있는 문구이다. <라이언킹>에서 어린 사자가 광활하며 역경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갖고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도 왔던 많은 친구들 덕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후 서비스까지 배려하는 LG의 서비스 캠페인. 이를 홍보하기 위해 수많은 지역 조사를 실행한 끝에 해맑은 어린아이들의 미소, 가족,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의 이미지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키비주얼이 탄생했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포스터 작업 하나에도 주의할 점이 수두룩했다. 국가별 인종이 판이하다는 점, 특정 중동 국가의 경우 남녀 함께 혹은 여성 모델만 등장하는 광고물은 제작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인간과 가장 가깝고 친근한 동물인 개의 경우 이슬람에서는 불경스러운 동물로 여겨 배제됐고, 같은 중동 지역이라도 여성들이 입는 아바야(중동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의상으로, 평상시 신체를 가리기 위한 복장으로 사용됨)의 국가별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돼 차후 보정작업을 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애로사항들은 각 지역 법인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자문을 구하고, 현지인들로부터 보완해야 할 요소를 전달받으면서 그들이 선호하는 것들로 대체됐다. 보완해야 할 이미지를 고르기 위해 밤새 몇 천 장의 이미지들을 고르면서 벌겋게 토끼눈이 되어‘ 하쿠나 마타타’라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던 많은 시간들…. 그렇게 국가별 메인 비주얼이 정해지고 각 디자인은 영어·불어·아랍어·포르투갈어 등 4가지 언어로 다시금 새 옷을 입게 되면서 일단락됐다.
디자인·제작·배송까지‘ All in One’으로 달리자
디자인을 끝낸 9종의 POP물(포스터·배너·댕글러·와블러·스티커·텐트카드 등)은 10cm의 작은 스티커부터 2미터의 중형 배너까지 그 크기와 종류도 다양했기에 제작과 배송에 대한 고민도 계속됐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므로 숍 안에 진열할 때를 감안해 내구성이 강한 재질을 골라야 하는 점, 각기 다른 재질과 다양한 사이즈의 제작물들을 30개가 넘는 국가로 어떻게 배송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까지….
프로젝트 초반에는 종류별로 각각의 POP를 넣어 따로 배송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작업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바로‘ 하쿠나 마타타 선물세트!’ 어릴 때 아빠가 사 오시던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기억하는가? 뭐가 들었을지 궁금해 하며 고사리 손으로 주섬주섬 풀어보던 기억을 떠올리며‘ 올 인 원(All in One)’ 박스를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국가에 발송하는 만큼 체계가 부족해 현재까지도 제대로 정렬돼 있지 않은 POP 진열에 골머리를 앓던 광고주도 옳다구나 무릎을 치며 흔쾌히 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C & D POP Creative Pack 1.0 Version’. 2미터 크기의 큰 배송 박스 안에는 갖가지 POP들이 패킹 랩에 쌓여 차곡차곡 정리됐고, POP 설치 가이드가 함께 교부돼 받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숍이지만 좀 더 일괄적인 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밖에도 현지어로의 번역, 제작에 필요한 각종 소재 구입의 한계, 영어권 국가가 아닌 제 3국 언어를 사용하는 담당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제작과 배포를 넘어선 쉽지 않은 난관들도 여럿 있었다. 다행히 지사 직원 중 6개 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있어 아랍어·불어·힌두어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준 덕에 각국 담당자들이 완성된 배송품들을 잘 받아 진열
할 수 있었다(그 직원은 한국인도 아닌 인디언이라는 사실. 두바이지사에서는 모두들 한국 사람이라 생각할 정도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 제작업체, 아프리카 사람과 아라비안 지역 담당자들, 그리고 한국인까지 4개국 국민들이 함께 진행한, 말 그대로 글로벌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지역조사·광고·DM·판매촉진을 위한 PR 등과 같은 전략적 역할을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잘 수행한 덕분에 보다 강력하고 통일된 C & D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가능할 수 있었다.
C & D POP Creative Pack 1.0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100개의 박스 제작을 필두로 디자인과 제작, 배송이 3개월 안에 마무리됐다. 특히 남-서 아프리카·중동·터키·파키스탄에서까지 주문이 쇄도해 약 400개의 C & D POP Creative Pack이 120여 개의 LG 숍에 배포돼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광고주 반응은? 물론‘ 하쿠나 마타타!’
2013년도를 즐겁게 해준 이 프로젝트는 전작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서비스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더 특별한 C & D 2.0 버전을 준비중이다.
한걸음 더‘ 그들 속으로’
한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중동에서의 광고는 모델 선택 문제가 까다로운 편이다. 이슬람권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여성 모델을 메인으로 내세우기 힘들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광고판에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 모델이 등장할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 UAE에서는 모든 옥외광고에 영문과 아랍어가 병기돼야 하기 때문에 멋진 디자인 또한 쉽지 않다.
그 뿐만 아니다. 라마단(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뜻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음식과 음료 섭취나 흡연 등이 모두 금지됨) 기간에는 모든 무슬림 및 공공기관이 오전 근무만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진행 또한 어렵다. 기본적으로 아랍문화에 맞춰 광고를 집행해야 하지만 거주민의 80%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호 또한 놓칠 수 없다. 제작사들은 다수가 인도 업체이고, 현지 아랍인 못지않게 필리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다양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더 깊은 인사이트와 그들만의 문화나 트렌드를 탐색하는 것이 앞으로 두바이지사가 안고 갈 과제일 것이다.
권 은 지 | 두바이지사 디자인센터 차장
eunji.kwon@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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