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2 : 법고창신(法古創新)- “지금 당장은 지더라도, 종국에는 이기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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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고창신(法古創新)

1981년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설립은 광고업계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방송광고 대행사를 승인하는 권한을 통해 비계열사 광고비 비중 30% 이상 등의 자격요건을 갖춘 대행사만 방송광고 대행회사로 승인했다. 희성산업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럭키금성그룹은 종합광고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여 1984년 ‘주식회사 LG애드’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창립과 함께 LG애드는 외부 광고주 유치에 힘썼고, 창립 첫해에 새로나·알파화학·태극당·코코산업 등 5개 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85년에는 에스콰이어제화·태창·안국약품 등을 유치했다. 이러한 외부 광고주 개발은 송근영 당시 본부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외부 광고주 영입팀의 끈질긴 노력의 성과였다. 외부 광고주 영입팀은 86년 유한양행·도투락·나이키를 비롯해 레이디가구·일화·듀라셀 등의 광고주를 영입했고, 1987년 2월 LG애드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대행자격을 인정받았다.
사보 편집실에서는 희성산업 시절부터 2000년 LG애드 부사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외부 광고주 영입의 최전방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송근영 전 LG애드 부사장을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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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애드 재직 시절 외부 광고주 개발을 오랜 기간 전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부 광고주 개발 초창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희성산업에서 LG애드 설립이 준비되기 시작하면서 내가 외부 광고주 개발을 담당하게 됐어요. LG애드가 설립된 이후에는 광고3본부장으로 국내 외부 광고주의 광고를 전담했지요. 현재 어린지구컴퍼니 대표로 있는 김태윤하고 200대 광고주 취합해서 편지 보내고, 단 둘이서 광고주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이후에 강석연·이봉종 등도 합류했고요.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다 보니 처음에는 실적이 좋지 못했어요. 계속 편지 보내고, 찾아가고 하는 게 일이었죠. 그런데 찾아다닌다고 잘 만나나 주나…. 월말에 실적보고대회 때 적어낼 실적이 없는 거예요. 다른 본부는 100%·200% 달성했다고 보고하는데, 우린 30% 그랬거든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봉종이라는 친구는 보고대회 날만 되면 과민성 장염으로 참석 못하겠다고 전화 오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결실이 보이기 시작한 건 1986년도 즈음이었죠. 광고주 개발 시작한 지 한 2년 지나니까 큰 광고주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태창·안국약품·유한양행이 그때쯤 들어왔어요. 조금 더 있다가 나이키하고 일화가 들어왔는데, 그 당시 몇 십억씩 하던 광고주들이었죠. 사실 회사에서 많이 기다려준 셈이에요. 그렇게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자 순풍에 돛을 단 격이 됐죠. 정말 프레젠테이션만 했다 하면 수주하기 시작했어요. 프레젠테이션 결과 발표되는 날은 무조건 회식이었는데, 신촌 어느 카페에 세 놓고 신나게 놀던 기억도 나요. 그런 게 추억이지 뭐…. 그때는 프레젠테이션 10번 하면 9번은 거의 다 됐고, 될 거 같으니까 더더욱 자신 있게 하곤 했어요.”

 

그 당시 미원을 영입하는 데 성공한 것은 LG애드 초창기 큰 사건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미원 같은 경우 당시 연합광고 주주사 중 하나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원형 지금 호남대 교수하고 프레젠테이션 준비하면서도 사실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죠. 우리는 ‘경쟁사들이 안 하는 새로운 걸 하자’는 전략으로 임했어요. 그때 업계에서 최초로 프레젠테이션때 인터뷰 영상을 틀은 거예요. 시장 상인들, 대리점주들, 시민들 반응을 극비리에 인터뷰해서 생생한 영상으로 담아낸 거죠. 미원의 문제점, 안 좋은 점만 인터뷰해서 적나라하게 담아냈어요. 미원 측에서는 신입사원들 불러 놓고 신입사원들이 결정하는 곳으로 대행을 맡기겠다고 한 상황이었고….
프레젠테이션때 미원 측에서는 기대도 안 했던 영상 인터뷰에 우선 놀랐는데, 떡 하니 자기네 회사에 대한 안 좋은 말만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큰 강당이었는데 뒷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일어나고 난리가 났죠. 오히려 집중이 확 되는 거예요. 그 다음에 문제점 해결을 위한 우리의 진단을 제시하는데 미원 측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미원에서 당시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촬영해 신입사원 교육자료로도 썼다고 들었어요. 어느 누구도 연합광고가 미원을 놓칠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텐데, 그때 이후로 다른 대행사에서도 프레젠테이션에 비디오 인터뷰가 등장했죠. 그렇게 미원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경쟁 대행사들이 LG애드를 견제하기 시작하더군요.”

광고주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전략도 차별화되고, 크리에이티브도 뛰어나야 할텐데요, 수많은 외부 광고주 개발 경험으로 볼 때 그 외에 광고주 영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쌍용자동차의 경우 80년대 후반인가에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했는데, 안 됐어요. 프레젠테이션과 관계없는 이유로 다른 대행사로 넘어간 겁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쌍용자동차에서 LG애드에 대해서 엄청 좋은 인상을 갖게 됐어요. 이전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다는 거죠. 그러다가 대행하던 광고회사하고 문제가 생겼는데, 쌍용자동차 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고 하더군요. 몇 년 전 프레젠테이션했던 LG애드 불러서 그냥 대행 맡기라고. LG애드하고 일해 보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나 봐요. 프레젠테이션도 안 하고 영입했지만, 역설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HS애드하고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 대행사하고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프레젠테이션 스킬이든 전략이든 크리에이티브든 단 하나라도 광고주를 감동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잡자라’는 생각이 많은 성공을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어요. 기아자동차도 연합광고의 광고주였는데, 우리 프레젠테이션을 받아보고 한번 맡겨보고 싶어서 세피아 2차 광고는 우리한테 맡겼죠. 하나 더 말하자면, 지금 당장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떨어진 광고주 관리를 잘 해야 해요.
두 번 떨어뜨리면 세 번은 못 떨어뜨리고 그런 거예요. 지금 당장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안국약품은 우리 광고주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직접 찾아와서 대행 중지통보를 하는 거예요. 내가 그 날 그 사장을 청계천 6가에 있는 민어집에 모셔갔어요. 호텔에 좋은 음식집도 많은데 왜 청계천인가 했겠죠. 내가 일부러 데려간 겁니다. 그 집은 예약을 하면 그날은 그 한 팀만 받아서 부부가 직접 나와 극진히 서비스하는 거예요. 민어가 또 고급요리고. 그 사장이 약간 섭섭한 상태에서 식당에 도착했는데, 딱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인상이 펴지는 거예요. 얼마나 감격했는지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꽤나 실망했었는데, 반전이 큰 거였죠. ‘곧 다시 대행 맡기겠습니다’ 그러더군요. 그리고 1~2년 있다가 다시 LG애드에 대행을 맡겼어요. 광고주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도 생기고는 할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한 해 50억 정도 쓰는 광고주가 있었는데, 모 대행사가 오전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우리는 2시에 잡혀있었어요. 그 광고주하고 오랫동안 일한 광고회사라고 하는데, 오전 타임 프레젠테이션 끝나고 사장이 식사를 가더니 안 들어오는 거예요. 2시 프레젠테이션이라서 우린 점심도 못 먹고 기다렸죠. 전날 밤도 꼬박 샜는데…. 한 4시쯤 얼굴이 붉게 변해서 들어온 걸 보니 반주를 오래한 것 같았어요. 오전에 프레젠테이션한 회사하고 식사를 한 듯한 눈치였죠. 우리 측 ‘셀돌이’가 당시 신입사원이었는데,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나서는 거예요. “아무리 사장님이시더라도 약속 시간에 2시간씩이나 늦게 들어오신 것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없는 건 실례이지 않습니까”라고. 가뜩이나 술을 마신데다가 당황해서 얼굴이 더 붉어지더라고요. ‘어차피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도 당황했고, 그쪽도 당황했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이런 일 처음 당하셨죠. 저도 처음 당했습니다. 광고를 줘도 좋고 안 줘도 좋은데, 얼마나 열성적으로 했으면 이런 말이 나오겠습니까?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그냥 철수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쪽 사장이 ‘제안이 있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광고를 드리겠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저 직원을 저희 담당 AE로 써주십시오. 저런 패기라면 저희 광고를 잘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대행하게 됐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웃음)”

 

은퇴 이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은퇴하는 날 플루트를 하나 사서 개인교습을 받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내가 밴드부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해봐야겠다는 꿈이 있었죠. 2년 배우니까 자신감이 붙고 해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팀에 무조건 들어갔어요. 합주를 시작한 거죠. 내가 60이 넘었는데, 다 젊은 단원들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합주를 해야 하니까 일주일 내내 열심히 연습을 해야 따라가겠더라고요. 내게 새로운 긴장감을 준 거예요.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가서 합주했는데 작년까지 7년을 했어요. 심장수술 받기 전까지 한 거죠. 연주 발표회도 했는데, 진짜 연주회를 하고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플루트가 소리가 작은 게 장점이라 할까, 실수가 티가 안 나니까(웃음). 사진도 배웠어요. 연세대 평생교육원에 가면 사진 배우는 과정이 있는데, 한 3년 다녔죠. 사진이 너무 좋은 것이, 혼자 멍하니 산에 가는 것 하고는 다르더군요. 사진기를 들면 혼자 여행할 수가 있어요. 혼자 다니면서 자기 맘대로 찍을 수 있으니까. 또 사진을 찍다 보니 포토샵을 안 배울 수가 없어서 조금씩 배우다 보니 이게 또 신세계란 말이죠. 그래서 포토샵을 또 몇 년 배웠죠. 악기 연주 수업도 하고 사진 배우고 두 개만 하는 데도 정신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선배 광고인으로서, 외부 광고주 개발을 전담했던 광고기획자로서 HS애드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나는 요즘도 생뚱맞게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내 책상이 없어지는 꿈을 꾸곤 해요. 깨고 나면‘ 내가 광고주 개발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직장에, 광고주에 올인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덴츠의 오기와라 상무하고 일할 때가 기억나요. 같이 길을 걷는데 맞은편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어요. 그러자 그 젊은 여성한테 오기와라 상무가 아주 예의 바르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거예요. 오기와라 상무는 나이 오십도 넘은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아지노모토 광고 담당자이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는데, 오기와라 상무는 ‘내가 월급 받고 생활하는 게 다 저 회사 덕분이고, 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나에게 왕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자세가 바로 AE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어요. 광고주를 진심으로 존경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광고주도 광고대행사를 인정해 주는 거예요. 내가 영입했던 광고주들은 LG애드를 무척 신뢰했어요. 물론 광고가 좋으면 내부든 외부든 광고주가 인정하기 마련이고…. 예전에 쌍용자동차 광고가 멋있어서 오는 광고주들도 많았거든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