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2 : Cheif copywriter's view - storytelling : 스토리와 별종 그리고 뇌
2013. 12. 6.Cheif copywriter's view : storytelling
Story + Teller + Marketing
스토리와 별종 그리고 뇌
돈키호테는 요즘 말로‘ 별종’입니다. 약간 맛이 간 별종이라고 할까요. 스토리텔링에서 별종은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보는 사람에게 강한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좋은 요소입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는 정신이 나간 기사입니다. 원래는 늙은 귀족이지만, 상상 속에서 그는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입니다. 녹슨 갑옷과 볼품없는 말 로시단테를 훌륭한 명마와 멋진 갑옷으로 생각합니다. 농부 산초를 꾀어내 하인으로 만듭니다. 여행 중에 들른 여관 주인의 딸인 알돈사 로렌소를 돌로레스 공주라고 하는 상상까지 더해집니다. 돈키호테는 거인이 풍차로 둔갑했으니 물리쳐야 한다고 합니다. 풍차로 돌격하는 유명한 장면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돈키호테는 요즘 말로 ‘별종’입니다. 약간 맛이 간 별종이라고 할까요. 스토리텔링에서 별종은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보는 사람에게 강한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좋은 요소입니다.
산토리 캔커피 보스 ‘레인보우 마운틴’1
여 : 새로운 선생님 오신다. / 자막 : 우주인 존스 지구탐사중. / 남 Na : 이 행성에서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존재는 / 남 1 : 좋은 아침입니다! / 남 Na : 온몸으로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남 2 : 우리… 사귈래…? / 남 1 : 목소리가 작아! / 여 2 :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한 거 아니에요! / 남 3 : 실수였으니 용서하세요. / 남 N `: 이 행성의 교육은 꽤 어렵다. / 남 3 : 당신은 좋은 선생님이 될 거야. / 자막 : 시시하지만 멋진 세계. / 남 Na : 캔커피의 보스. ‘레인보우 마운틴’
산토리 캔커피 보스 ‘레인보우 마운틴’ 2
자막 : 우주인 존스 지구탐사중. / 남Na : 이 행성의 어린이 배우라 불리는 존재는 이면성을 가지고 있다. / 어린이 1 :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남 : 다음은 취재가 있어요. / 어린이 1 : 일 진행을 잘하시네요. / 남 Na : 이상하게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면. / 어린이 1 : 마술 해봐요! 웃긴 얼굴도! / 남 Na : 애들 같은 면도 있다. / 어린이 1 : 안 웃겨. / 남Na : 너무 바쁜, 가장 인기 많은 어린이 배우입니다.
별종
우리의 뇌는 ‘기존에 있던 무엇’에는 관심을 두지 못합니다. 당신이 일상적으로 보는 버스에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큰 관심을 보이는 때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아닌 새로운 현상이나 특이한 대상, 별난 단어들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차별화라는 말로는 무언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것을 ‘별종’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종결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나타난 조나 삭스의 책 <스토리 전쟁>은 별종을 좋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 중 하나로 꼽습니다.
두 번째는 ‘동족’입니다. 각 나라와 개인의 문화가 다르니 그들의 문화에 맞추라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범법자’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기보다 주류사회에 저항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읽을 때는 쏙 빠져들지만, 읽고 나서 광고를 생각해보니 맞는 부분도, 틀리는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별종이라. 별종도 별종 나름이라고 말합니다. 광고에서 쓸 수 있는 별종과 범법자의 수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은 짧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별종의 원칙을 지킨 광고를 찾아보았습니다. 바다 건너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고민 중인 일본에서 적절한 예를 찾았습니다. 어찌 보면 별종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캔커피‘ 레인보우 마운틴’ 광고로, 모델은 <맨 인 블랙(Men in Black)>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이 광고에서 별종입니다.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설정이지만, 보는 순간 압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별종입니다. 마치 아이들을 처음 보는 듯 특이하게 여깁니다.
좋게 표현해서 특이합니다. 존스라는 외계인인 그는 아이들의 행동에 기겁한 것입니다. 선생님이 고생하는 이유를 알아챈 후 선생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위로합니다. 아이들에게 시달린 선생님이 스스로를 다스릴 때 캔커피를 마시라는 메시지입니다.
여기서 존스는 익숙한 현실을 별나게 바라보는 별종입니다. 그가 별종이기 때문에 이 광고는 재미있습니다. 정신이 45도 정도 기울어진 모습이지만,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커버합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만큼의 별종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카피도 별종입니다. ‘시시하거나 멋진 세계.’ 상반된 두 가지의 이미지를 하나의 카피에 녹여냈습니다. 광고의 스토리와 딱 어울리는 별종입니다.
존스가 어린이 배우를 만납니다‘( 레인보우 마운틴 2’). 일을 하는 어린이 배우는 어른처럼 보이지만, 보통 어린이처럼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존스는 이런 두 가지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입니다. 이 광고를 자꾸 보면 존스가 별종이 아니라 존스가 바라보는 세상이 별종으로 느껴집니다. 어린이 배우가 어른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별종, 재미난 걸 좋아하는 모습도 별종으로 보입니다. 진짜 별종은 존스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가끔 현실에서 별종이라 칭해지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 안 가 ‘혹시 내가 이상한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별종에게 전염됩니다. 그런 상황을 광고를 통해 경험합니다.
모 케이블TV 프로그램 중 <화성인>이 있습니다. 화성에서 온 듯한 별종, 아니 별종을 넘어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기행을 저지릅니다. 화성인이 별종을 넘어선 종족이라면, 존스는 정확히 들어맞는 별종입니다.
존스의 별종 행각은 계속됩니다. 3편의 카피를 보겠습니다.
‘우주인 존스, 지구 조사 중. 지구에서 장관이라는 직업은 꽤 인기가 있다. 단,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당신이 취임하고부터. 머리 숙이지 말라고!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지구에서의 인기는 짧다. 변변치 않은 지구에서 맛보는 훌륭한 세계. 캔커피의 보스, 레인보우 마운틴.’
존스는 장관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직업이라는 착각을 합니다. 보는 우리는 또 압니다. 사랑 받는 직업이 아니라 사랑을 받아야 사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조금만 잘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존스는 그 점이 신기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 들이는 점을 신기해합니다. 별종이 별 희한한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은 존스가 별나면서도 무언가 자신의 마음을 두드린다는 걸 눈치 채게 됩니다. 혹시,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당연한 게 아닌 게 아니었나. 기존에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이 광고가 일본에서 상을 타고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는 힘입니다. 현실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보여주는 별종이 아니라, 현실에 이미 존재하는 현상을 의심하게 만들어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별종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화성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의 반대입니다.
동족
직업·나이·성별·지역·나라·시대별로 문화는 다릅니다. 먹는 음식에서부터 행동·생각이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야 좋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는 것이 동족의 법칙인 듯합니다(저만의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다른 회사로 보내버리고 싶은 사람’이 많은 잡 코리아 광고입니다. 잡 코리아의 광고는 철저하게 동족만 나옵니다. 수직적인 구조를 가진 회사라는 사회에서 아랫사람이 겪는 어려움을 스토리텔링합니다. 매일 밤을 샜다는 상사의 뻥은 누구나 한 번 경험했을 상황입니다. 상사는 그 말과 함께 언제나 많은 일을 할당합니다. 인간인 이상 불가능한 요구를 듣기만 해야 하는 부하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입니다. 광고를 보면, 동족의식이 느껴지는 부하가 대한민국에는 수없이 존재합니다. ‘공감’이라는 뜻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5% 다른 동족입니다.
분명 이 광고의 스토리텔링의 힘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보내버리고 싶은 상사 밑에서 일을 배운 부하를 누가 스카우트해 갈까 하는 의문점이 듭니다. 보내버리고 싶은 상사를 스카우트하길 바라는 회사가 존재할지도 의문입니다. 동족의 스토리텔링은 훌륭하지만, 스토리 자체의 방향은 마케팅에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씀드립니다.
범법자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합니다. 우리 뇌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화재와 싸움은 새로우면서도 갈등이 존재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입니다. 광고에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화재와 싸움은 어디까지일까요. 더 나아가 불을 내거나, 싸워서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 가능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로 범법자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범법자를 가장한 ‘일탈’은 가능합니다.
비가 오면 차 안에 앉아서 잠깐 보라는 유혹을 던지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광고입니다. 붉은 낙엽이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인 어딘가입니다. 카피를 볼까요. ‘음악을 차 안에 가둬두지 마시길. 볼륨을 끝까지 올리고 차에서 내려 낙엽과 함께 걸으며 들어보시길. 쏘나타의 오디오 볼륨이 45까지인 건 그 때문이니까.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언뜻 느낌은 일탈입니다. 저도 그렇게 우기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럴까요. 어딘지는 모르지만 나무가 많은 것으로 보아 주차금지 지역으로 보입니다.
밖에서 걸어가며 들릴 정도로 크다면 고성방가입니다. 귀여운 범법자입니다. 범법자의 원칙을 쓰는 스토리텔링은 딱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한계를 넘어서는 광고는, 상상만 하십시오.
심의섭
Chief Copy ㅣ adel@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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