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2 : SomethingNew - 크리에이티브, 매우 인간적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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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매우 인간적인

‘크리에이티브’와‘ 인간적인’ 것은 상관없는 얘기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으로 접근할 때 제작물은 크리에이티브해집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가 줄고 각자 스마트폰만 보는 일이 더 많다고 하지만, 오히려 발달된 기술일수록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들 합니다
집전화가 아니면 연락할 길이 없어 하염없이 빵집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시대에서, 공중전화 앞에 긴 줄을 서던 삐삐 시대를 지나,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주고받는 스마트폰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어느 새 과거를 추억합니다.
<응답하라 1994>처럼 그 때를 추억하는 드라마 혹은 리메이크 음악이 인기입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나‘ 지금보다 인간적으로 살았던 그 때’의 느낌은 되돌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은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도 그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것도 그대로, 뭔가 자극적인 것을 재미있어하는 것도 그대로.‘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첨단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걸 향유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바라는 건 늘 같습니다. 자신이 가장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거죠.

아기를 재워 드립니다
갓난아기를 키우는 부모는 어디나 같습니다. 아기가 울면 젖병을 물려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안고 얼러줍니다.
아기는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으니 늘 잠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고요. 시대가 좋아져도 갓난쟁이가 있는 집엔 잠 못 드는 부모가 있습니다. 기저귀 브랜드 러브스(Luvs)는 이 부모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미국 부모들은 아기가 자지 않고 울면 차에 태워 천천히 동네 한 바퀴를 돈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고, 부모들은 조용해진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죠. 하지만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젊은 부모들은 대다수의 미국 부모들과 달리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러브스는 이 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들에게 아기를 재울 수 있는 택시를 보내주기로 한 거지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트위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lullabylift라고 글을 올립니다. 러브스는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를 당신한테 보내는 거죠. 아이는 안전하게 카시트에 앉아 드라이브를 즐기고, 부모들은 잠시 쉬거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택시는 천천히 동네를 20분쯤 돌게 되고요.

운이 좋으면 아기는 그새 잠들어 버립니다. 부모들은 기저귀가 자꾸 새서 아이가 우는 통에 잠을 못 이룬다든지, 아기와 씨름한 경험들을 나눕니다. 드라이브를 마치면 러브스는 새지 않아 밤새 기저귀를 뽀송뽀송하게 지켜줘 아기가 깨지 않고 잘 수 있도록 나이트 기저귀까지 선물합니다.
알고 보면 제품에 대한 홍보이고, 광고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새롭습니다. 아기는 편하게 잘 시간을 얻고, 엄마 아빠도 편하게 드라이브할 시간을 얻습니다. 러브스는 생생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언제나 부모들이 고생하는 건 같지만, 이벤트를 통해 러브스와 부모는 더욱 가까워진 거 같습니다. 기저귀 가느라, 젖병 물리느라 잠 못 드는 부모들을 먼저 생각한 아이디어. 만일 그들이 육아로 피곤한 부모들에 대해 인간적인 생각을 못 했다면 이런 이벤트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운전할 때는 마음껏 화내세요
사람 성격은 운전할 때와 운전하지 않을 때, 두 가지 성격이 있는 듯합니다. 느긋한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급한 성격으로 바뀌고 말투도 과격해지니까요. 그만큼 운전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앱이 개발됐습니다. 앱을 다운로드한 후 앞 창문에 잘 보이게 휴대폰을 놓은 다음 평소대로 운전하면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갑자기 끼어들거나 화나게 한 사람에게 폭탄을 발사하는 겁니다. 앞에서 당신을 답답하게 하는 차를 향해‘ fire’라고 외치면 마치 007 요원 같은 목소리의 대답과 함께 명령이 즉각 이행됩니다. 보기 좋게 앞차를 폭발시켜 버리는 거죠. 큰 폭발음과 함께 앞차는 잠시 연기 속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진짜는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무리하게 끼어들었다고 폭탄을 발사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앱을 통해 당신의 화를 발산한다면 스트레스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요. 화를 참느라 당신의 화병이 도지느니, 이렇게라도 폭파를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방법이 사람을 더 유순하게 만들지 더 극단적으로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작 의도는 당신의 화를 조절하고 원래대로의 인간적인 당신으로 되돌리는 데 있습니다.

용감한 당신께 추천합니다
전 세계 35만 개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부킹닷컴(Booking.com). 그들이 위험한 제안을 합니다.
한 때 학교로 쓰였던 퀸 앤(Queen Anne)호텔. 당신이 용감하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 호텔에 묵어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호텔에 묵으려면 용감해야 하는 걸까요?
수많은 호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부킹닷컴은 할로윈데이를 맞이해 매우 재미있는 기획을 했습니다. 35만 개 호텔 중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호텔 7개를 고른 겁니다. 선택된 호텔은 포스터도 만들어졌습니다. 지금껏 인터넷에서 당신이 보지 못한 매우 희귀한 호텔들이니까요.
이 호텔은 바로‘ 유령이 출몰하는 호텔’입니다. 부킹닷컴은 영화 예고편 같은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호러 영화 예고편 같은 영상은, 호텔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여자를 보여줍니다. 뭔가 정체 모를 존재가 떨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갑니다. 여자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보입니다. 여자의 공포가 극에 달하는 순간, 그들은 제안합니다.

 

“용감하다면 당신도 한번 묵어보시죠.”

 

퀸 앤 호텔은 학교로 쓰이던 시절 교장으로 재직한 메리 여사가 출몰한다고 합니다. 스릴을 좋아하는 또는 무료함에 빠져 있던 사람이라면 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상은 영화 예고편처럼 극장에서 상영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호텔이라는 게 가장 큰 반전이지요. 나머지 호텔 포스터들도 극장 로비에 게재돼 영화 포스터들과 나란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전 세계 호텔을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부킹닷컴은 그 수많은 사이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개성과 위트.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얘기하는 사이트는 있었어도‘ 호러’로 광고한 건 처음이니까요. 그 호러가 실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할로윈데이 코스튬처럼, 당신을 가장 재미있게 할 신선한 농담을 던지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적이어야 크리에이티브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노숙자 지원기관인 레인시티하우징(Raincity Housing)은 가장 인간적인 두 개의 벤치를 만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여느 벤치와 유사하지만 비가 오면 의자를 구부릴 수 있어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이 되는 거지요. 벤치에 기거하는 일이 많은 노숙자를 위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겁니다.
또 하나는 밤이면 변신하는 벤치입니다. 낮에 보면 ‘벤치(This is a bench)’라고 쓰여져 있지만, 밤이 되면 다른 내용의 글귀가 야광처럼 반짝입니다.


‘침실(This is a bedroom).’


어두워야 보이는 특수 페인트를 칠해 메시지를 달리 보이게 했습니다. 벤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겁니다. ‘누군가는 이 작은 벤치를 침실로 쓰고 있으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사실‘ 크리에이티브’와‘ 인간적인’ 것은 상관없는 얘기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으로 접근할 때 제작물은 크리에이티브해집니다. 칸에서 상을 받은 대다수의 아이디어 중 인간을 생각하지 않은 건 거의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가 줄고 각자 스마트폰만 보는 일이 더 많다고 하지만, 오히려 발달된 기술일수록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인간적인 것이 되는 겁니다

 

 

신숙자

CD l sjshina@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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