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is Everything
가족은, Our Best Consumer
여러 사람에게도 늘 하는 질문을 가족들에게 해서 답을 유추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가족은 우리가 원하는 답을 강요할 좋은 대상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을 얻어내기에 좋은 대상이라는 겁니다.
왜 이렇게 봄이 안 오나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갑자기 여름이 된 가정의 달입니다. 그리도 계속 추우면 어쩌나 했는데, 따끈따끈해져서 다행입니다. 아마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님을 스승님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1년 365일 그분들을 챙기는 것이 정석이지 1년의 하루 그렇게 챙겨서 뭐하나 라며 꾸짖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저는 사실 이 날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답니다. 매일 나라를 구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린이날 왜 조카랑 놀아주는 것이 좋은지 엄마가 3일 전부터 애기해줘야 알고, 어버이날 전날까지 엄마랑 말다툼을 하는 철부지 같은 내가 이 달만큼은 부모님께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고 이제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하는 조카가 무엇을 좋아할지 밤새 고민을 하니 말입니다. 온전히 나, 나의 일, 나의 시간에 집중하다가 조금이나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간도, 요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비자 조사,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브랜드가 가야 할 길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소비자 조사라는 것을 합니다. 그 예측 어렵고 까다롭고 엉뚱한 바람둥이인 소비자들을 조사합니다. 그들의 하루 동선을, 그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을 읽으려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예전에는 이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은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너무 앞서가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저 뒤에 서 계시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치라는 것이 굉장히 주관적이 되기 싶고, 브랜딩 담당자들이 시원하고 심플하게 딱 정해서 쭉 진행하면 제일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 가끔 생각합니다. 다~ 됐고, 우리가족이 쓸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이제 막 스마트폰을 익히신 아빠가 쓸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하루 종일 잦은 잡무에 시달리는 남편이, 일하느라 애 키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아내가, 아이돌이라면 뒤로 넘어가는 중학생 자녀가, 입시 끝난 지 오래지 않았는데 군대를 가야 하는 맏아들이, 엄마보다는 할머니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아이가 쓸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고요. 그럼 어떤 브랜드로 나가야 하는지 약간은 감이 잡힐 때도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굉장히 날카로운 인사이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산토리 올드’라는 위스키를 아시나요? 음… 모를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세대는 카피와 인사이트의 최고봉이라며 교과서처럼 달달 외운 캠페인을 가진 브랜드인데요, 이제 갓 회사를 들어오신 분들은 모를지도 모르겠네요. 검색창에 한 번 쳐보세요. 주옥같은 캠페인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산토리 올드 위스키는 다른 위스키들과는 다르게 아버지의 위스키, 아버지와 함께 마시는 위스키로 브랜딩을 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정말 감칠맛 나는 브랜딩이었습니다. ‘남자의 위스키’와 ‘아버지의 위스키’는 분명 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버지도 남자임이 분명한데, 파고드는 감성과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릅니다. 심지어 맛도 다를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아주 좁은 포지셔닝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몰트가 어쩌고, 마개가 어쩌고, 성공한 사람들이 어쩌고 해도 위스키는 그냥 술집에서 마시는, 값은 비싼데 쓰기만 한 술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산토리 올드라는 브랜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와 가장 닮았을지 모르는(남자일 경우), 어쩌면 내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인(여자일 경우) 아버지의 위스키는 결코 아무 술에 섞어 마시는 가벼운 위스키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브랜딩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작은 캠페인일지라도 브랜딩의 잘하고 못하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아들만의 소셜을 이해하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한 때 소리바다와 넵스터에 미쳐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사실 음원을 마구 사용하는 ‘불법’이어서 문제였지, 정말 그런 신드롬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자, 한번 가정을 해보자고요. 넵스터를 미친 듯이 이용하는 아들을 가진 두 아빠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한 아빠는 자기 아들이 그런 불법적인 일에 가담을 하고 있는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넵스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급기야는 랜선을 끊고 컴퓨터를 뺏어버렸습니다. 다른 아빠는 아들을 좀 지켜봤습니다. 왜 넵스터를 사용하는지, 그것을 통해 아들만의 소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결국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그랬더니 이것이 불법이라는 점만 빼면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프로세스이며 시스템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해 그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첫 번째 아버지는 보통의 아버지들입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만 아들을 보려고 하는 아버지. 사실 누구는 안 그렇겠습니까?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자식이 나쁜 길을 가지 않기 바라는 마음뿐이죠. 하지만 두 번째 아버지는 아들의 입장에서 아들을 보는 아버지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개발할 당시에 애플에 있던 한 임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하는 아빠와 더 잘 하게 하는 아빠는 차이가 큽니다. 교육방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희같이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무심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남과는 다른, ‘나만의 엄마 아빠 아들딸’입니다
가끔 회의시간에 “우리 딸애는 방을 틴탑 포스터로 도배를 했다”, “우리 엄마는 요리는 못해도 참치김치찌개는 잘 끓이신다”, “우리 형은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클럽에 다닌다”, “우리 아빠가 보낸 카카오톡에 이모티콘이 늘었다…” 등등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사이트를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것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들 말고 속상해 보이는 이야기, 아주 즐거웠을 법한 이야기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이야기들을 이리 보고 저리 보는 것이죠. 눈이 아주 나쁜 우리 엄마에겐 어떤 스마트폰이 편할까, 키 크는 속도가 조금 느린 우리 아이에겐 어떤 경험이 좋을까 등등, 수도 없이 많겠죠? 우리가 담당하는 브랜드들이 그런 이야기 속으로 녹아들어 가거나, 더 나아가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브랜딩은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관찰이겠죠. 부모님이 너무 강하시다고 속상해하지 마시고, 아이들과 세대차이 난다고 속상해하지 마시고, 자세히,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세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강력한 인사이트는 그 곳에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브랜딩 과정 중에 ‘자판기’에서 펼쳐지는 재미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요, 그것도 한 임직원이 기숙사에서 코카콜라를 접하는 방법을 딸애와 이야기하다가 도출된 방향이라고 합니다.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이야기일 텐데, 딸과 딸의 또래들의 행동을 보면서 코카콜라가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요. 코카콜라의 브랜딩 묘수가 자판기에 숨어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생각합니다. 가족만큼 좋은 관찰대상은 없구나. 대신 여러 사람에게도 늘 하는 질문을 가족들에게 해서 답을 유추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가족은 우리가 원하는 답을 강요할 좋은 대상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을 얻어내기에 좋은 대상이라는 겁니다. 그러려면 가족을 남들과 다 똑 같은 아빠·엄마·딸·아들이 아니라 나만의 아빠, 나만의 엄마, 나만의 아들딸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겠죠?
따뜻한 5월, 여러분의 가족들은 어떤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늘 해왔던 그런 거 말고, 뭔가 특별한 여러분만의 사랑을 전하는 한 달 되시길 응원합니다.
조성은
ACD l chocopy@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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