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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소비경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의 문화적 차이
개인주의적 사고를 하는 소비자집단의 경우 제조업체에 상대적으로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전체주의적 사고를 하는 집단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매업체에 대한 주의도가 높아진다.
DJ DOC의 히트곡 중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가 있다. 미팅에 나가서 가장 못생긴 여자와 짝이 된다든지,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는데 1년 만에 정기휴일이라든지 하면서 일이 꼬이려면 반드시 꼬인다는, 법칙 아닌 법칙을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법칙은 소비자들의 일상에도 반영돼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 유난히 재수가 없이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디지털 카메라를 산다고 가정하자. 카메라에 대해 잘 아는 친구와 상의도 하고 점원의 추천도 받은 뒤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구매했지만 불행하게도 (마치 머피의 법칙에서 예측되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망가진다. 망가진 카메라로는 사진 한장조차 찍을 수 없을 뿐더러 제품 워런티가 바로 끝난 다음이라 상점에 반품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리비 역시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이렇게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책임이나 비난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소비자들은 과연 제조업체 또는 소매업체 중 누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가 쉬울까?
이 일의 원인은 제조업체가 안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일까 아니면 소매업체가 안 좋은 물건을 팔아서일까?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소비자들이 어떠한 사고스타일인지, 즉 전체론적인 사고 스타일인지 아니면 분석적 사고를 주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위에서 보여준 예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적어도 한 번쯤 일어났을 법한 일이다. 제품과 서비스는 종종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게 마련이며, 그와 관련해 마케터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많은 추가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존의 문헌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부정적 경험은 불평·고객상실·부정적 입소문(Bad Word of Mouth) 등의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다루어야 하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볼 때 위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부정적 소비경험에 따른 소비자들의 좌절과 분노는 마케팅 문헌에서 많이 다뤄져 왔지만, 누가 소비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다. 몇몇 기존의 연구들은 온라인 소비자의 경우 오프라인 소비자에 비해 부정적 소비경험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기가 쉽다고 밝히고 있다. 또 여자가 남자에 비해 제조업체 탓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마케팅 서플라이 체인 속의 양 극단에 위치한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아직 다루어진 적이 없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연구는 이러한 틈을 메우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부정적 소비경험에 대한 인과 귀인
소비자들은 제품 소비경험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왜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이 일어나게 됐는지 원인을 찾고, 또한 비난의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타고 있는 자동차가 20만 마일을 뛰었거나 본인이 먹는 사과가 특별히 신선할 때의 경우와, 5만 마일에 망가지는 자동차와 멍이 든 사과를 접할 경우를 보자.
둘 다 기대 밖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상황에서 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의 원인을 누구 탓으로 돌리는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과 귀인 프로세스는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에 대한 불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마케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인과 귀인을 구분토록 한다. 첫째, 제조업체 중심의 인과 귀인, 둘째, 소매업체 중심의 인과 귀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가 이러한 인과 귀인을 유추할 때 대부분의 상황은 명확하지 않게 마련이고, 인과 귀인 자체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이 기대 이하의 수준일 때 그 원인의 책임이 제조업체에 있는지 소매업체에 있는지, 아니면 소비자 자신에게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가 그 상황을 해석하기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주관성과 편견은 개인적, 상황적 배경에 영향을 받게 된다.
글 서두의 디지털카메라의 예로 설명하자면, 만약 경쟁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였다면 제조업체에 대한 비난을 하기 쉽다. 반면 소매업체의 점원이 특정 브랜드를 판매할 경우 커미션을 받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고 있다면 비난의 화살을 소매업체에 돌리기 쉽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요인들이 그러한 인과 귀인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마케터들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출간된 필자의 연구(Yoon 2013, Forthcoming, Psychology & Marketing)는 이러한 요인 중의 하나인 ‘사고 스타일(Reasoning Style)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적 자아 해석과 사고 스타일의 상관성
‘문화와 자아 해석’ 분야의 기존 연구들은 다양한 자아 개념(독립적 자아와 상호의존적 자아)들이 모든 국가와 개인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만성적으로 의존·이용하는 문화적 특성은 그 개인이 속한 국가의 문화와 그 개인의 개인문화에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예컨대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주의는 아니며, 집단주의가 강한 동구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집단주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구권과 동구권 두 곳에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서구권과 동구권 간의 문화적 차이란 결국 상대적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개인 차원에 적용시켜 볼 때 한 사회의 구성원 각각이 얼마나 개인주의적인지 또는 집단주의적인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다를 수 있다고 하겠다. 결국 개인의 국적이나 그가 속한 문화권을 떠나 개인 자체가 얼마나 개인주의적인지 또는 집단주의적인지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토마스와 한국에 사는 철수가 국가적 기준으로 볼 때는 개인주의나 집단주의 문화권에 각각 거주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토마스가 철수보다 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렇듯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반면, 문화적 컨셉트가 상황적 변수에 따라 순간적으로 작동되기도 한다. 개인이 놓인 특수한 상황이 그 개인을 순간적으로나마 평소보다 더 개인적, 아니면 더 집단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한 연구에서는 ‘내가’ ‘나의’ ‘나를’ 등의 단어로 시작된 문장을 읽은 실험집단과 ‘우리가’ ‘우리의’ ‘우리를’ 등의 단어로 시작된 문장을 읽은 실험집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이 두 번째 집단에 비해 더욱 개인적으로 행동한 반면, 두 번째 집단은 더욱 집단적으로 행동했다. 이는 문화라는 컨셉트가 순간적으로 접근 가능한 컨셉트이고, 어떠한 문화적 코드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순간적으로 작동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행동을 순간적이나마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화적 자아 해석이 사고 스타일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은 분석론적 사고(Analytic Reasoning)를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동구 문화권의 사람들은 전체론적 사고(Holistic Reasoning)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구 사람들은 자아가 독립적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이 세상 만물들이 끊겨져 있다고 여기며, 한 대상이나 개체의 행동이 정형화된 법칙이나 개체의 특징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믿는다. 정보를 프로세스하는 데 있어서도 분석 대상과 배경을 분리해 보는 경향이 있고, 분석 대상을 기존의 틀이나 카테고리에 대입시켜 해석하려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구 사람들에게 있어 자아란 상호의 존적인 개념이다. 동구권 사람들은 대상과 개체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분석 대상과 그 배경을 함께, 즉 ‘하나의 전체’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사고 스타일과 부정적 소비경험에의 반응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 스타일이 부정적 소비경험에 관련한 소비자의 인과 귀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어 서양인들은 분석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해 사물과 그 배경을 따로 프로세스한다고 하자. 이 때 인과 귀인을 유추하는 과정에 있어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부정적 소비상황을 경험하는 이들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고 스타일이 분석적인 이유는 제품 자체의 특성(예: 저품질)에 바탕을 둔 설명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과 귀인 프로세스는 일종의 카테고리화(Cateogrization)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A 브랜드=저품질’이라며 일반화 하는 데에 기인한다.
이러한 분석론적 사고방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게 하는 기능주의적 측면이 있다. 결국 분석론적 사고를 하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부정적인 경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지 않으면 된다’는 룰에 의존하면 된다.
반면,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있어 사건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정황이다. 글 서두의 디지털카메라의 예에 대입시켜보자면, 물건을 판 소매업체의 역할, 즉 소비자와 제조업체 간의 중간다리 역할에 대한 실망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결국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소매업자는 제조업체의 물건을 사다가 되파는 단순 기능 그 이상의 역할, 즉 소비자 만족 등 전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위에서 제시한 근거 및 이론들에 비춰보면 부정적 제품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소비자가 분석적 사고를 하는지 아니면 전체적 사고를 하는지에 따라 바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분석적 사고를 하는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에 대해 책임과 비난을 돌리기 쉬운 반면, 전체적인 사고를 하는 소비자들은 소매업체에 책임과 비난을 돌릴 것이다. 이를 볼 때 분석적 소비자는 향후 동일 제조업체의 제품 구매를 회피하게 마련이며, 전체적 소비자는 동일 소매업체에서의 구매를 회피하기 쉽다. 필자의 연구팀은 세 번의 실험을 통해 이러한 추론을 순차적으로 테스트했다.
실험 1 : 사고 스타일의 개인차
미국 내 한 주립대의 249명이 참가한 첫 번째 실험에서는 문화 오리엔테이션 척도를 사용해 각 개인이 얼마나 개인주의적인지 아니면 집단주의적인지를 측정했다. 척도의 결과에 따라 각 참가자의 개인주의/집단주의 점수를 산출한 뒤 상위 50% 와 하위 50% 점수로 나누고, 표본 내에서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성격이 강한 개인들과 집단주의 성격이 강한 개인들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이 글 서두의 예와 흡사한 디지털 카메라 쇼핑 시나리오를 읽은 뒤 과연 누구 때문에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인지토록 했다. 그 결과 제조업체를 탓하는 인덱스는 개인주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분석적 사고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더 높은 반면, 소매업체를 탓하는 인덱스는 집단주의적 점수가 높은 사람들(전체주의 사고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더 높았다<표 1>.
실험 2 : 프라이밍 연구
미국 내 한 주립대의 38명이 참가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자아 해석 프라이밍 방법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개인주의 또는 집단주의적인 사고를 유도했다.
집단에는 개인주의적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나’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짧은 글을 읽게 했다(예: ‘나는 자주 도시에 간다. 높은 빌딩들을 보는 순간이면 기대로 가득 차고, 도시의 모든 구석구석을 느낀다…’). 반면 전체주의적사고를 유도하기 위한 집단에는 ‘우리’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을 읽게 했다(예`‘: 우리는 자주 도시에 간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실험 1’에서와 마찬가지로 앞서 말한 디지털 카메라 시나리오를 읽게 한 뒤 제품을 생산한 제조업체와 제품을 판매한 소매업체에 대한 구매의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 1’의 결과가 되풀이됐다<표 2>.
부정적인 제품 경험 이후 ‘나’라는 단어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개인주의적 사고 집단은 ‘우리’라는 단어에 노출된 전체주의적 사고 집단보다 동일 제조업체의 제품 구매율이 떨어지고, ‘우리’라는 단어에 노출된 전체주의적 사고 집단은 동일 소매업체에서의 제품 구매율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실험 3 : 한국인과 미국인의 비교
177명의 미국인과 114명의 한국인이 참가한 세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 1’의 개인차와 ‘실험 2’의 프라이밍 대신, 참가자의 국적(미국인: 개인주의적 사고 / 한국인: 전체주의적 사고)을 이용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의 경우 제조업체를 더 비난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소매업체를 비난하는 패턴을 보였다.
논의 및 적용
이 연구가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바는 개인주의적 사고를 하는 소비자집단의 경우 제조업체에 상대적으로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전체주의적 사고를 하는 집단의 경우 소매업체에 대한 주의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월마트의 ‘날마다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 - 낮은 가격이 매장 안에서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보완해준다는 마케팅 전략)’은 한국 시장에는 잘 맞지 않는 전략일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소비자와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위해 서비스를 희생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어색한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소비자를 대하는 마케터들은 부정적 소비경험에 다르게 반응하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윤석기
미 브라이언트 대 마케팅학과 부교수 ㅣ syoon@bryant.edu
미국 미시간대학 광고학 석사, 일리노이대학 박사, 클리블랜드대학 광고학조교수, 브라이언트대학 마케팅 조교수, 현재 부교수로 재직중. 뉴욕 광고대행사 Grey 방문교수, 광고와 소비 자심리에 대한 연구를 주로하고 있다. 일리노이대학시절, LG애드의 사원연수를 담당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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