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2 : SomethingNew - Newer than the Newest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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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정말 새로운 것’이 되려면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듯합니다.
브랜드에 있어 타이밍이란 소비자의 마음인 듯합니다.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멋지게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것’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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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새로운 것’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우리 생활에 ‘스마트’라는 카테고리가 생김으로써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뭐가 더 새로운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마케터는 새롭게 알리기 위해, 소비자는 새롭게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늘 새로운 것은 내일이면 이미 낡은 것이 돼버리기에 점점 더 사이클은 빨라지고 시장은 치열해집니다.
하지만 당신이 크리에이터라면 잠시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 세상에 100% 새로운 것이 없듯이, 과거를 재현함으로써 혹은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을 합침으로써, 혹은 누구나 아는 사실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듦으로써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새 것’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Selfridges는 ‘고요함’을 판매합니다

런던의 전통 있는 백화점, 셀프리지(Selfridges).
이 백화점은 ‘Silence’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백화점에 오면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수많은 상표와 소음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필요 없는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 지치기도 합니다. 세상은 점점 더 소음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셀프리지는 ‘No Noise’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일반 숍과 달리 ‘Quiet Shop’을 마련했습니다. 제품 위에 잘 보이도록 큼지막하게 들어간 브랜드를 모두 지워 버렸습니다. 브랜딩이 아니라 디브랜딩(Debranding)을 택한 거지요. 소비자가 오롯이 제품 자체를 살피고 장점을 발견하면서 고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1909년 백화점 설립 당시 존재했던 ‘Silence Room’을 만들었습니다. 주변 소음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되고 시끄러운 쇼핑 군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인 거지요.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한 것입니다. Silence Room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우 심플하고 절제된 구조입니다. 셀프리지는 No Noise의 힘을 경험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No Noise의 힘은 강해 보입니다. 셀프리지는 브랜딩과 정반대의 노선을 취해 브랜드를 가렸다고 하지만, 오히려 브랜드를 지우니 상품이 더 강력하게 살아나는 듯합니다. 누구나 아는 하인즈 케첩 브랜드를 지우니,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케첩병이 오히려 눈에 띄고 브랜드를 연상하게 되는 거지요. Quiet Shop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브랜드가 없어도 알아볼 수 있는 유명 제품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효과는 배가될 듯합니다.
너도 나도 제품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기에 오히려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전략. 셀프리지는 과거와 같은 ‘조용한 백화점’을 재현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해냈습니다. 첨단시설로 New를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조용함으로 만든 New입니다.

지구가 망한 다음 날, Vitamin Water를 드세요

2012년 12월 21일은 세계가 멸망하는 날이라고들 했습니다. 마야인의 달력엔 12월 21일까지만 표기돼 있다는 설도 있었고, 누군가의 예언을 증거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종말론에 떠들썩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허황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럴 듯해 보이는 종말론. 비타민워터(Vitamin Water)는 이 이론(?)에서 재미있는 소재를 발견했습니다.
비타민워터의 라인 중 하나인 리스토어(Restore)는 야근을 하거나 친구들과 밤새 논 다음 날, 기력을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음료라고 합니다. 힘든 밤을 보낸 다음 아침에 마시기에 좋은 음료라는 거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 음료의 효능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워터는 지구 종말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12월 21일, 프랑스에선 ‘Restore 22, 12’라고 표기된 리미티드 에디션 비타민워터가 출시됐습니다. ‘종말이 온 다음 날’, 이 음료가 새롭게 일어설 에너지를 충전시켜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지구가 망할 만큼 힘든 밤을 보냈으니 리스토어로 재충전하라는 거지요. 사람들은 리스토어라는 효능이 귀에 걸렸을 겁니다. 종말론을 믿는 안 믿든, 언제 이 음료를 마셔야 하는지 그 효능을 쉽게 이해했겠지요. 우리 모두 알다시피 종말은 찾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비타민워터 리스토어로 더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을 거라고 합니다. 유언비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믿음을 오히려 제품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이용한 사례. 새로움은 이렇게 엉뚱한 데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고된 밤을 보낸 날이면 이 음료를 마시게 되겠지요.

Vodafone이 100개의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금단현상을 보이는 시절입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는 건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보다폰(Vodafone)은 그래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100개의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실험. 보다폰은 네덜란드 전역에 100개의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GPS로 이 휴대폰이 어디로 이동하고 누구에게 입수되는지 6일간의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알렸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통계를 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8개의 휴대폰은 다시 돌아왔고, 나머지 72개의 휴대폰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가장 빨리 발견된 휴대폰은 15분이며, 50분 만에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가장 늦게 발견된 휴대폰은 20시간이며, 35시간 만에 주인에게 돌아왔다고 합니다. 반면 사라진 휴대폰은 GPS가 끊기거나 네트워크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순간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보다폰은 사라진 휴대폰의 0.01%는 외계인이 가져갔고, 나머지는 물에 잠기거나 배터리가 떨어졌거나 누군가 훔쳐갔기 때문이라는 통계를 냈습니다.
휴대폰을 주운 사람들은 주로 ‘엄마’라고 표기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돌려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2km 반경 안에서 찾을 수 있었고, 가장 멀리 여행한 휴대폰은 56km이며, 휴대폰들이 여행한 거리를 모두 합치면 176km에 달한다고 하니, 재미있는 결과입니다. 의외로 트위터를 이용해 휴대폰을 주웠다고 알린 경우는 두 건에 불과했으며, 페이스북은 오직 한 건이었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사용된 데이터량은 46kb로 미비했습니다. 네덜란드 내에서 진행된 이 실험은 잃어버린 휴대폰이 어디를 여행하고 있는지, 어떻게 주인에게 돌아왔는지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공통의 화제를 이끌어 냅니다. 물론 보다폰은 이 실험을 통해 휴대폰을 트래킹할 수 있는 앱을 권하는 걸 잊지 않습니다.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누구나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소재로 실험을 하고 재미있는 통계를 낸 보다폰. 마치 게임과도 같은 재미있는 실험들을 진행하고 함께 지켜봄으로써 점점 더 소비자와 가까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기업광고를 하는 것보다 이런 실험들이 오히려 브랜드와 소비자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로운가 아닌가, 소비자가 판단합니다

새로운 것이 ‘정말 새로운 것’이 되려면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듯합니다. 새로운 발명품들이 그 시대엔 각광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그 가치를 평가받기도 하고, 예술가들 또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가치를 조명받기도 하는 것처럼요.
브랜드에 있어 타이밍이란 소비자의 마음인 듯합니다.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멋지게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것’이 되겠지요.
진 브랜드 랭글러(Wrangler)는 데님 스파(Denim Spa)라는 컨셉트를 선보였습니다. 몸에 꼭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는 것에 착안, 청바지에 알로에 추출 성분과 올리브 추출 성분을 더했다고 합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청바지에 스며든 성분이 피부를 더 매끄럽게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은 냉담합니다. 소비자는 효능 자체를 믿지 않을 것이며, 실제 효과도 미비할 거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데님 스파라는 개념은 재미있어 보입니다. 이 청바지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소비자의 마음과 타이밍이 안 맞아서이겠지요. 소비자는 모이스처라이징이 되는 청바지보다 아직은 날씬해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청바지를 원할 테니까요.

‘정말 새로운 것’은 기술이 정하는 것도, 더 빨리 세상에 나오는 것도 아닌, 소비자가 정하는 듯합니다.

 

신숙

CD l sjshina@hsad.co.kr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