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2 : Production Sketch - 결코 멈추지 않는 또 하나의 신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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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멈추지 않는 또 하나의 신화!
 
 이 희 인 대리 / CW | 김원규 CD
 hilee@lgad.lg.co.kr


 
 
 
 
 
 
 
천재되기? 바보되기!
 
두 ‘녀석’이 질주한다. 한 녀석은 표범처럼 날렵하고, 또 한 녀석은 독수리처럼 정확하다.
녀석들 사이를 총알처럼 날아다니는 것은 둘레 70cm, 무게 450g의 둥근 축구공. 때론 태풍 같은 스피드로, 때론 파도 같은 파워로 질주하는 녀석들에게, 110m×75m의 그라운드는 대체로 너무 더디거나 따분한 장소다.
그리하여 녀석들이 옮겨간 곳, 스피드와 힘의 지존을 가리기 위해 공을 들고 찾아간 장소는? 스쿼시 룸!
 
네버스탑의 영토확장! 목표는 고(?)연령층!
 
그 여름, 모두들 축구를 이야기했다. 축구에 웃고 축구에 노여워하며 축구로 하루의 낙을 삼았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가 텅 비자 모두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푸른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사나이들의 꿈틀대는 근육과 진동하는 땀내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듬해 있으리라는 더 큰 축제의 약속은 사람들에게 너무 먼 일이었다. 2001년 여름, 사람들은 그렇게 축구를 먹고 살았다.
그래서 “축구로 하자”고 했다. ‘모든 스포츠’의 갈증을 한방에 날려 버렸던 기존의 네버스탑에서, 격렬한 ‘축구’의 갈증을 풀고 축구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진정한 스포츠 음료의 강자, 네버스탑을 만들자고 했다. 그 여름, 네버스탑의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는 광고주와 기획·제작팀 역시 모두 그렇게 축구를 먹고 살았다.

네버스탑은 스포츠 음료, 갈증해소 음료 시장에서 경쟁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층, 즉 초·중학교 남학생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인식되어 왔다. 격렬한 활동의 와중에도 흘리지 않고 마실 수 있고, 양을 조절할 수 있는 PP캡을 처음으로 채택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으며 경쟁 음료보다 강렬하고 다양한 맛과 색상이 네버스탑의 차별적 이미지로 작용해 왔다.
광고 표현에 있어서도 빅 모델을 활용해 갈증을 느낄만한 상황을 보여주는 다소 뻔한 방법을 탈피하고 타깃에 어필할만한 캐릭터를 활용해 차별화를 꾀하여 왔다.

‘2685번째 헛스윙- 난 결코 멈추지 않는다!’,
‘3287번째 헛발질- 난 결코 멈추지 않는다!’
네버스탑 광고는 그렇게 비쩍 마른 몸에 비쭉 불거져 나온 알통, 쭈뼛 세운 헤어스타일을 한, 다소 거친 터치로 창조된 ‘실패맨’ 캐릭터가 맡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실패맨’은 스포츠 음료의 핵심이라 할 ‘땀·격렬함·갈증’의 질감을 담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가졌다.
이에 새롭게 이어진 광고는 보드를 타고 질주하다 통쾌하게 점프하는 타깃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주류 스포츠를 소재로 한 경쟁 제품의 광고와 달리, X-게임류의 활동을 소재로 경쾌하고 진취적인 10대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패키지·색상·맛 등의 차별화로 꾸준한 판매를 유지해 오던 네버스탑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위와 같은 일관된 전략이 주효했던 반면, 한편으로는 ‘저연령층(초중생)이 마시는 음료’ 이미지가 너무도 깊게 박혀 버린 것이다.
캐릭터와 X-게임을 활용한 광고에 호응하는 소비자도 많았지만 비현실성과 유치함을 이유로 등을 돌리는 소비자도 생긴 것이다. 게다가 다가올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아무 대책 없이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타깃의 연령층을 높여 시장을 확장하면서, 월드컵의 열기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LG애드 광고팀에게 넘겨진 숙제는 대개 이러한 필요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뻔한(?) 축구를 뻔하지 않게!
 
새로운 광고의 소재로 축구를 활용한다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지침이었다. 문제는 축구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를 어떻게 멋있게, 강렬하게, 땀나게, 갈증나게, 유니크하게, 기억에 남게 보여줄 것이냐 하는 것.
국내외광고를 기웃거려 보면 축구를 소재로 한 광고는 세상의 축구공들 만큼이나 흔한 것처럼 보였고, 그런 가운데서 ‘튀기’란 소년 축구팀이 월드컵 결승에 올라 5-0으로 압승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처럼 여겨졌다.

많은 아이디어가 회의 테이블 위를 오갔다. 축구공 대신 다른 도구를 사용한다거나, 굉장히 독특하고 어마어마한 장소에서 플레이를 한다든가, 아주 예외적인 모델을 활용한다든가... 회의를 거듭해 만들어진 스토리보드들이 서너 번에 걸쳐 광고주에게 제시되었다. 무엇을 찍어도 충분히 자신 있을 듯했고, 어떤 걸 찍어도 부족할 듯싶은 고심에 찬 저울질이 계속된 것이다.
그런데 결정은 의외로 너무도 간단하다싶은 곳에서 내려졌다. 스쿼시 룸에서 표범같은 녀석과 독수리같은 녀석이 스피드와 힘의 지존을 가린다는 내용! 카피는 브랜드 네임을 살린 기존의 “ ~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의 톤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하였다.

경쟁 제품이 국내 정상급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상황, 외국 유명 선수를 캐스팅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지명도 낮은 선수를 택하기엔 미덥지 않은 상황이었다. 많은 모델이 고려된 끝에 최종적으로 주목한 모델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아들이자 차세대 축구 스타로 부상하는 차두리 선수. 일취월장하는 기량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부친의 대를 잇는다는 점에서 현재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다.
축구의 ‘내일’을 대표하는 ‘차세대’ 이미지가 강하며, 강렬한 표정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 또한 매력적인 모델이었다. 그리고 차두리의 상대는 무명 모델로 하되, 차두리의 짧은 머리와 거친 인상에 대비되는 모던하고 세련된 신세대를 배치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스쿼시 룸을 누빌 ‘표범과 독수리’는 마련된 셈이었다.

다음 고민은 포효하는 표범과 독수리를 어떻게 더 강렬하게 맞서도록 조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뭔가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포인트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채택된 것이 바로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기법. 영화 <매트릭스>를 필두로 수많은 영화, 광고 등에 널리 사용되어 온 이 기법은 순간적인 동작을 수많은 카메라로 동시에 잡아내고 이를 잇대어 편집함으로써 입체적 공간성과 행동의 역동적인 느낌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국내 CF에도 더러 모습을 보여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이 기법에 다시금 모험을 걸어 보았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찍어 오는 것으로 알려진 촬영에 순수 국내 기술진을 포진시킨 것도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표범의 포효, 독수리의 고공비행처럼 더 높게!
 
마침내 D-데이. 촬영장이 있는 불암산 기슭 남아세트장은 후텁지근한 날씨와 귀를 간지럽게 하는 매미소리로 제작진을 충분히 ‘갈증나게’ 만들었다. 일찌감치 촬영장을 찾은 ‘표범’ 차두리는 강렬한 외모와는 달리 밥 한 그릇을 겨우, 다소곳하게 비우고 사라지는(한밤중 아들을 위해 세트장을 찾은 부모님과 함께 조용히 귀가하는), 아직은 수줍고 말수 적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세트가 완성되고 일단 공을 앞에 두자 거침없는 야성을 뿜어냈다. 스토리보드의 핵심이라 할 오버헤드킥을 위해 결코 푹신하다 할 수 없는 세트 위를 수십 번이나 날아다녔다.
또 다른 근육질의 신세대 모델 ‘독수리’도 결코 뒤질 기세가 아니었다. 체육 전공자답게 원하는 포즈를 어렵지 않게 뽑아냈다. 비록 각도가 작고 완만하긴 했지만, 표범과 독수리의 동작을 타임 슬라이스로 잡아낼 30여 대의 카메라가 일제히 셔터를 터뜨리는 순간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틀 간의 사투와도 같은 촬영. 좋은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확신으로 굳어갔다. 정교한 CG를 필요로 하는 편집과 강렬한 파워로 브랜드를 외치는 녹음 역시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편집실과 녹음실, 광고주를 오가며 이뤄진 후반작업에서 차츰 발걸음이 경쾌해져 갔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표범과 독수리의 스쿼시 룸 결투는 제작진의 손을 떠났다. 부디 소비자의 가슴에 풀릴 길 없는 갈증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네버스탑 ‘스쿼시 룸’편은 제품의 판매는 물론 이미지 변신에 있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또 ‘어린’ 이미지를 벗어 버리면서도 ‘기성’이라 할만한 낡은 영토로까지 넘어갈 위험은 비껴갔다. 진지하고 치열하게 승부욕을 불사르는 두 모델의 이미지가 내일의 그라운드를 준비하는 ‘네버스탑 세대’의 감수성에 어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지면을 빌어 함께 성심을 다해 작업해 온 기획, 제작팀 동료와 어려운 고비마다 민첩하고 정확한 결정으로 힘을 실어준 광고주께 감사를 드린다.

축구는 축구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먼지 날리는 공터에도, 장대비 퍼붓는 질퍽한 진흙탕에도, 비좁은 동네의 뒷골목에도, 그리고 세계인을 한데 불러모을 브라운관에도, 2002년 축구대첩을 꿈꾸는 한국인의 가슴에도... 그리고 표범과 독수리의 열정이 넘치는 스쿼시 룸에도 ... 축구가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