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대로 ‘지나’라는 가수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다. 컴백 이후 각종 연예뉴스의 이슈가 됐는데, 컴백 관련 기사, 3D 뮤직비디오 관련 기사에 모두 ‘넷하드’라는 브랜드가 노출돼 언론을 통한 PR 효과 또한 적지 않았다.
2011년 한 해 동안 광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스마트(Smart)’라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종류를 불문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를 앞세우는 한 해였다. 심지어 똑똑해졌다는 ‘스마트 도넛’까지 출시되지 않았던가? 2011년 한 해 폭발적으로 출시된 수많은 IT 스마트 디바이스들 때문에 벌어진 사회현상이었다..
소비자 참여와 자발적 확산 유도
2011년은 IT 관련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광고인들에겐 정말 힘들었던 해였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수많은 신제품과 서비스 속에서 소비자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IT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에 클라이언트에게 신제품 OT를 받는 자리에선 수많은 영문 약자들과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개념들로 당황스러웠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 디바이스는 휴대성이 점차 강조되고 더 슬림해졌으며, 3G에서 4G로의 진화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정보량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생성된 디지털 정보의 양이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단 하루 만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새로운 IT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클라우드’라는 신개념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어인 클라우드(Cloud)란 구름을 의미하는 단어로, 형태가 없는 존재를 뜻한다. 이런 형태가 없는 자원적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웹을 통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각종 자료와 프로그램을 외장하드·USB·웹하드 등에 보관하며 가지고 다니던 불편함을 없애고,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료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이동통신사, 그리고 제조사까지 올해 출시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종류만 해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LG 넷하드는 기존 클라우드의 장점(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자신의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외장하드의 장점(유형의 개인화된 저장 매체에 저장할 수 있어 무형의 클라우드에 비해 안정감이 높다는 것)을 결합한 상품이었다. 즉 시장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바로 ‘넷하드’였다.
이런 넷하드를 커뮤니케이션함에 있어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TVC와 같은 매스미디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 확산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LG 스마트 넷하드 CATV ‘빅클라우드’편
트위터를 통한 지나와 고객들의 실시간 교감
본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 최초의 이슈는 모델이었다. 최신 IT 디바이스에 속하지만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본 제품에 대한 메인 타깃을 ‘한 가지 이상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 직장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타깃의 성향(남성, 세련됨, 유행에 민감)과 제품의 성향(막강한 기능, 새로운 제품)을 조합해 여러 모델을 후보로 두고 검증한 끝에 최종적으로 지나가 우리의 모델로 선정됐다. 지나는 수많은 걸그룹들 열풍 속에서 솔로라는 신선함을 지녔을 뿐 아니라, 남성들이 바라는 여성의 외적 워너비를 충족시키는 인물이었으며, 가창력과 인텔리전트한 이미지 등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까지도 검증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모델 선정 후 커뮤니케이션의 다음 이슈는 ‘무엇을 통해’ 넷하드의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최우선 목표인 비용적인 측면도 감안해야 했지만, 새로운 IT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달’ 방식을 탈피해 ‘참여를 통한 가치 학습’ 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우리는 전략의 기본방향을 ‘지나가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해 타깃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두었다. 대세인 3D에 발맞추어 지나의 컴백 타이틀 곡인‘ 탑걸’의 3D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해당 콘텐츠를 넷하드를 통해 최초 유포시키는 것이 그 핵심 전략. 이와 더불어 참여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으로 유저 스스로가 지나의 뮤직비디오에 백댄서로 출연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 SNS를 통해 확산되도록 했다.
이로써 넷하드 홈페이지로의 폭발적 유입 증대를 가능케 하면서 참여를 통해 즐거움을 함께 느낌으로써 넷하드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뮤직비디오 공개 이전에 티저 영상 및 넷걸 뮤직비디오('탑걸’의 개사 버전) 영상을 넷하드를 통해 최초 공개함으로써 사전 PR 작업도 병행했다.
아울러 15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지나의 SNS 영향력을 이용한 콘텐츠 전략, 트위터를 통한 컴백 전 팬 미팅 진행, 넷하드와 관련된 돌발퀴즈 정답자에게 지나가 직접 선물 쿠폰을 보내주는 이벤트 진행까지, 컴백 준비로 바쁜 스케줄이었지만 지나가 직접 팬들과 트윗을 하며 교감하는 이벤트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다소 복잡한 넷하드 서비스를 인지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케이블 및 극장용 광고를 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넷하드의 특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기존 뮤직비디오의 촬영 소스와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의 톤앤매너를 결합,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LG 스마트 넷하드 뮤직비디오 풀버전
온라인용 트레일러 ‘타임머신’편
어떻게 소비자를 즐기게 만들 것인가
이 모든 전략 집행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당초 예상대로 ‘지나’라는 가수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다. 컴백 이후 각종 연예뉴스의 이슈가 됐는데, 컴백 관련 기사, 3D 뮤직비디오 관련 기사에 모두 ‘넷하드’라는 브랜드가 노출돼 언론을 통한 PR 효과 또한 적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및 음원 판매량도 몇 주 간 상위권에 랭크되는 저력을 보여주었고,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9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SNS를 통한 사전미팅이라는 이벤트 역시 기사화되어 넷하드라는 브랜드를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렇게 넷하드와 함께 했던, 우리의 조금 낯설었던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스마트’한 이 시대에 광고의 ‘스마트’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 이번 커뮤니케이션이 남긴 가장 큰 숙제이자 메시지이다. 매체는 확장을 떠나 융합을 이루고 있고, 하루에 태어나고 사라지는 메시지의 수는 과부하라는 단어가 군색할 만큼 많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 ‘스마트 시대’라고 부르는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의 눈과 귀는 더욱 아날 로그화되어 간다. 볼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진 만큼 보지 않으려는 마음도 커졌으며,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닫아버리는 귀도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는 어떻게 ‘스마트’해져야 할까? 물론 명쾌한 답을 내릴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작은 진실 하나는 결국 스마트한 광고전략이란 ‘무엇과 무엇을 결합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그 결합을 통해 ’어떻게 소비자를 즐기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비자의 눈과 귀란 ’신민아의 콧날‘과도 같다. 그 콧날을 꺾고 그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즐거움’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서 스마트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 향후 커뮤니케이션 과제로 주어질 IT 신제품은 어떤 것이 될지 기대된다.
서장훈
BS9팀 대리 | davon@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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