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DDENBIRTH
다시, 악기의 시절
바다를 찾아 노래하던 추억도, 우아하되 소극적인 취미도, 꿈틀거리는 뮤지션의 야망도 한통속이다.
멋이라 비난하거나 낭만이라 미화해도 똑같다. 결국 당신의 악기는 가슴 뛰는 꿈에 이끌려 빌리거나 샀을테니까.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 박정현은 언젠가 말했다. "그냥 '유행'이 된 거 같아. 제발 기타 다시 안 나왔으면"
누군가 이렇게 지겨워할 정도로 어쿠스틱 기타는 우리들의 친숙한 소품이 됐다. '아마추어' 장재인의 기타, '아이돌' 아이유의 기타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든 탓이다. 이미 중고교에서는 실기 위주의 기타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각각의 동기로 기타를 둘러 맨 우리들의 목표는 사실 전문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튜닝이 엉망이어도, 코드가 좀 엇나가도 상관없다. 어느 정도 다룰 줄만 알면 그만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조금 더 생산적인 취미를 얻고 싶어서, 조금 더 아름다운 여가를 보내고 싶어서 우리는 악기를 택하기 때문이다. 휴대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기타의 대안, '우쿨렐레'가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박인희 앨범
언제부터 기타에 열광했나
때때로 기타는 우리를 머나 먼 낭만의 시절로 데려다준다. KTX는 물론 고속버스조차도 원활하게 운행되지 않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낡은 추억의 이야기다. 1940년대 대천해수욕장이 문을 열었고,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타지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게 되는데, 그래도 아득하게 먼 길이었다.
서울에서 대천까지 오가는 기차는 주말에만 다녔고 가는 데만 여섯 시간이 걸렸다. 접근성만 좋을 뿐 별 낭만 없는 황톳빛 서해와 완벽하게 비교되는, 날 잡아 오래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동해는 그 불편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가치를 얻어 피서철을 대표하는 휴양지로 부상하게 된다. 동경과 환상의 바다가 젊은이들을 자극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고, 1970년대 이르러 이 같은 여행문화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꽃을 피운다.
마침 해외 음악의 유입과 함께 포크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포크는 곧 그룹사운드로 확대되고, 대학가의 축제는 유망주들의 음악경연장으로 몸을 불리며 단과대는 물론, 학교별로 음악을 겨루는 경합이 시작됐다. 이어 방송국 주최의 대학가요제가 열려 스타 가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라디오와 TV를 장악한다. 청춘을 주축으로 이토록 음악이 융성했던 시기, 세상의 노래들은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대학생들은 유행처럼 기타를 익혔고, 무수한 초보 연주자들의 서툰 기타는 여름의 바다와 만나 어우러졌다.
해변을 등지고 모닥불 피워놓고 앉아 박수 치면서 부르는 사랑 노래들, 이를테면 박인희의 <모닥불>, 포크 듀오 바블껌의 <연가>,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로 시작하는 윤형주의 <라라라>는 한밤의 파도 소리와 섞였다. 이 같은 추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1년 전의 명절을 기점으로 다시 환기된다. 키워드는 세시봉.
<위대한 탄생`2> <슈퍼스타`K3>
왜 다시 기타일까
영국에는 '세 집 건너 한 집'에서 기타를 배운다는 속설이 있다. 통계는 없고, 따라서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영국은 비틀스와 롤링스톤즈를 배출한 나라, 여전히 수없이 많은 밴드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나라,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미국과 지금까지 경쟁할 수 있는, 여전한 음악 강국이다.
국내시장의 형편을 돌아보면 '세 집 건너 한 집' 수준에 당연히 못 미치지만, 예비 뮤지션 혹은 예비 연주자들을 만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멍하니 홍대 앞 카페에 앉아 창밖을 스쳐가는 사람들이 업고 있는 등짐만 구경해도 금방 실감하는 일이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를 비롯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선전만 훑어도 기타는 성역이 아니다. 어린 날 교양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다.
확실한 매체, TV를 통해서 우리는 문득 기타가 보편적인 악기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보긴 힘들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디 뮤지션이 등장했고, 클럽을 비롯해 신예가 노래할 수 있는 소극장이 늘어나 공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소속사에서 훈련된 슈퍼스타나 대단히 기량이 뛰어난 뮤지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부단한 연습을 통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일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을 때, 2008년의 <I’m Yours>와 <Lucky> 등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수수한 사랑노래가 음악시장을 강타했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구성된 그의 음악은 아름다웠고, 흉내 내기 어렵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영화 <원스>(2006)에서 흐르던, 피아노와 어우러진 단아한 기타 역시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모닥불도 없었고 해변도 없었지만 30여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낭만은 유지됐다. 자신은 물론 주변과 함께 만족과 미학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악기로 기타는 다시 회자됐다.
우쿨렐레, 악기 하나쯤 다루고픈 '현대인의 소박한 선망'
얼마 전 친구 하나가 동네 문화센터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이 소개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 같은 하와이 뮤지션, 국내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 등 본격 우쿨렐레 음악을 선보였던 선례들의 흔적이기도 하다. 문화센터 수료후 그는 사설학원에서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 우쿨렐레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 기존의 직장을 접을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 즉 프리랜서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성인은 물론, 엄마 손 잡고 찾아온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우쿨렐레는 모든 세대에게 널리 알려진 악기가 됐고, 익히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악기는 25만 원 전후, 백화점과 센터 등에서 배울 때는 10만 원, 사설학원을 찾아가 자격증 코스를 밟으면 30만 원이다. 악기 장만하려면 한 달 월급을 털어야 하는 피아노에 비교하면 남는 장사다. 그는 투자 차원에서 우쿨렐레 10대를 마련해 개인교습을 개시할 것이라며 한때 자신했지만, 다음 주 최종심사를 두고 '왜 이렇게 연습하기 싫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누군가는 우쿨렐레 붐을 두고‘ 현대인의 소박한 선망’이라 설명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제대로 다루는 악기 하나, 실전에 가깝게 즐기는 스포츠 하나가 있을 때 성립된다고 하는데, 작고 가벼워 휴대가 편한데다 기타보다 쉽다는(덧붙여 나일론 줄이라 손도 덜 아프다는) 평판 덕에 우쿨렐레는 여유 있는 삶을 가장 쉽게 실현해줄 수 있는 악기라 인식되기 때문이다. 평판은 평판일 뿐, 사실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다. 그래도 더듬더듬 겨우 선율을 흉내 내는 고된 기간을 지나가면 숙련된 연주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쿨렐레는 예쁜 소리를 낸다. 여행이 됐든 작은 행사가 됐든, 이 조그만 친구를 들고 가 연주하기만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연마하면 남을 가르칠 수도 있다. 그것이 눈앞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조금 과장하면 노후 대비가 될 수도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악기다.
우클렐레 비틀즈 제이슨 므라즈
낭만에 대하여
또 다른 친구의 본업은 뮤지션이지만 부업은 우쿨렐레 선생님이다. 기타 레슨으로 시작했으나 추세에 따라 우쿨렐레를 겸하게 됐고, 이젠 주객이 전도되어 우쿨렐레 강습이 압도적이다. 처음엔 알음알음 소개로 1:1로 시작했으나, 여덟명까지 한 자리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을 만큼 수강생이 늘었다.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인터넷 카페를 열어 수업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도 제공하게 됐다.
강습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제약이 생겼지만 해결은 생각보다 쉬웠다. 최근의 여러 무리들이 택하고 있는 방법, 즉 홍대 인근의 여러 카페들이 강습장이다.
우쿨렐레 강습에 찾아오는 이들의 80%는 여성이다. 왜 여성이 많을까? 누구나 연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때때로‘ 창작’에 대한 망상에 빠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비교적 '취미'에 만족한다고 한다. 여성들은 문화와 유행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흡수하는 강점이 있지만, 부담되는 모험 없이도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삐딱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것도 '멋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다.
‘멋’은 언제나 낭만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다를 찾아 노래하던 먼 옛날의 추억도, 우아하되 소극적인 취미도, 꿈틀거리는 뮤지션의 야망도 한통속이다. 멋이라 비난하거나 낭만이라 미화해도 똑같다. 결국 당신의 악기는 가슴 뛰는 꿈에 이끌려 빌리거나 샀을 테니까.
이민희
음악 칼럼니스트 | limini@paran.com
팝/재즈 전문 월간지 <프라우드>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국내 라이선스 팝 앨범 해설지 작성과 함께 여러 월간지에 대중문화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일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될까 고민하고 있는 중
다시, 악기의 시절
바다를 찾아 노래하던 추억도, 우아하되 소극적인 취미도, 꿈틀거리는 뮤지션의 야망도 한통속이다.
멋이라 비난하거나 낭만이라 미화해도 똑같다. 결국 당신의 악기는 가슴 뛰는 꿈에 이끌려 빌리거나 샀을테니까.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 박정현은 언젠가 말했다. "그냥 '유행'이 된 거 같아. 제발 기타 다시 안 나왔으면"
누군가 이렇게 지겨워할 정도로 어쿠스틱 기타는 우리들의 친숙한 소품이 됐다. '아마추어' 장재인의 기타, '아이돌' 아이유의 기타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든 탓이다. 이미 중고교에서는 실기 위주의 기타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각각의 동기로 기타를 둘러 맨 우리들의 목표는 사실 전문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튜닝이 엉망이어도, 코드가 좀 엇나가도 상관없다. 어느 정도 다룰 줄만 알면 그만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조금 더 생산적인 취미를 얻고 싶어서, 조금 더 아름다운 여가를 보내고 싶어서 우리는 악기를 택하기 때문이다. 휴대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기타의 대안, '우쿨렐레'가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박인희 앨범
언제부터 기타에 열광했나
때때로 기타는 우리를 머나 먼 낭만의 시절로 데려다준다. KTX는 물론 고속버스조차도 원활하게 운행되지 않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낡은 추억의 이야기다. 1940년대 대천해수욕장이 문을 열었고,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타지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게 되는데, 그래도 아득하게 먼 길이었다.
서울에서 대천까지 오가는 기차는 주말에만 다녔고 가는 데만 여섯 시간이 걸렸다. 접근성만 좋을 뿐 별 낭만 없는 황톳빛 서해와 완벽하게 비교되는, 날 잡아 오래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동해는 그 불편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가치를 얻어 피서철을 대표하는 휴양지로 부상하게 된다. 동경과 환상의 바다가 젊은이들을 자극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고, 1970년대 이르러 이 같은 여행문화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꽃을 피운다.
마침 해외 음악의 유입과 함께 포크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포크는 곧 그룹사운드로 확대되고, 대학가의 축제는 유망주들의 음악경연장으로 몸을 불리며 단과대는 물론, 학교별로 음악을 겨루는 경합이 시작됐다. 이어 방송국 주최의 대학가요제가 열려 스타 가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라디오와 TV를 장악한다. 청춘을 주축으로 이토록 음악이 융성했던 시기, 세상의 노래들은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대학생들은 유행처럼 기타를 익혔고, 무수한 초보 연주자들의 서툰 기타는 여름의 바다와 만나 어우러졌다.
해변을 등지고 모닥불 피워놓고 앉아 박수 치면서 부르는 사랑 노래들, 이를테면 박인희의 <모닥불>, 포크 듀오 바블껌의 <연가>,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로 시작하는 윤형주의 <라라라>는 한밤의 파도 소리와 섞였다. 이 같은 추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1년 전의 명절을 기점으로 다시 환기된다. 키워드는 세시봉.
<위대한 탄생`2> <슈퍼스타`K3>
왜 다시 기타일까
영국에는 '세 집 건너 한 집'에서 기타를 배운다는 속설이 있다. 통계는 없고, 따라서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영국은 비틀스와 롤링스톤즈를 배출한 나라, 여전히 수없이 많은 밴드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나라,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미국과 지금까지 경쟁할 수 있는, 여전한 음악 강국이다.
국내시장의 형편을 돌아보면 '세 집 건너 한 집' 수준에 당연히 못 미치지만, 예비 뮤지션 혹은 예비 연주자들을 만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멍하니 홍대 앞 카페에 앉아 창밖을 스쳐가는 사람들이 업고 있는 등짐만 구경해도 금방 실감하는 일이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를 비롯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선전만 훑어도 기타는 성역이 아니다. 어린 날 교양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다.
확실한 매체, TV를 통해서 우리는 문득 기타가 보편적인 악기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보긴 힘들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디 뮤지션이 등장했고, 클럽을 비롯해 신예가 노래할 수 있는 소극장이 늘어나 공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소속사에서 훈련된 슈퍼스타나 대단히 기량이 뛰어난 뮤지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부단한 연습을 통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일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을 때, 2008년의 <I’m Yours>와 <Lucky> 등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수수한 사랑노래가 음악시장을 강타했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구성된 그의 음악은 아름다웠고, 흉내 내기 어렵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영화 <원스>(2006)에서 흐르던, 피아노와 어우러진 단아한 기타 역시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모닥불도 없었고 해변도 없었지만 30여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낭만은 유지됐다. 자신은 물론 주변과 함께 만족과 미학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악기로 기타는 다시 회자됐다.
우쿨렐레, 악기 하나쯤 다루고픈 '현대인의 소박한 선망'
얼마 전 친구 하나가 동네 문화센터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이 소개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 같은 하와이 뮤지션, 국내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 등 본격 우쿨렐레 음악을 선보였던 선례들의 흔적이기도 하다. 문화센터 수료후 그는 사설학원에서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 우쿨렐레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 기존의 직장을 접을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 즉 프리랜서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성인은 물론, 엄마 손 잡고 찾아온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우쿨렐레는 모든 세대에게 널리 알려진 악기가 됐고, 익히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악기는 25만 원 전후, 백화점과 센터 등에서 배울 때는 10만 원, 사설학원을 찾아가 자격증 코스를 밟으면 30만 원이다. 악기 장만하려면 한 달 월급을 털어야 하는 피아노에 비교하면 남는 장사다. 그는 투자 차원에서 우쿨렐레 10대를 마련해 개인교습을 개시할 것이라며 한때 자신했지만, 다음 주 최종심사를 두고 '왜 이렇게 연습하기 싫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누군가는 우쿨렐레 붐을 두고‘ 현대인의 소박한 선망’이라 설명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제대로 다루는 악기 하나, 실전에 가깝게 즐기는 스포츠 하나가 있을 때 성립된다고 하는데, 작고 가벼워 휴대가 편한데다 기타보다 쉽다는(덧붙여 나일론 줄이라 손도 덜 아프다는) 평판 덕에 우쿨렐레는 여유 있는 삶을 가장 쉽게 실현해줄 수 있는 악기라 인식되기 때문이다. 평판은 평판일 뿐, 사실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다. 그래도 더듬더듬 겨우 선율을 흉내 내는 고된 기간을 지나가면 숙련된 연주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쿨렐레는 예쁜 소리를 낸다. 여행이 됐든 작은 행사가 됐든, 이 조그만 친구를 들고 가 연주하기만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연마하면 남을 가르칠 수도 있다. 그것이 눈앞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조금 과장하면 노후 대비가 될 수도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악기다.
우클렐레 비틀즈 제이슨 므라즈
낭만에 대하여
또 다른 친구의 본업은 뮤지션이지만 부업은 우쿨렐레 선생님이다. 기타 레슨으로 시작했으나 추세에 따라 우쿨렐레를 겸하게 됐고, 이젠 주객이 전도되어 우쿨렐레 강습이 압도적이다. 처음엔 알음알음 소개로 1:1로 시작했으나, 여덟명까지 한 자리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을 만큼 수강생이 늘었다.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인터넷 카페를 열어 수업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도 제공하게 됐다.
강습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제약이 생겼지만 해결은 생각보다 쉬웠다. 최근의 여러 무리들이 택하고 있는 방법, 즉 홍대 인근의 여러 카페들이 강습장이다.
우쿨렐레 강습에 찾아오는 이들의 80%는 여성이다. 왜 여성이 많을까? 누구나 연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때때로‘ 창작’에 대한 망상에 빠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비교적 '취미'에 만족한다고 한다. 여성들은 문화와 유행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흡수하는 강점이 있지만, 부담되는 모험 없이도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삐딱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것도 '멋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다.
‘멋’은 언제나 낭만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다를 찾아 노래하던 먼 옛날의 추억도, 우아하되 소극적인 취미도, 꿈틀거리는 뮤지션의 야망도 한통속이다. 멋이라 비난하거나 낭만이라 미화해도 똑같다. 결국 당신의 악기는 가슴 뛰는 꿈에 이끌려 빌리거나 샀을 테니까.
이민희
음악 칼럼니스트 | limini@paran.com
팝/재즈 전문 월간지 <프라우드>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국내 라이선스 팝 앨범 해설지 작성과 함께 여러 월간지에 대중문화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일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될까 고민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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