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 : off the record - 광고의 무게는 몇 g일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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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 the record  
광고의 무게는 몇 g일까?

새해를 딱 한 달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나는 응원해본다. 우리가 하는 일의 무게가,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의 무게가 결코 부족하지않기를.


광고는 쉬워야 한다. 초등학생이 봐도 다 이해해야 한다. 갓난쟁이 카피라이터일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이야기. 리뷰 때마다 웬만하면 나오는 이야기.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의 의구심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왜 그래야 해?’라고 늘 귀에다 속삭인다. '광고 타깃이 초등학생이야?' '요즘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소비자들을 바보로 아나...' 등등의 끊임없는 반론들이 입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물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혼자 떠든다거나, 노벨상 수상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광고라면 안 되겠지만(때론 이런 식의 광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난 여전히 광고는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수많은 광고들이 그 '쉽다'는 의미를 '가볍다'와 혼동하고 있는 듯 보일 때가 있어서일것이다.

'영혼의 무게는 21g'
영혼도 무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외과의사였던 던컨 맥두걸(Dunkan Macdugall)은 인간의 영혼 또한 하나의 물질이라는 가설 하에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사망 직전과 사망 직후의 몸무게를 정밀 측정하고, 사망시 발생하는 과학적 질량의 변화요소를 배제하고 남은 무게가 영혼의 무게일 것이라고 믿고, 미국 매사추세츠 도체스터에 자리하고 있는 폐병환자 요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그리고 이 실험을 통해 공통적인 무게의 차이 21g을 찾아낸다. 이런 저런 변수와 자연스러운 몸무게 감소 요인 등을 감안하고도 설명되지 않는 숫자 21g. 맥두걸과 실험에 참여한 동료 의사들은, 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량의 변화가 영혼의 무게라고 주장했고, 지금까지 암묵적인 영혼의 무게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광고는? TV광고의 예를 들어, 온에어가 끝나는 시점에서 브랜드 호감도나 광고 인지도가 얼마나 떨어지나 혹은 얼마나 올라가는가의 차이, 그 차이의 무게를 달아보면 그것이 광고의 무게일까? 후후, 물론 브랜드 호감도, 광고인지도 같은 것들이‘ 물질’이라는 가설 하에나 가능한 얘기지만 말이다.


                                                                                  영혼의 무게를 잰 사실을 알린 신문기사

'인생의 무게는 부족하지 않았다'
1년에 수 천 개의 광고가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진다. 이미 그 전에 수 만 개의 시안들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우리의 광고들은 소비자들을 만나기에 앞서 그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먼저 만나며,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많은 성형을 거친다.
여기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해하기 쉽다'의 기준이다. 누구의 눈에 쉽다는 것인가. 무엇이 쉽다는 것인가. 그 쉬워야 하다는 명제 아래, 세상에 나올 광고들이 가벼울 데로 가벼워져서 새 날아가는 소리처럼 휙휙 지나쳐 버릴까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그 새 날아가는 광고들이 얼마나 브랜드에 도움을 줄까?
아무리 광고에는 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는 그 무엇, 그것이 철학이든 정신이, 아이덴티티든, 그 무엇이 그 어느 한 부분에도 담겨있지 않다면 그 광고는, 최경주 선수가 말하는 '삽질'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아이디어를 내는 우리도,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당사자도 모두.
난 광고의 '쉬움'을 '절묘함'으로 해석하고 싶다. 브랜드 속성과 아이디어가 일치할 때의 절묘함도 있지만, 광고를 완성해나가는 모든 요소들의 적절한 배합. 그 절묘함이 쉬운 광고를 매력적인 광고로 보이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가다 보면 광고의 무게가, 더 나아가서는 브랜드의 무게가 우리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늘 가슴에 묻고 있는 글귀들 중 하나, 어떤 그리스 철학자가 동굴에 써갈겨놓은 글귀가 있다. "인생의 무게를 재어보았더니 부족하지 않았다." 가벼운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도 아닌, 저 만족의 무게.
새해를 딱 한 달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나는 응원해본다. 우리가 하는 일의 무게가,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의 무게가 결코 부족하지 않기를.


조성은
채은석 GCD팀 ACD | chocopy@hsad.co.kr 
매력적인 오답에서 예기치 못한 정답으로.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