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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그 매력적인 이야기
브랜드가 ‘전설’이 된다는 것. 광고장이와 마케터들이 꿈꾸는 가장 큰 성공일 겁니다.
몇몇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설’ 브랜딩, 그래서 더 눈에 띕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경기. 인상 깊었던 선수.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우리는 역사적인 기억을 남긴 대상에게 ‘전설’이라는 멋진 말을 붙입니다. 브랜드가 전설이 된다는 것. 광고장이와 마케터들이 꿈꾸는 가장 큰 성공일 겁니다. 몇몇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설’ 브랜딩, 그래서 더 눈에 띕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사건을 접목시키기도 하고, 예전 인기 있었던 이야기를 살려내기도 합니다. '전설'을 통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지켜 두고 볼 일이지만, 광고적으로는 재미있는 시도 같습니다.
Back for the Future
예전에 크게 히트했던 영화, <Back to the Future>. 오래 전 영화지만 누구나 마이클 제이 폭스를 기억하고, 타임머신을 제조해 낸 특이한 외모의 박사를 기억합니다. 속편까지 나올 만큼 인기를 끌었었죠. 나이키는 이 영화를 다시 살려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블레이드로 신나게 질주합니다. 나이키는 마이클 제이 폭스가 신었던 그 운동화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1,500켤레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운동화는 이베이에서 옥션을 통해 판매되었습니다. 수익금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에 전달돼 파킨슨병을 연구하는 데 쓰이게 되죠. 운동화를 미처 구매하지 못한 사람은 기부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그 때 그 박사'가 등장하는 광고는 옛 기억을 되살려냅니다. 영화와 다르지 않게 유머러스합니다. 캠페인의 목적은 안타깝게 투병중인 주인공을 위한 것이지만, 익숙한 장면을 다시 보니 반가워집니다. 'Back to the Future'에서 'Back for the Future'로 바뀐 타이틀은, 파킨슨병을 앓는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듯합니다. 나이키 같이 큰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좋은 캠페인입니다.
나이키 'Back to the Future' 캠페인
스니커즈의 구명 운동
나이키가 마이클 제이 폭스를 위해 전설을 되살려냈다면, 스니커즈는 불운의 스포츠 스타를 위해 옛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1993년 추수감사절,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마이애미 돌핀즈의 역사적인 미식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큰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Leon Lett의 불운은 이 경기에서 시작됐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Leon은 다 잡은 공을 실수로 놓쳐 버린 거죠. 팀은 패배했고, 언론과 팬은 그를 공곡의 적으로 몰아붙였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스니커즈는 이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Leon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며 다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때 같이 경기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그들은 증언합니다. 모두가 "Play Hungry” 하라고 외쳤기에, Leon은 말 그대로 Hungry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고, 배고팠기에 공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팀 담당 전문의도 만납니다. 전문의는 그날의 Leon의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위가 비어 있는 게 확실하다고 증언합니다. 오디오 전문가는 공을 놓친 순간의 Leon의 목소리를 복원해냅니다. 사운드가 늘어져서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Leon은 공을 놓치며 "I’m hungry" 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모두가 그날의 Leon의 'hungry'에 대해 증언합니다. 스니커즈는 제안합니다. 이제 그만 Leon을 용서하자고. 그날 Leon이 스니커즈를 먹고 뱃속이 든든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스니커즈다운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이 의견에 동의한다면, NFL 마이크로 사이트로 가서 Leon을 용서해주면 됩니다. 2만 5,000번의 용서를 받으면, Leon은 올해 열리는 댈러스와 마이애미의 재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Leon은 말합니다. 헝그리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되, 말 그대로 배고픈 상태로는 출전하지 말라고. 스니커즈다운 재미있는 이벤트입니다.
스니커즈
축구를 전설로 재현해낸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실제 이야기나 기억을 되살리기보다, 전설의 축구스타들을 등장시켰습니다. 그들은 축구의 신으로 묘사됩니다. 하이네켄을 즐기며 축구를 관람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관람하는 축구는 우리가 아는 축구보다 근사합니다.
첫 번째 경기는 팡테옹에서 열립니다. 팡테옹은 빅토르 위고나 알베르 카뮈가 안장돼 있는, 프랑스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건장한 글래디에이터들이 축구의 신들에게 하이네켄을 바치면(?) 경기는 시작됩니다. 음악과 장소, 톤앤매너가 모두 웅장하고 클래식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듯 진지합니다.
두 번째는 오페라에서 열립니다. 수준 높은 오페라들이 공연되는 파리의 유서 깊은 극장. 축구의 신들은 이곳에 앉아 천사들로부터 하이네켄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축구는 시작되죠. 천장에는 천사들이 떠있고, 공은 중앙무대를 향해 날아갑니다. 하이네켄은 이 경기를 'Heineken Legendary Football'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캠페인은 2011년과 2012년 UEFA 챔피언스 리그를 후원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유럽축구와 늘 함께하는 유럽맥주다운 발상입니다.
하이네켄
하이네켄 팡테옹
하이네켄 오페라
전설이 되고 싶은 도미노 피자
도미노 피자 저팬은 스스로 전설이 되고 싶어 합니다. 올해로 아시아 진출 25주년을 맞은 도미노. 그들은 엉뚱한 생각을 해냅니다.
화면엔 우주복을 입은 도미노 피자 저팬의 사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 있게 외칩니다. 가장 먼저 달나라에 도미노 피자 지점을 내겠다고. 비현실적으로 보여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는 프로젝트. 하지만 도미노 피자는 진지합니다. 그곳에 우주선을 세우고 피자를 만들면 얼마가 드는지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합니다. 당장은 못 세우겠지만 그 꿈을 언젠가는 실현시킬 것이며, 인류의 큰 도약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꿈을 잃지 말자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내가 주문한 피자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지 웹에서 확인할 수 있게 실시간 피자 메이킹 중계-Pizza Tracking Show를 했던 도미노 저팬. 사람들은 이번에도 도미노 피자가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여깁니다.
그들의 꿈이 실현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도미노 피자
전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설의 가장 큰 힘은 사람들에게서 잊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차범근의 멋진 골을 기억하듯, 브랜드들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 합니다.
절묘하게 영화 속 슈즈를 살려낸 나이키와 옛 스포츠 스타를 등장시킨 스니커즈. 그리고 전설적인 스타를 멋지게 등장시킨 하이네켄. 이미 그들의 브랜드는 전설입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멋진 브랜드들이니까요
신숙자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전설, 그 매력적인 이야기
브랜드가 ‘전설’이 된다는 것. 광고장이와 마케터들이 꿈꾸는 가장 큰 성공일 겁니다.
몇몇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설’ 브랜딩, 그래서 더 눈에 띕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경기. 인상 깊었던 선수.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우리는 역사적인 기억을 남긴 대상에게 ‘전설’이라는 멋진 말을 붙입니다. 브랜드가 전설이 된다는 것. 광고장이와 마케터들이 꿈꾸는 가장 큰 성공일 겁니다. 몇몇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설’ 브랜딩, 그래서 더 눈에 띕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사건을 접목시키기도 하고, 예전 인기 있었던 이야기를 살려내기도 합니다. '전설'을 통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지켜 두고 볼 일이지만, 광고적으로는 재미있는 시도 같습니다.
Back for the Future
예전에 크게 히트했던 영화, <Back to the Future>. 오래 전 영화지만 누구나 마이클 제이 폭스를 기억하고, 타임머신을 제조해 낸 특이한 외모의 박사를 기억합니다. 속편까지 나올 만큼 인기를 끌었었죠. 나이키는 이 영화를 다시 살려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블레이드로 신나게 질주합니다. 나이키는 마이클 제이 폭스가 신었던 그 운동화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1,500켤레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운동화는 이베이에서 옥션을 통해 판매되었습니다. 수익금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에 전달돼 파킨슨병을 연구하는 데 쓰이게 되죠. 운동화를 미처 구매하지 못한 사람은 기부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그 때 그 박사'가 등장하는 광고는 옛 기억을 되살려냅니다. 영화와 다르지 않게 유머러스합니다. 캠페인의 목적은 안타깝게 투병중인 주인공을 위한 것이지만, 익숙한 장면을 다시 보니 반가워집니다. 'Back to the Future'에서 'Back for the Future'로 바뀐 타이틀은, 파킨슨병을 앓는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듯합니다. 나이키 같이 큰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좋은 캠페인입니다.
나이키 'Back to the Future' 캠페인
스니커즈의 구명 운동
나이키가 마이클 제이 폭스를 위해 전설을 되살려냈다면, 스니커즈는 불운의 스포츠 스타를 위해 옛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1993년 추수감사절,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마이애미 돌핀즈의 역사적인 미식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큰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Leon Lett의 불운은 이 경기에서 시작됐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Leon은 다 잡은 공을 실수로 놓쳐 버린 거죠. 팀은 패배했고, 언론과 팬은 그를 공곡의 적으로 몰아붙였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스니커즈는 이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Leon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며 다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때 같이 경기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그들은 증언합니다. 모두가 "Play Hungry” 하라고 외쳤기에, Leon은 말 그대로 Hungry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고, 배고팠기에 공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팀 담당 전문의도 만납니다. 전문의는 그날의 Leon의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위가 비어 있는 게 확실하다고 증언합니다. 오디오 전문가는 공을 놓친 순간의 Leon의 목소리를 복원해냅니다. 사운드가 늘어져서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Leon은 공을 놓치며 "I’m hungry" 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모두가 그날의 Leon의 'hungry'에 대해 증언합니다. 스니커즈는 제안합니다. 이제 그만 Leon을 용서하자고. 그날 Leon이 스니커즈를 먹고 뱃속이 든든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스니커즈다운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이 의견에 동의한다면, NFL 마이크로 사이트로 가서 Leon을 용서해주면 됩니다. 2만 5,000번의 용서를 받으면, Leon은 올해 열리는 댈러스와 마이애미의 재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Leon은 말합니다. 헝그리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되, 말 그대로 배고픈 상태로는 출전하지 말라고. 스니커즈다운 재미있는 이벤트입니다.
스니커즈
축구를 전설로 재현해낸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실제 이야기나 기억을 되살리기보다, 전설의 축구스타들을 등장시켰습니다. 그들은 축구의 신으로 묘사됩니다. 하이네켄을 즐기며 축구를 관람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관람하는 축구는 우리가 아는 축구보다 근사합니다.
첫 번째 경기는 팡테옹에서 열립니다. 팡테옹은 빅토르 위고나 알베르 카뮈가 안장돼 있는, 프랑스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건장한 글래디에이터들이 축구의 신들에게 하이네켄을 바치면(?) 경기는 시작됩니다. 음악과 장소, 톤앤매너가 모두 웅장하고 클래식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듯 진지합니다.
두 번째는 오페라에서 열립니다. 수준 높은 오페라들이 공연되는 파리의 유서 깊은 극장. 축구의 신들은 이곳에 앉아 천사들로부터 하이네켄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축구는 시작되죠. 천장에는 천사들이 떠있고, 공은 중앙무대를 향해 날아갑니다. 하이네켄은 이 경기를 'Heineken Legendary Football'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캠페인은 2011년과 2012년 UEFA 챔피언스 리그를 후원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유럽축구와 늘 함께하는 유럽맥주다운 발상입니다.
하이네켄
하이네켄 팡테옹
하이네켄 오페라
전설이 되고 싶은 도미노 피자
도미노 피자 저팬은 스스로 전설이 되고 싶어 합니다. 올해로 아시아 진출 25주년을 맞은 도미노. 그들은 엉뚱한 생각을 해냅니다.
화면엔 우주복을 입은 도미노 피자 저팬의 사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 있게 외칩니다. 가장 먼저 달나라에 도미노 피자 지점을 내겠다고. 비현실적으로 보여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는 프로젝트. 하지만 도미노 피자는 진지합니다. 그곳에 우주선을 세우고 피자를 만들면 얼마가 드는지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합니다. 당장은 못 세우겠지만 그 꿈을 언젠가는 실현시킬 것이며, 인류의 큰 도약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꿈을 잃지 말자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내가 주문한 피자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지 웹에서 확인할 수 있게 실시간 피자 메이킹 중계-Pizza Tracking Show를 했던 도미노 저팬. 사람들은 이번에도 도미노 피자가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여깁니다.
그들의 꿈이 실현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도미노 피자
전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설의 가장 큰 힘은 사람들에게서 잊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차범근의 멋진 골을 기억하듯, 브랜드들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 합니다.
절묘하게 영화 속 슈즈를 살려낸 나이키와 옛 스포츠 스타를 등장시킨 스니커즈. 그리고 전설적인 스타를 멋지게 등장시킨 하이네켄. 이미 그들의 브랜드는 전설입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멋진 브랜드들이니까요
신숙자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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