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0 : DDGM - 광고학의 성지, 일리노이를 가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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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GM
광고학의 성지, 일리노이를 가다

이번 연수는 'DDGm(Discover the difference in Global marketing)'이라는 타이틀처럼, 글로벌 마케팅의 새로운 흐름을 읽고 마케팅 관련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업에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2011년 7월 30일, 난생 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세계의 곡창지대로, 광활한 옥수수 밭에서 길을 잃으면 그대로 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일리노이의 어바나 샴페인. 이번 미국행의목적은 'DDGM'이라고 명명된 회사의 광고 교육 연수로, HS애드와 LBEST 14인이 함께 했다.
비행은 지루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대한항공 AVOD 시스템의 은혜로 영화 4편을 연이어 보았고, 하늘 길에 우연히 만난 안면 있는 승무원의 배려로 몇 잔의 Jin & Dry와 손가락이 짭짤해질 정도로 상당량의 Fisher 꿀 땅콩을 먹었다. 그러길 14시간, KE38기는 일리노이 대평원 상공에서 천천히 고도를 낮추었다. 창밖으로 내려다 본 일리노이는 지평선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드넓은 대지 위에 옥수수로 수놓아진 녹색 융단 같았다. 그리고 저 멀리 시카고의 고층빌딩들이 보드게임판 위에 세워진 장난감마냥 덩그러니 서있었다.

휴식 같은 연수? 진짜 타이트한 연수!
이번 연수는 'DDGM(Discover the difference in Global Marketing)'이라는 타이틀처럼, 글로벌 마케팅의 새로운 흐름을 읽고 마케팅 관련 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업에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처음 연수 소식을 들었을 땐 '설마 12박 13일 동안 공부만 할까? 미 대륙을 즐길 자유시간도 있겠지'라며 첫 미국행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출국 전 받은 브리핑에서 회사는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12박 13일 동안 컴팩트하게 구성된 수업은 고농도로 농축된 학교수업에 가까웠다. 빈틈없이 구성된 커리큘럼, 그리고 연수 후 제출해야 하는 과제에서 회사가 바라는 연수의 취지와 목적을 진정성 있게 느낄 수 있었다. 공부라… 사실을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광고 관련 공부를 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난독증을 핑계로 책을 멀리하고 오로지 컴퓨터 스크린과 현업을 통해 넓고 얕게 광고를 배웠다. 학창시절 때도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미국에서 원어로 수업을 듣고 숙제까지 하자니 비행기에서부터 엉덩이가 저려왔다.
시카고에 도착한 14인의 교육생은 오헤어공항에 모여 일리노이대학이 있는 어바나 샴페인행 국내선으로 환승했다. 어바나 샴페인은 미국의 대표적 대학도시로, 학교 주변은 온통 옥수수밭과 콩밭뿐이어서 딴청 피울 겨를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지닌 시골이었다. 심지어 미국을 갈 때까지 다 가본 대한항공 담당 AE조차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례없는‘ 깡촌’으로 전형적인 백인 시골마을이었다.
혹자는 이럴 것이다. 왠 시골마을로 광고연수? 미국의 마케팅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뉴욕 같은 대도시로 가지 왜 어바나 샴페인이라는, 전혀 미국 도시 같지 않은 지명의 일리노이 대학이야?
하지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광고라는 상업행위를 학문으로 정립시키고 제대로 된 학과를 설립해 처음으로 교육하기 시작한 곳이 이곳 일리노이 대학의 광고학과였다.


일리노이대 연수과정 강의프로그램

'Father of advertising education'
일리노이대학 광고학과를 설립한 샌디지(Charles H. sandage) 교수는 흔히 '광고 교육의 아버지(Father of advertising education)’라 불린다. 그는 초기 미국 대학의 광고교육을 실기 중심에서 이론 중심으로 지향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1949년 일리노이대학에 광고학과를 설립해 수많은 광고인과 학자를 양성했다. 그가 배출한 걸출한 인물들이 현재 미국의 광고학계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와 관련된 학문적 접근은 물론 광고 기저의 문화적 메시지까지 중요시하는 일리노이대학의 광고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고, 교수의 이름이 포함된 The Charles H. sandage department of advertising이라는 학과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학과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이번 연수는 일리노이대학 광고학과 함창대 교수님의 도움이 매우 컸다. 함 교수님은 예전 LG애드(현 HS애드)에서 싸이월드 및 올림푸스를 담당했던 AE 출신으로, 어느 날 홀연히 미국 유학의 길을 떠나셨던 분. 함 교수님은 전체 연수프로그램의 교육내용 초안 구성과 현지에서의 숙식·이동·표 끊기·줄 서기·식당 예약 그리고 강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세심하게 배려해주셨다. 그 세심함과 꼼꼼함에서 예전 현업 시절의 AE, 함창대 부장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리노이대 해외연수 참가자 단체사진

기본에의 탐구 = 미국의 힘
이번 DDGM 연수는 일리노이대학에서의 아카데믹한 강의와 시카고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듣는 실제적인 강의 등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됐다. 일리노이 교수진으로부터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소비자 행동, 디지털 광고 전략, 평판 관리(Reputation Management), 디지털 환경에서의 미디어 운용(Media Presentations in the Digital Era) 등 그들이 현재 연구하고 있거나 현재 미국 광고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상을 아카데믹하게 해석한 강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시카고에서는 BBDO, DraftFCB 등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그들이 진행한 혹은 진행중인 광고 캠페인을 소재로 우리의 궁금증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연수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광고에 관련된 작은 현상을 소재로 논문을 쓰고 끊임없이 연구해 그 현상을 학문적으로 해석해내고 모델화시키는 그들의 노력과 그것을 현업에 적용하는 산학협동이 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연구이다. 최근의 소비자는 하나의 매체로부터 정보를 얻지 않는다. TV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고 혹은 이상의 다른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커다. 멀티태스킹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였을 때 가장 기억에 남고 효과적인지를 그들은 계량하고 리서치하여 모델화시킨다. 또한 대학 내부 상당 지역을 할당해 일반기업에게 내주고 학교와 협력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학생들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벤처 양성 시스템 또한 잘 갖추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광고 관련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광고모델의 대부분과 기획서에 들어가는 몇 가지 마케팅적 단어들, 성공사례 중 많은 부분이 그들의 것이다. 물론 그들의 광고 관련 역사가 더 깊고 광고학을 만든 것 또한 그들이다. 하지만 광고를 함에 있어 근본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인간을 이해하려는 열망이나 인간행동의 모델화에 능숙했다.



시카고 소재 DraftFCB 견학                                               일리노이대 내 YAHOO 연구센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광고 관련 논문과 서적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현업에서 몸으로 배운 실전지식과(사실 지식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노하우와 감이다), 인터넷에서 습득한 얄팍한 몇 가지 단어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난 스스로가 오럴(Oral) AE라 나를 부른다. 입으로는 이것저것 말할 수 있고, 기본에서 오는 묵직한 지식이 필요할 때는 그것을 알 만한 사람에게 일을 부탁한다. 물론 나를 제외한 대다수의 광고인들은 오럴 AE가 아닌 생각하는 브레인(Brain) AE로 끊임없이 마케팅과 트렌드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배운 것을 현업에 적용코자 노력중일 것이다.
이제 광고회사에 입사한 지 거의 9년이 다되어간다. 그동안 너무 현업에만 매달렸고 내 자신이 너무 배움에 게을렀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의 난 모래 위에 서있는 기본 없는 누각과도 같다.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배움의 즐거움을 너무 멀리했고 진짜 지식이 아닌 얄팍한 잔기술로 9년을 먹고 산 것 같다. 이번 DDGM은 미국의 최신 광고 트렌드를 배웠다는 배움의 즐거움보다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깨우침을 준 점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이런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깨우침을 준 회사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우들이 DDGM의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


서경종
BS2팀 차장 | marstour@hsad.co.kr

입사 후 8년째 CR하고 싶다 윗분들 설득중인 AE.
에이이~. 씨알도 안 먹히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