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0 : off the record -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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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 the record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이럴 때,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게 편지를 써보자.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마음은 오히려 무섭도록 명확해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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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없는 산토리니에서의 편지
한때 유행했던 노래제목으로 편지쓰기다. 교묘하게 문장이 되는 노래제목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우리나라엔 가슴 절절한 사랑노래들이 참 많다. 이별노래는 더욱 많다. 무엇이 그리도 사람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리도 수많은 사람들의 긴긴밤을 홀로 지새우게 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혹은 떠나간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가사를 써 내려갔을 테니 노래 하나가 근사한 편지 한 통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마음에 아름다운 선율까지 더해지니 노래만큼 뾰족한 편지가 어디 있겠는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본부의 <나는 가수다>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가사에 꽂혀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인순이의 '아버지'가 그랬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한 소절 한 소절 써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가장 최근에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지? 음… 부모님께 드렸던 생일카드? 5분 전에도 써서 기획들에게 넘겨버렸던 이메일?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긴 호흡으로 써 내려갔던 편지는 아마도 5년 전 그 곳에서 썼던 그 편지가 마지막일 것이다. 그 곳은, 산토리니였다. 나를 절대로 현실에 다시 데려다 놓지 않을 것 같았던 지중해에 취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퍼부어 버렸던 편지 한 통. 그런데 나는 그 편지를 어느 카페에 두고 나와버렸다. 그걸 알아차린 건 이미 다른 섬으로 떠나는 배 안에서였고, 결국 나의 편지가 아무에게도 읽히지 못할 편지가 된 걸 생각하고 나는 씁쓸하게 웃어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편지는 수신자에게 정확히 도착해 있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이다. 그냥 추측해 보건대 마음씨 좋은 카페 주인이 친절히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주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그 때의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 답장이 없었으므로….

답장이 좀 늦으면 어떤가 
바람이, 하늘이 너무 좋은 요즘이다. 기나긴 비의 날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 9월의 하늘은 눈이 부시다 못해 얄미울 지경이다.
그리고 봄바람보다 더 알랑대는 가을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이럴 때,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게 한 번 편지를 써보자.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마음은 오히려 무섭도록 명확해졌을지 모른다. 답장이 좀 늦으면 어떤가. 브랜드를 어떻게 브랜딩해야 할지 당신의 생각만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에게 쓰기가 어색하다면? 그렇다면 이 노래처럼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조성은
채은석 GCD팀 ACD | chocopy@hsad.co.kr 

매력적인 오답에서 예기치 못한 정답으로.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