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0 : WiseBell - 想像力資本主義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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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seBell  
想像力資本主義

겨우 한류라는 컨텐츠로 영역을 유지하기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불을 지피는 우리의 지적 펀드멘털이 너무 부실하다. 그러므로 한류의 얄팍한 성공에 편승하기 전에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창작자를 길러 내는 교육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아직도 내겐 초등학교라는 말보다는 국민학교라는 말이 한결 익숙하다. 전학을 왔던 아현동의 작은 달동네 국민학교는 도시락 하나 변변하게 싸오는 애들도 드물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우리네 부모님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정도 누추함은 호강이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나마 학군 좋다는 그 지역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써 갖고 있던 변두리 작은 집을 팔아치운 우리 식구는 장남 뒷바라지라는 명분 아래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지내는 오붓한 시절을 보냈다. 학군 따라 이사를 가고 이사를 오는 풍습이 사라지길 기원하던 마음은 독재타도만큼이나 간절한 시대의 소망이었다. 대통령이 몇 번 바뀌고, 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을 치르고, 아이들은 자라 다시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
그 미풍양속(?)은 더욱더 견고해지고 영리해졌으며 더 시장적이고 덜 철학적으로 진화했다.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공부 잘하는 애들과 공부 못 하는 애들이야 어느 시절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지만 전 국민이 소위 일류대병에 걸려 삶을 탕진하는 현상은 유별난 일임이 틀림없다. 대학 시험 보는 날이면 온 나라가 긴장을 하고 시험이 끝나면 신문과 뉴스들이 앞다투어 문제들을 풀어대며 사돈의 팔촌 수능 성적까지 걱정해주는 나라. 하기야 밤업소에서조차 대학 다닌다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나라인 걸 보면 이놈의 간판지상주의는 어떻게 해야 치료가 되는지 답답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 자식만 잘났다고 대중에서 일탈하여 섣부른 모험을 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용기가 가당치 않고….어쨌거나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는 이 땅의 아이들을 보면 소파 선생의 가슴이 어떨지. 못난 어른들, 비겁한 어른들, 우둔한 어른들이 많은 사회는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들 나이 때 마음껏 펼쳐야 할 상상력을 짓밟아 버린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져 노동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적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바보 같은 어른들은 이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아이가 비록 천재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가장 큰 능력은 어른들에게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으며,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맛바람의광풍에 아이들의 눈과 귀를 맡기는 일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상상력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상은 지금 창의력 자본주의 시대 혹은 상상력 자본주의 시대라고 떠드는 데 말이다. 겨우 한류라는 콘텐츠로 명맥을 유지하기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불을 지피는 우리의 지적 펀드멘털이 너무 부실하다. 그러므로 한류의 얄팍한 성공에 편승하기 전에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창작자를 길러 내는 교육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말대로 휴대전화를 든 원숭이들이 득실거리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려면 뇌가 마음껏 춤출 수 있게 독려하고 격려해야 한다. 우리 광고가 여전히 독창성에 허덕이는 것도 우리 사회의 경직성-그것은 어릴 때부터 정답 맞추기만을 강요받고 자라온 사람들이 모여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결과가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화석화된 뇌의 양산은 이제 더는 불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마음껏 오답을 말할 수 있도록 하자. 정답은 반복이지만 오답은 창조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교육이다.

이현종
CCO (Chief Creative Officer) jjongcd@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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