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모색, ‘Upcycle Design’
업사이클 디자인의 가장 쉬운 예로는 각종 행사와 홍보 등에 사용되는 현수막을 모아 친환경 세재로 깨끗이 세탁해 가방·필통· 인형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요즘 디자인 분야의 대세는 무엇일까
디자인 분야에서의 대세라 하면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논의되고 이슈화되고 있는, ‘착한 디자인’이라 일컬어지는 ‘친환경 디자인’ 일 것이다.
그린 디자인, 에코 디자인, 생태 디자인 등 다양한 표현으로 불리는 친환경 디자인은 제품의 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품의 기능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는 환경오염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 등을 최소화하며, 긴 수명으로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고, 소비자가 사용할 때도 에너지 소비가 적으며, 사용 수명이 다한 것에 대해서는 폐기하기 쉽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등 인간을 넘어 환경을 배려하는 것이다. 즉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과정·결과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인 것이다.
<그림1> 페니캔디의 쿠션 <그림2> 터치포굿의 필통
친환경 디자인의 배경과 시작
20세기 후반의 지구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 식량과 물 부족에 처했으며 무분별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에너지 소비 증가, 자연환경 오염 등의 문제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물리적 성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자연환경과 자원 보존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 함을 인식하고 점차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1972년 UN 스톡홀름회의에서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로 한 국제회의가 열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으며, 1986년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증진시키는 과정으로 생태계의 환경 용량 내에서 인간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에도 계속 환경문제가 가장 큰 글로벌 이슈로 지속되면서 실제적으로 도시·건축·제품 등에 접목되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친환경 디자인이 트렌드가 되었다.
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방법론, 업사이클 디자인
친환경이 일상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 제품은 대중 속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대중들은 친환경 디자인이라 하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환경오염 방지, 또는 친환경 소재 사용, 혹은 버려지는 것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 등 단순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리폼(Reform)이나 리디자인(Re-design) 등 약간의 디자인을 변경해 재사용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리사이클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
리사이클(Rycycle)이 ‘버려지는 것들 본래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그대로 재사용’한다는 1차원적인 의미의 재활용이라면, ‘버려지는 것들을 원래보다 더 가치 있는 쓰임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개념이 최근 새롭게 떠오르면서 디자인 분야에서는 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 디자인이란 ‘재료를 재활용해 디자인을 입혀 그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하는 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소재의 원재료가 무엇이고 어떠한 과정으로 디자인되어 소비자에 게까지 전해졌는지 숨겨진 시각적 단서를 통해 드러난 다는 점이다.
여기서의 ‘시각적 단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자전적 스토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으로, 제품이 가진 기능적 경제적인 효과 외에 리얼한 제품의 메이킹 필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3> '무한도전'의 에코백 만들기 <그림5> 나이키와 아디다스
<그림4> 프라이탁의 가방
업사이클 디자인과 대중의 만남
업사이클 디자인의 가장 쉬운 예는 각종 행사와 홍보 등에 사용되는 현수막을 모아 친환경 세재로 깨끗이 세탁해 가방·필통·인형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지자체나 기관에서 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안으로, 디자이너를 초청해 진행하거나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계획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대중적으로 업사이클 디자인 개념이 알려진 것은 유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이다.
프로그램 소재로 사용되었는데,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편에서는 WM7 때 사용했던 현수막과 천들을 이용해 에코백을 디자인 하는 모습을 방영하고 온라인상으로 경매를 진행했으며, <Korea Top Model>에서는 비닐봉투나 면장갑을 이용해 만든 의상 등 업사이클 디자인 컨셉트의 화보를 미션으로 진행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업사이클 디자인과 브랜드의 시작
업사이클 디자인은 이미 상업적,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입증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업사이클을 통한 고가 유명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이다. 프라이탁은 수명을 다한 화물차 덮개 ·자동차·자전거 페타이어·폐천·안전벨트 등을 이용해서 1990년 중반부터 가방을 만들어 왔다. 이 가방들은 제품 재료와 디자인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반 가방과 다를 바 없어 보일 정도로 디자인이 탁월하다. 또한 소비자들이 일반 가방에 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프라이탁의 가방을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는 ‘만들어지는 재료’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글로벌 최대 이슈인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화두로 내세운 것은 물론, 스위스 취리히의 신체 장애우들이 있는 공방에서 한땀 한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나만의 1:1 맞춤 디자인이 가능하게끔 온라인을 통해 디자인을 주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모두 다른 재료로 모두 다르게 디자인된 가방을 받게 된다.
이와는 다르게 프로모션의 개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 로고 두 개가 반반씩 들어간 독특한 모습의 티셔츠는 국내 디자이너의 합작으로 최소 수량만 한정판으로 만들어져 이슈화되기도 했으며, 브랜드에서 나온 축구공이나 농구공등이 모자 등의 패션 액세서리 형태로 변형되어 상업 전시공간의 디스플레이 소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업사이클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을 넘어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실험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공간·건축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친환경은 미래 소비의 무대이다
이미 친환경은 미래의 소비 과정이고 목표이며, 결과이자 무대가 되었다. 따라서 디자인 자체가 매우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기까지 하며 각각의 매력적인 디자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업사이클 디자인은 환경과 인간이 더욱 즐겁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당분간 디자인 분야의 대세로 지속될 것이다.
구선아
BTL 마케팅팀 대리 | koosuna@hsad.co.kr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노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여봐란 듯이 하면서 사는 농익은 아트디렉터를 꿈꾸는 어설픈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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