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빙 & 칠링 & 픽시 = ‘It Life’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인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인지 전날 밤을 뜨겁게 불태운 젊은이들은 다음날 ‘칠링(열기를 식히고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활동을 한다. 햇살, 그리고 바람과 함께.
클럽 MASS 클럽 M2 클럽 VOLUME
'알고 보자, 노는 애가 아니니'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그리고 에너지가 약간 모자라도 열정이 넘치는 30대들을 주말 밤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클럽이다. 홍대에서 태동한 한국 클럽 문화는 이제 강남 대형 클럽(ANSWER·MASS·ELLUI·HEAVEN 등)의 시대를 거쳐, 이태원의 특색 있는 클럽(VOLUME·ROCOCO·VENUE 등), 그리고 여전히 소형 클럽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홍대앞(M2·BEN@BLUE SPIRIT · MANSION·VIA 등) 등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클럽을 여전히 퇴폐적인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특히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편견을 버리고 한 번 가보길 권한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장소이니만큼 ‘남녀상열지사’를 위한 젊은이들의 몸부림, 없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TV에서 들을 수 없는 음악,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 곳에 있다.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과 록페스티벌에서 증명된(유명세를 막론하고 한국을 한 번 찾은 유명 해외 뮤지션들은 한국인의 열정에 감동해 다음 공연을 기약하는 경우가 잦다) ‘열정적으로 잘 노는 한국인’은 클럽에서도 변함이 없다. 클럽 문화가 발달한 유럽처럼 ‘드럭’문화가 없음에도 서울의 클럽은 음악과 춤, 그리고 맥주 몇 병과 샴페인 한 병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클러버 혹은 파티고어들의 과감한 옷차림과 자유로운 태도에 그들을 그저 ‘노는 애들’로 인식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클럽을 찾는 이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회인인 경우가 많다.
DJ 다이시 댄스 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
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
애프터 클럽의 체력 싸움(?)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클럽 분위기 때문일까? 이제 외국의 유명 DJ들이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것 또한 흔한 일이 되었다. 다이시 댄스를 비롯한 몇몇 일본 DJ들은 한국 클럽의 레지던시(정기적으로 음악을 트는 DJ를 칭함)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외국에 가서도 만나기 어려운 유럽의 DJ들 또한 한국을 찾는 빈도가 잦아졌다. 최근 두 달 사이에도 샤샤·볼 반 다이크 등이 한국을 찾았고, 5월 말에는 프랑스의 유명 DJ 머스타드 핌프가 클럽 엘루이에서 화려한 디제잉을 펼칠 예정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 DJ들의 후기는 한결같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열정적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약속된 플레이 타임을 훌쩍 넘겨 클럽 문을 닫을 때까지 음악을 틀 수밖에 없었다.” 한국을 두 번이나 찾은 미국의 전설적인 디제이 루이 베가의 말이다. 이야기를 다시 밤으로 돌려 클럽의 메인 디제이가 플레이를 마치는 새벽 4시`~`5시, 이제 주말 밤이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제부터 시작인 곳이 있다. 이름 하여 ‘애프터 클럽’. 이름 그대로 한 번의 클러빙이 끝나고 2차 개념으로 찾는 클럽이다.
지금은 개점휴업 혹은 폐업 상태인 미로와 네이키드를 중심으로 한 애프터 클럽은 밤보다는 아침에 가까운 시간에 문을 연다. 대개 새벽 6시쯤 문을 열어 다음날 정오쯤 문을 닫는다. 보통 체력이 아니고는 즐길 수 없는 게 애프터 클럽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를 온전히 불태우겠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그리고 취한 사람도 많은 만큼) 일반 클럽보다 훨씬 과감하고 화끈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
진화한 놀이터, 나이트 플리마켓
자, 그렇다고 ‘밤`=`클럽’을 떠올리진 마시라. 젊은이들의 밤 문화엔 그저 춤추고 노는 것 이상의 것이 있다. 그들이 밤에 더 활동적일 뿐, 술 마시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에서 개최하는 ‘나이트 플리마켓’을 들 수 있다.
요즘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곳곳에서 벼룩시장이 생겨나고 있는데, <블링>의 나이트 플리마켓 또한 동기는 비슷하다. 독자들 중 패션과 예술계 종사자들이 많아 본인에게 필요치 않은 물품을 서로 교환하고자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특유의 클럽 문화와 합쳐서 새로운 파티 형식의 플리마켓이 탄생했다.
젊음이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음악과 파티, 거기에 벼룩시장이 합쳐지며 나이트 플리마켓은 새로운 놀이문화로 성장해가는 중이다. 각자 내놓은 물건을 사고 팔고, 경매를 통해 불우이웃돕기를 진행하고, 동시에 DJ의 화려한 플레잉과 인디 밴드의 공연, 참가자들이 그 속에서 어우러져 밤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밤은 단순히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날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가 깨어나고 놀이가 생산되는 시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살아나는 시간이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림, 듣고 있는 음악, 입고 있는 옷, 읽고 있는 책까지. 많은 것이 밤의 산물이라면 실감이 가는가?
픽시(Fixed Bike) 오토캠핑촌
그리고, 그들이 깨어 있는 시간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문화가 모두 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인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것 때문인지 전날 밤을 뜨겁게 불태운 이들은 다음날 ‘칠링(열기를 식히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들의 밤이 음악과 함께라면, 낮은 햇살과 바람과 함께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3년 전부터 발달한 자전거 문화이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한 미니벨로를 거쳐, 묘기가 가능한 BMX의 시대를 지나 이제 대세는 픽시(Fixed Bike)다. 이름처럼 ‘기어가 고정된 자전거’로, 단순히 말해 기어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다. 자전거의 원형에 가까워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타기가 어렵다. 위험하기도 해 훈련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디자인과 특유의 쾌감으로 픽시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자전거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밤 문화와는 다르게 건전한 분위기로의 놀이문화 전환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교통상황의 특성상 자전거 문화는 한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단순히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강을 중심으로 한 피크닉 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에 돗자리와 간단한 음식, 그리고 우쿨렐레 같은 간단한 악기(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도 음악의 도구가 된다)를 싣고 한강으로 나가 낮 시간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이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전의 피크닉 문화가 주로 가족중심이었다면 이제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혹은 낮부터 샴페인을 즐기는 등) 피크닉 문화는 빠른 속도로 젊어지고 있다.
피크닉의 확장인 캠핑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문화다. 캠핑은 그 동안 주로 아저씨들의 문화였지만, 요즘 캠핑장에는 20대 캠핑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 중에서도 아웃도어 패션이 유행하고 새로운 장비들이 쿨한 것으로 여겨진 탓도 있지만, 20대 캠핑족 등장의 가장 큰 이유는 항상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스팟을 탐색하고,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작은 악기나 디제잉 장비를 통해 음악을 만들고, 그 모든 과정을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하는 과정이 20대 캠핑 문화의 특징이라 하겠다.
밤과 낮을 막론하고 수동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열정. 필자, 해외 여러 곳 방문해 봤지만 한국 젊은이들만큼 열정적인 이들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핑계로 움츠리고 있었다면 올 여름 에너지를 폭발시켜보자. 서울 곳곳에 있는 클럽, 파티처럼 즐기는 플리마켓, 그리고 피크닉과 록페스티벌까지. 당신 바로 앞에 플레이그라운드가 펼쳐져 있다.
김보영
<블링> 편집장 | interviewboy@paran.com
영화 기자와 여행 기자를 거쳐 <블링>에 자리 잡았다. 노는 것이 좋고 노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어 했으며, 현재 열심히 놀며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쿨한 파티, 가장 핫한 패션이 있는 곳이면 빠지지 않고 종횡무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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