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2 : ENCYCLOPEDIA - 사라지지 않는 맹목적 신드롬, 혈 액 형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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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CYCLOPEDIA
사라지지 않는 맹목적 신드롬, 혈 액 형
(※본 내용은 혈액형에 대한 당신의 성격을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혈액형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혈액형 유형학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 때문이라고도 한다. 혈액형이야말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빠지지 않고 반드시 등장하는 콘텐츠가 하나 있다. 바로 혈액형별로 분류되는 다양한 성격과 그에 따른 행동유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A형은 섬세하고, B형은 다혈질이며, O형은 활동적이고, AB형은 4차원적 기질이 강하다는 전제하에 동일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반응들을 재미있게 분석하는 것들이 그 주된 내용들이다. 특히 몇 년 전에는 이런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해서 카툰 형식으로 혈액형별 대응유형에 관한 책이 나와 판매되고 있다 하니, 혈액형별 성격분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고착화된 트렌드가 아닐가 싶다.
불과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혈액형 유형학이 왜 이렇듯 지속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일까? 서양의 점성술처럼 터무니없고 그릇된 것이라고 조소하면서 왜 사람들은 소개팅이나 미팅 자리에서 처음 보는 상대에게 혈액형을 물어보는 것일까?

혈액형 유형학의 시작
혈액형 연구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식민지정책을 통해 타민족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백인들의 우생학 연구로 인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인 인구 중에 많다는 ‘동물적인’ B형이 다른 형보다 우세하다는 논리가 우생학 연구를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참고로 고릴라는 모두 B형이라고 한다). 특히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자신들의 유럽전쟁을 정당화하고 국민들의 사기함양을 위해 우생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1927년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일본인 심리학자 후루카와 다케지가 ‘혈액형에 따른 인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일본심리학회지에 발표하면서 최근 유행하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기원이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후루카와의 이론을 지지한 군사 지도자들이 혈액형에 따라 육군과 해군부대를 조직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 처음으로 이력서에 혈액형을 기입하는 칸이 생겨났다. 고용될 사람이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할 것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혈액형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서서히 사라졌다. 전후 독일의 나치가 국적과 인종으로 사람들을 평가한 것처럼 혈액형으로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혈액형 유형학의 부활
사라진 것 같던 혈액형에 대한 관심은 1971년 일본의 노미 마사히코가 저술한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궁합>의 출간으로 다시 부활했다.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혈액형이 일·우정· 연애·가정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신빙성(통계)을 바탕으로 논했는데, 그 결과 120만 권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 위주의 베스트셀러라고 치부하기에 어려운 이유는 노미 마사히코의 아들 도시타카가 연구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혈액형 질문에 대한 98%의 응답률에 있었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그런 질문을 아주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그렇게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990년에 미츠비시에서는 이러한 혈액형 분류를 진지하게 고려해 ‘기상천외 프로젝트’라 불리는 TF를 발족했는데, 구성원 다섯 명을 전원 AB형으로 선발했다.
전체 혈액형 중 4%에 불과하다는 AB형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계획을 만들어 내는 데 강한 괴짜들이라는 연구결과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TF 시범운영기간 중 새로운 상품에 관한 최소 10개의 아이디어를 내라는 회사의 지침을 받은 그들이 총 180개의 아이디어를 내놓자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기대가 강해졌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 미츠비시의 인사결정이 근거 없는 혈액형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회사는 팀을 해체하고 아예 그 존재 자체마저 부인하고 말았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며 더욱 커지는 관심

사회적으로 근거 없는 이론이라고 지탄받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 혈액형 유형학은 시장창출을 도모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부 콘돔 제조사는 혈액형별로 다른 성격을 이용해 혈액형에 따른 콘돔을 특별 제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A형의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다소 상상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판단해(실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들을 위해 무난한 형태와 색깔(분홍색)· 두께로 콘돔을 개발했다. 이런 ‘혈액형 콘돔’은 다소 모욕적인 암시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두면서 현재까지도 여러 콘돔 제조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을 위해서는 혈액형별 속옷도 판매되었다. 개성 있고 활동적인 B형 여성을 위한 란제리 코너에는 검정색과 빨강색 등 원색 바탕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O형 코너에는 파스텔톤의 엷은 색감의 귀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리본 등 액세서리가 달려있는 속옷으로 각기 다른 취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음료광고에서는 혈액형별로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적용해 스토리를 풀어내기도 했으며, 키위광고에서는 몸에 좋은 키위를 먹는 특성과 유형을 흥미롭게 보여주기 위해 혈액형 유형학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광고에서 혈액형을 끌어들이는 것은 다양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타깃들을 모두 아울러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4개의 혈액형별로 구분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풍성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혈액형별 콘돔                                                                  2% 부족할때


‘나’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통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혈액형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혈액형 유형학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 때문이라고도 한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혈액형이야말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쉬운 원리를 찾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분법 논리나 창조형 리더·카리스마형 리더와 같은 ‘범주화 논리’가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고작 4가지로 분류하는 혈액형에 관한 타입도 그 신뢰성을 떠나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 분류의 방법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존재하는 한, 세상 사람들이 쉽게 세상을 구분 지으려는 경향을 추구하는 한 불과 100년이 조금 넘은 혈액형 유형학에 대한 관심과 믿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환성
BS6팀 대리 |  hslcwon@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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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