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2 : OB Lounge - ‘꺼리’가 없으면 만들며 간다! - 럭키금성그룹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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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 Lounge  
‘꺼리’가 없으면 만들며 간다!
- 럭키금성그룹광고

"꺼리가 없으면 만들며 나가기를, 작은 일 많은 것 고마워하기를” - 외로워도 슬퍼도, 독(獨)할수록 독(毒)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오래 건승하세요!"


시안은 많았고, 나간 건 적었다. 한 일은 많았고, 기억나는 일은 없다
1988년 LG애드 입사는 광고기획으로 했다. 2년 가까이 ‘테크노피아’팀에서 오기목 국장님(이하는 당시 호칭)과 송광섭 대리님 가방을 들어드렸다. 점차 팔 힘이 쇠할 무렵, 김정식 위원님과 편경철 차장님 도움으로 카피라이터가 됐다. 이후 ‘계열사’ 팀(럭키 뺀 화학 계열사, 금성사 뺀 전자 계열사)에서 4년 간 일하며, 광고물량 적은 광고주들은 다 맡았다. ‘큰일을 하라’는 ‘덴츠’의 업무십계명과 꼭 반대로 일했다. 
담당 광고주가 스무 개는 됐지 싶다. 오전엔 럭키화재보험 재시안, 오후엔 럭키건설 기업광고(1년 내내 시안을 만들었다), 저녁에는 반도패션 카탈로그 작업…. 광고주 수가 늘수록 묘하게 자신감도 늘었다. 자포자기의 승화, 긍정의 양질전환 같은 것이다.
20년 전 기억을 뒤지니 광고 캠페인 몇 편이 떠오른다. 캠페인은 무슨, 그냥 시리즈 광고였지…. 하나는 럭키금성 그룹광고 ‘고객의 결재란’편과 ‘고객의 자리’편. 광고표현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거꾸로 실제 경영에 반영된 사례이다.

남 NA : 럭키금성의 서류에는 결재란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자리. 모든 것을 일일이 고객과 상의할 수는 없지만 저희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럭키금성

세종 이강우 전무님이 아스토리아호텔에서 회의하다 ‘고객 결재란’ 아이디어를 냈다. 카피 총괄팀장이자 CD 역은 조봉구 이사님. 기록담당 서기 역에 불과했던 내 옆에는 입사동기이자 카피 선배인 김정우 대리가 도와주고 있었다. 이 광고를 계기로 실제 럭키금성 그룹 전체 결재란에 빈 칸이 하나 더 생기고, 회의실 탁자에는 ‘고객의 자리’라 적힌 팻말이 올라갔다. 광고회사들이 다들 토털 커뮤니케이션을 전방위적으로, 능동적으로 제안하려고 애쓰는데, 이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후 조선일보 김도원 화백의 일러스트로 인쇄광고를 만들어 ‘제1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을 받기도 했다.
호남정유 ‘푸른 주유소 푸른 서비스’ 캠페인도 생각난다. 담당 AE 변성준 대리와 함께 ‘주유소는 기분 좋은 서비스를 파는 곳’이라는 컨셉트를 잡아 전국 주유소를 푸른색으로 꾸미고 새소리·물소리 등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만들었다. 애뉴얼 피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다음해인가 전국 주유소 벽면이 우리가 제안한 대로 바뀌었다. 지금도 지방 어디 가면 빛바랜 나무가 그려진 GS칼텍스주유소가 있다. 매장 아이덴티티에서 앰비언트·BTL·체험마케팅·아트 콜레버레이션·크로스미디어(미디어 숫자가 적었을 뿐) 아이디어까지, 사실 우리가 이미 시작한 거다.
이 글은 옛 선후배님들에게 인사드리는 마음으로 썼다. 내 광고인생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돼준 LG애드. 그때의 맵고 쓴 가르침이 있어 이렇게나마 잘난 체하고 살고 있다. 김일형·신용순·이원재·유홍국· 조경심·최성동·이연락·변성준·한웅현·신상철·박건원 선배와 동기, 임인순·박혜정 후배… 김종립 사장님, 고맙습니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말씀 - “꺼리가 없으면 만들며 나가기를, 작은 일 많은 것 고마워하기를” - 외로워도 슬퍼도, 독(獨)할수록 독(毒)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오래 건승하세요!



김운한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hanisugi@empal.com

LG애드 카피라이터(1988년~1994년), 웰콤 CD 역임. 대한민국광고대상,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수상 등. 대한민국광고대상 심사위원, 한국광고PR실학회 이사.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