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는 서울시에게도 HS애드에게도 꿈같은 해였다. 무모한 것을 결국 가능하게 했고, 그래서 더 값진 결과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서울시 해외 마케팅 종합대행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을 말하라면? 2009년 초 AC닐슨 리서치 조사결과 서울시 해외마케팅 주요 타깃 국가였던 중국·일본·태국에서 ‘향후 1년 내에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서울이 당당히 1위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경제도시이지만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하위권을 맴도는 서울. 그런 서울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서울시와 HS애드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노력한 첫 해에 거둔 성과였기에 그 기쁨이 배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곧 2009년도 서울시 해외마케팅 경쟁 PT의 숙제를 풀기 위해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HS애드 서울시 특전사’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었다. 사무실도 회의실도 아닌, 특급 비밀(?) 합숙소에서….
비밀 합숙소에서 무슨 꿍꿍이를?
가장 큰 숙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서울의 비전과 차별성이 녹아있는 2009년 캠페인 슬로건 만들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가슴 뛰게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친절한, 다재다능한…… 수천 개의 수식어가 합숙소 벽면을 가득 메웠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 내려줄 ‘이거다!’ 싶은 것을 찾기란 어려웠다. 산소 부족, 아이디어 고갈로 인해 모두 지쳐있던 찰나, ‘이런 수많은 매력들이 어우러져 있는 무한대 서울은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조금 더 발전시켜 입에 딱 붙는 슬로건으로 만들기 위해 PT 이틀 전까지 고민했다. 이렇게 하여 편지의 끝맺음 인사 형식으로 초대의 느낌까지 줄 수 있는 ‘무한한 서울로의 초대’, ‘Infinitely yours, Seoul’이라는 슬로건이 탄생되었다.
또 하나의 숙제는 서울시 해외 마케팅에 ‘한류’를 적극 활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라는 것! 어떤 한류스타를 어떤 국가를 타깃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 또 고민…. 결국은 한류스타를 내세워 도시마케팅을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의견까지 분분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Infinite Ideation’이 몇 주에 걸쳐 이어졌다. 성공여부에 대한 자신은 없었지만 기존의 광고기법에서 탈피해보자는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고, 결국 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 한류스타들을 CF 곳곳에 숨겨놓는 카메오 방식을 최종 콘티로 제시했다.
결론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다시 한 번 누르고 HS애드가 3년 연속으로 서울시 해외 마케팅 대행을 거머쥐게 되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그리고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려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솔직히 PT 준비를 하며 ‘내친김에 지르자!’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광고주로부터 받은 숙제 외에 HS애드는 광고뿐 아니라 스포츠·문화·CSR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시킨, IMC를 넘어선 CMC(통섭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내세웠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가 공식 후원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축구 팀원을 한국에 초대해 한강 위에서 축구경기를 펼치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한겨울에 서울시 한복판에서 스노보드 점프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쟁 PT에서는 우선 이겼다. 그런데…… 이 무모한, 꿈같은 계획들을 과연 우리가 실현해낼 수 있을까?
꿈은 이루기 위해 꾸는 것이다
중국·일본·동남아 타깃마다 각기 다른 스토리로 구성된 서울시 TV-CF는 카메오로 출연하는 한류 가수들 덕에 촬영 때부터 많은 소녀팬(?)들과 시민들의 과분한 관심을 끌어 모았다. 특히 ‘동남아’편의 주요 컨셉트는 서울에 관광 온 커플의 주변에 한류스타가 숨어서 로맨틱한 서울의 추억을 선사해 준다는 것인데, 평일 낮에 덕수궁 돌담길에서 동방신기가 낙엽을 뿌리는 컷을 촬영할 때에는 새삼 ‘아, 우리가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결국 ‘동남아’편의 슈퍼주니어가 한강에서 눈을 뿌리는 장면, 소녀시대가 명동 쇼윈도에 마네킹으로 출연하는 장면과 ‘중국’편의 동방신기가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로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새벽에 촬영을 시작해 촬영 스태프들은 물론, 완전소중한 슈주·소시·동방신기를 초봄 추위에 벌벌 떨게 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서울시 TV-CF는 유투브의 서울시 브랜드 채널 오픈과 동시에 전세계에 전파를 타게 되었고, 일주일 만에 1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와 댓글을 기록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서울시 CF에서 숨겨진 한류스타를 찾아낸 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한류의 힘은 역시 무서웠다. 아니, 어쩌면 그걸 미리 계산하고 기획 제작한 우리가 더 무서운 건가 ~
캠페인 슬로건 ‘Infinitely yours, Seoul’에 대한 광고주 만족도도 높았다. 또한 무모하다 생각했던 다양한 이벤트들도 ‘무한한 꿈이 이루어지는 도시, 서울(Infinite Dream Series)’이라는 타이틀 하에 순차적으로 실현되었다.
그 중 첫 번째 행사는 2009년 7월의 ‘서울 인피니티 드림매치(Seoul Infinite Dream Match)’. 박지성을 포함한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맨유 멤버들과 가수 비가 전 세계에서 UCC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소년들과 함께 축구클리닉·풋살경기·자선경매 등의 행사를 가졌다. 2008년에는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 구장에서 ‘디스커버 서울데이(Discover Seoul Day)’ 행사를 통해 서울을 알렸다면, 올해에는 스포츠 분야의 국제적 브랜드 자산인 맨유를 서울에 데려와 서울을 마케팅하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200여 명이 넘는 전 세계 외신을 포함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맨유라는 브랜드의 힘을 빌려 서울이라는 도시가 세계적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강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꿈의 선수들과 매치를 벌인다는,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해본 꿈이 실현 가능한 도시임을 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즉 국제적 스포츠 브랜드와 도시문화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행사가 펼쳐진, 새로 단장한 한강시민공원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세계에 알려 서울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었다.
2009, 마지막 꿈이 광화문에서 솟아오르다
서울시 2009 프로젝트의 마지막 야심작은 인피니티 드림 시리즈의 일환인 ‘서울 인피니티 드림점프(Seoul Infinite Dream Jump)’! 광화문 광장에 높이 33미터, 길이 108미터 규모의 스노보드 점프대를 설치해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세계적인 도심 이벤트, ‘빅에어 점프(Big Air Jump)’ 대회를 개최했다. 3일 동안 광화문은 한마디로 문화축제의 장. 빅에어는 단순 경기 위주의 대회가 아닌 종합 스포테인먼트 행사이기 때문에 경기와 함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선수들의 프리스타일 점프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이로써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거듭남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데 한 몫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행사 역시 의미가 컸다.
2009년도는 서울시에게도 HS애드에게도 꿈같은 해였다. 무모한 것을 결국 가능하게 했고, 그래서 더 값진 결과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2009 캠페인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도에는 어떤 서프라이징한 아이디어로 서울을 마케팅할 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일반적으로 마케팅 비용, 특히 광고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또한 같은 이슈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나고 진가는 한계에서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불황기일수록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서울시가 장기적인 성과를 지향해 갈 수 있도록 HS애드는 불철주야 머리를 맞대고 행복한 고민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