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는 ‘IMC가 되는 힘’이 있는 듯하다. 우리가 만들어가기보다 그들의 손에서 이뤄졌던 마케팅 문화코드, 그것이 롤리팝 프로젝트가 보여준 새로운 형태의 IMC 플랜이 아닐까.
롤리팝폰의 프로젝트명은 원래 ‘1723폰’ 프로젝트였다. 싸이언이라는 브랜드가 고질적인 체력저하를 보이는 계층인 17세에서 23세 정도의 패션 아이코닉(Fashion Iconic)한 그룹을 공략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이 계층은 싸이언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비선호도가 가장 높은 집단 중 하나였으며, 더욱이 전통적인 강자 스카이(Sky)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몇 가지 모순을 안고 있는 집단이다. 휴대폰을 액세서리의 일종으로 인식해 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기는 하지만, 정작 지금까지 구매한 제품은 고아라폰처럼 디자인에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심플한 제품들이다. 또한 당시에 이 집단의 많은 이가 관심을 가지던 제품은 햅틱이었는데, 그러한 관심은 디자인의 차별성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폼 팩터(Form Factor)라는 데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1723’ - 핫이슈에 초절정 반응
고민 끝에 발견한 사실은 이들이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이슈(Issue)’라는 점이었다. 이들은 패션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세대이기는 하지만, 트렌드 리더 층과는 달리 트렌디한 것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을 지니는 계층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입증된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았다. 자신이 입는 옷도 패션잡지, 대중적인 스타, 혹은 유명인(Celebrity)의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그로 인해 현재의 핫이슈에 가장 관심이 높은 세대였다. 예컨대 빅뱅이 하이탑을 신자 리복의 매출을 살려낸 집단이다.
햅틱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도 DOP라는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나 새로운 UI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 당시 가장 이슈가 되던 제품이니까 햅틱이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인식을 지녔던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권 내에서 핫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들에게 핫이슈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의 최고의 관심사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스타·패션·음악·춤…… 이것보다 그들에게 높은 관심을 살 수 있는 게 있을까? 당시 제품 이름으로 확정되었던 롤리팝(Lollipop)을 하나의 대중문화 코드로 만들어 롤리팝 패션, 롤리팝 음악, 롤리팝 춤을 유행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스타를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 스타를 포장할 때의 형식은 우리의 입맛이 아닌 ‘그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그들의 감성코드’를 지녀야 했다.
‘여자 빅뱅’의 숨은 가치
‘핫이슈’를 창출하기 위해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스타가 필요했는데, 우리에게는 이미 모델 계약이 되어있는 빅뱅이 있었다. 물론 빅뱅이 당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이미 비슷한 활동을 몇 번 했었고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특히 주인공이자 핵심 콘텐츠가 될 음악 만들기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능력 있는 아티스트 집단인 YG사에 맡기기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필요했다. 자신들의 새로운 음반처럼 열심히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 및 확신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만들, 이 프로젝트 자체의 성공을 염원하게 할 동기부여가 중요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찾은 방법은 ‘여자 빅뱅(현 2NE1)’이었다. 베일에 싸여있는 여자 빅뱅은 오래 전부터 관련 정보가 조금만 나와도 인기검색어 상위에 바로 랭크될 정도로 타깃층의 관심이 매우 높은 그룹이었고, YG 내에서도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육성해온 중요한 자산이었다. 따라서 여자 빅뱅을 이번 롤리팝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목표 타깃층의 비상한 관심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YG의 적극적인 활동도 기대할 수 있을 터였다.
‘이슈 만들기’만 남기고 다른 욕심 버리기
이런저런 제반사항을 결정해 나가면서 광고주와 우리가 합의한 것이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1723 타깃 사이에 문화 콘텐츠로서의 롤리팝을 이슈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므로 우리의 욕심을 버리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했던 유일한 일은 롤리팝이라는 문화에 대한 정의였다. ‘롤리팝이란 이런 것이며, 그것의 음악과 춤과 패션은 이런 것이 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전문가에게 맡겼다. 통상 광고음악이라면 음악의 완성도에 대해 광고주와 광고회사 측의 참견이 없을 수 없지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의 참견도 하지 않았다. 광고를 편집할 원본 소스가 될 뮤직비디오의 연출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뮤직비디오 감독과 YG 측에 맡겼다.
여기에 하나의 장치를 더했다. 광고음악을 제작하게 되면 그 소유권은 광고주에게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을 유행시킬 수 있는 채널에 대한 지배력은 YG가 더 강하므로 우리가 의뢰해서 제작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YG에 그 소유권과 비즈니스에 관련한 모든 권한이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기존 곡을 가져다 쓰는 형식으로 광고에의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형식을 취했다.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해 더욱 훌륭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한 지혜였고, 이는 서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형식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자 빅뱅(2NE1)이 롤리팝 프로젝트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면, 프로젝트의 메인이 되는 음원(노래)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원자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 ‘롤리팝’이라는 곡이 판매된 것은 2009년 3월 27일. 그 뒤 3가지 광고가 온에어되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3월 25일 첫 보도자료가 나가자마자 빅이슈가 되었으며, 제품명을 비롯한 관련 검색어가 검색순위 톱10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음원은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자마자 1위로 등극되었고, 그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품 BI로 세트가 만들어지고, PPL 형태로 제품이 들어간 뮤직비디오는 4월 한 달간 케이블TV 음악전문 채널을 통해 305회(부분, 전체 통산) 노출되었다. 매주 리포팅되는 광고효과 조사에서도 각종 지표에서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며 최고 수준의 수치를 기록했다. 제품 판매에 있어서도 1일 3,000대 이상을 기록하며, 쿠키와 함께 싸이언의 시장점유율이 최초로 30%가 넘어가는 데 기여를 한 주인공이 되었다.
IMC를 실행해주는 또 하나의 전략, ‘이슈’
롤리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용한 수단은 공중파, 온라인 마이크로사이트, 온라인 바이럴용 제품소개 영상, 네이버 광고, 그리고 통상의 POSM 매체(판매점)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롤리팝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IMC였다고 생각한다. IMC라는 것이 동일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매체 다각화가 아니라, 고객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고객들은 ‘롤리팝이라는 문화코드’를 라디오·케이블TV·온라인 뉴스·블로그·UCC 뿐 아니라 친구의 MP3, 거리의 스피커, 버스 안 라디오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수없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우리가 직접 컨트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새삼 ‘이슈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슈’에는 ‘IMC가 되는 힘’이 있는 듯하다. 우리가 만들어가기보다 그들의 손에서 이뤄졌던 마케팅 문화코드, 그것이 롤리팝 프로젝트가 보여준 새로운 형태의 IMC 플랜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