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있어 보이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인간이 여타의 동물과 다른 점은 유희, 즉 ‘놀이’를 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의 놀이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놀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으로서의 놀이를 가리킨다. 놀이의 목적은 놀이 그 자체다.
인.체.공.학.
한 해를 마무리하던 07년 12월의 어느 추운 날, ‘07년 리바트 광고효과조사 보고서’에 수차례 등장했던 4글자, ‘인체공학.’ 이 말이 순식간에 회의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조사결과 07년 리바트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인체공학적인 가구’를 떠올렸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람’과 ‘디자인’
사실 07년 리바트의 ‘사람으로 디자인하다’ 광고는 어느 면으로 보나 매우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 우리 회사가 리바트 광고 업무를 시작한 06년 이후 리바트 광고는 ‘사람’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왔으며, 07년 캠페인에서는 이에 세련되고 역동적인 감각까지 더함으로써 사실상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리바트만의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게다가 ‘2007 대한민국방송광고 페스티벌’에서 하우징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이어 ‘대한민국광고대상’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대외적으로도 충분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의 머릿속 한 구석에 눈치 없이(?) 자리한 ‘인체공학’이라는 녀석은 자칫 모든 영광의 빛을 퇴색시킬 우려가 있었다.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이 뛰어난 가구’ 리바트가 단순히 사람의 몸에 잘 맞는 기능성 가구로 폄하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체공학’이란 단어는 아무리 봐도 의자 등의 소규모 가구업체에나 어울릴 법한 일이다
그리하여 08년 캠페인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사람’과 ‘디자인’을 계승 발전시키되 ‘인체공학’의 이미지는 불식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년간 꾸준한 영상매체 광고집행을 통해 업계를 대표하며 가구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해온 리바트의 어깨 위에는 일종의 책임감도 얹혀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면에서도 마찬가지. 07년 광고가 워낙 신선하고 독창적인 접근으로 만들어진 덕에 08년 광고를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마치 육상선수가 자신이 세운 기록을 다시 뛰어넘어야만 하는 것 같은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
우리의 화두인 ‘사람’과 ‘디자인.’ 어차피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것이고, 사람은 디자인을 소비하는 것이니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것이 언뜻 보면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TV광고는 기껏해야 수십 초에 불과하고, 광고의 생명은 메시지의 간결함이니 하나의 광고 안에 사람과 디자인을 동시에 녹여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에 치우치다 보면 디자인이 없어지고, 디자인을 강조하면 사람이 죽으니 모두가 머리를 맞댄 컨셉트 회의 내내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사람과 디자인에 대한 강약을 조절해보기도 하고, 때론 한 가지를 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두 녀석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헤어지기를 거부했다. 사람과 디자인, 과연 이 둘은 어떻게 해야 화려한 결합에 이를 수 있을까?
호모루덴스(Homo ludens) - 유희의 인간
굳이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있어 보이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인간이 여타의 동물과 다른 점은 유희, 즉 ‘놀이’를 하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의 놀이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놀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으로서의 놀이를 가리킨다. 놀이의 목적은 놀이 그 자체다. 무(無)목적적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목적적인 것이 놀이인 것이다. 또한 놀이는 재미와 즐거움과 긴장의 감정을 수반하며, 놀이의 순간에 일상은 잠시 중단된다. 즉 놀이의 매력은 우리를 집요하게 짓누르는 일상성에 대한 반항의 에너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희의 인간은 지속과 반복이 지배하는 일상의 세계로부터 끊임없는 탈출을 욕망한다.
사실 가구는 일상 그 자체다. 집안에 항상 놓여 있는 것이 가구이며, 한번 사 놓으면 웬만해선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가구이고, 평생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이사 때는 최대의 골칫거리인 게 가구다. 아무리 봐도 가구는 재미가 없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 중 그릇만큼이나 재미없는 게 아마 가구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위에서 언급한 ‘유희의 인간’을 적용시켜본다.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기 위해 놀이를 만들어버린 우리 인간이기에, 가구 역시 유희의 장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심심하지 않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가진 리바트 가구라면 더욱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완성된 2008년 리바트 광고. 파란 눈의 8등신 외국인 모델들이 리바트 가구를 가지고 재즈 풍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살로 구성된 의자 등받이를 마치 하프처럼 뜯고, 말머리 조각이 얹어진 탁자는 힘차게 달리는 말이 된다. 둥근 모양의 의자는 록밴드의 드럼이 되고, 세련된 아일랜드키친은 클럽의 DJ박스로 멋지게 변신한다. 그리고 광고 막바지 울려 퍼지는 한 마디, ‘디자인으로 연출하라.’
그렇다. ‘어차피 가구가 우리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적인 존재라면 자고로 가구의 디자인은 그저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그 속에서 행복한 우리네 삶을 마음껏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08년 리바트 광고는 강력히 주장한다.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의 희망을 보았다”
이 광고가 온에어된 직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런 말을 직접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혹자는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의 희망을 보았다”고도 하고, “역시 리바트 광고는 가구광고 같지 않아 참 독특하다”고도 하고, “리바트가 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반응들 중에서도 가장 기분이 좋은 건 ‘광고를 본 후 집안에 있는 가구를 붙잡고 직접 타고 놀아봤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가구가 긁히거나 부서졌을지언정 그 순간 가구는 그에게 훌륭한 놀이터였을 테니 말이다. 바로 우리가 원하는, 소비자들의 가구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외국산 가구들 속에서도 쾌적하고 편리한 ‘인간중심의 공간문화 창조’라는 철학을 굳건히 지켜온 대한민국 대표 가구 브랜드 리바트. ‘2007 국가환경경영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세상’을 꿈꿨던 리바트가 이젠 ‘사람과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디 HS애드와 리바트의 지금과 같은 좋은 연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리바트여, 앞으로도 계속 우리와 함께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