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4 : 당신 아이디어에 웃는 얼굴이 됐습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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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숙자 |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겨우 요것 달았어?” “최선이었어요.” “그랬구나, 미안해.”
열매 몇 개 맺지 않은 머루송이 그림과 함께 이 글을 보았을 때, 한참을 미소 지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따뜻했습니다.
일 년을 최선을 다해서 맺었는데 몇 개 맺지 못한 머루송이의 마음이,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듯 마음에 꽉 차 올랐습니다. 짧은 문장들로 두 가지 마음을 충실히 표현한 것이 신기했습니다.
제목은 <가난한 머루송이에게>. 판화가 이철수 님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철수 님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모두들 ‘바쁘기에’, 좋은 메시지를 듣게 하기 위해 많은 생각들을 씁니다. 그 중 머루송이처럼 기분 좋은 아이디어들을 모았습니다.

자판기에서 ‘착한 일’을 사세요
Abrinq Foundation이라는 자선단체는 집 없는 아이들을 위해 생각했습니다. ‘하루 전철역을 오가는 이가 300만 명이니 그 사람들 중 1%만 도와줘도 엄청나지 않을까….’ 그래서 그 1%를 움직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합니다. ‘착한 일을 파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거죠. 자판기 안에는 앉아있는 아이들 사진이 있고, 여러 가지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금액만큼 돈을 넣고 아이들 사진을 얻는 거죠. 사진 뒷면에는 감사하다는 글귀와 함께 자선단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있고요. 착한 일이 과자 사는 일만큼 쉬우니 집 없는 아이들 돕기도 쉽고 혜택 받을 아이들도 늘어나겠지요. 착한 일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혹시 상파울로에 들를 일이 생긴다면 꼭 전철역에 들러 ‘착한 일’ 하나 사고 오세요.

‘희망’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적십자, Red Cross가 희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많은 기부금이 필요했던 Red Cross.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쇼핑몰에 Store+라는 가게를 열기로 했습니다. 다른 가게처럼 피팅룸도 갖추고 디스플레이를 하고, 책을 꽂아놓았습니다. 하지만 판매되는 책에는 내용이 없습니다. 모두 백지로 채워져 있죠. 제목은 이렇습니다. ‘웃는 법을 배우게 된 아이들’, ‘우리 할아버지: 예전엔 슈퍼맨이었던 엔지니어’, ‘우는 것을 잊어버린 소녀’… . 이 책을 판매하면서 Red Cross는 전합니다. 이 얘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작은 기부금으로 희망을 전해달라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쇼핑몰에 들렀다 기꺼이 이 ‘희망’들을 샀고, Store+는 큰 쇼핑몰의 판매순위 톱10 매장에 들었습니다.
결과는 정말 희망적이었죠. 이 가게의 성공을 발판으로 Red Cross는 다른 나라에도 이‘희망가게’를 열 거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 손에 희망 쇼핑백이 들리겠죠. 그 안엔 누군가에게 전한 희망과 돌려받은 기쁨으로 가득하겠지요.

빌보드 광고지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요?
소니(SONY)가 청바지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청바지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청바지입니다. 색상도 특이하고 무늬도 독특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빌보드 광고지로 만든 청바지니까요. 소니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했습니다. 도쿄 소니빌딩에 붙여졌던 빌보드 광고지를 수거해 바지를 만들었습니다. 광고지는 두꺼운 방수 천으로 청바지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여기까진 좀 평범합니다. 하지만 이 청바지를 파는 방법은 독특했습니다. 광고가 붙어있던 소니빌딩에 그 청바지들을 모두 매달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원하면 스태프가 로프를 타고 올라가 그 청바지를 떼어 보여주고 파는 것이죠. 가격은 한 벌에 15,000엔. 재밌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니 많은 손님들이 몰렸습니다. ‘The Wall Sale’은 이슈가 됐고, 40만 달러의 홍보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리사이클링에 대한 소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거죠. 소니는 이 수익금을 세계 유명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부했습니다.
비슷한 생각은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타깃(Target)도 했습니다. 예술 후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뉴욕의 예술가 4명을 불러 뉴욕과 타깃 로고를 바탕으로 6개의 빌보드 작품을 만들게 했습니다. 작품들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뉴욕 타임스퀘어의 빌딩을 장식했지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6개의 빌보드 작품 중 하나를 골라 백을 만들도록 주문하라고 했습니다. 디자인과 크기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거죠.
게다가 유명한 디자이너 안나수이가 말이죠. 가격도 29.99달러이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객들은 타임스퀘어를 지나면서 그 빌보드를 유심히 보고 어떤 빌보드로 내 백을 만들 것인지 결정했겠죠. 그 백은 지난 1월 제작되어 배송되었다고 합니다. 타깃은 예술을 후원하는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동시에 그 작품을 흥미롭게 재활용한 것이죠. 리사이클링이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이것은 갤러리가 아닙니다
운동화 브랜드 컨버스(Converse)도 예술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This is not a gallery”라고 얘기합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폭 15cm 세로 4cm 정도의 틈이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전부니까요.
컨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에 가거나 뮤지엄에 가는 걸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캐주얼하고 편한 갤러리를 생각했습니다. 길을 향해 작은 틈을 내고 헤드폰을 달아놨습니다. 지나는 이 누구나 헤드폰을 끼고 틈새를 들여다보는 거죠. 그럼 재미있는 비디오 작품들이 보입니다.
남자친구의 셔츠를 치마로 원피스로 입는 다채로운 방법들을 소개하는 비디오도 있고요, 컨버스 운동화 박스로 카메라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비디오도 있습니다. 내용도 캐주얼하고 자유롭습니다. 반응이 좋자 컨버스는 곳곳에 이 부스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Art is for everyone’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일반인들이 예술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생각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40개에 달하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합니다.

웃게 하는 아이디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코미디처럼 박장대소하게 하는 일도, 미륵보살처럼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일도 모두 그렇습니다. 점점 세상이 건조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 착한 일하게 하고, 웃게 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보석이겠죠. 보석이란 것이 갈고 닦아지지 않는다면 돌에 지나지 않으니, 며칠이고 갈고 갈아 나온 생각들이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보석이 된다면 멈출 수는 없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