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촉(蜀)땅의 한 아이가 고운 구슬 수천 개를 얻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구슬을 품에 넣고, 옷자락에 담고, 입에 물고서 낙양에 가서 팔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길을 떠난 후 지쳐서 앞섶을 헤치면 품었던 구슬이 떨어지고, 몸을 숙이면 옷자락에 담았던 것이 흩어졌다. 웃거나 말할 일이 있어 입을 열면 머금고 있던 구슬이 튀어나왔다. 마침내 절반도 못 가서 구슬은 다 없어져버렸다. 늙은 장사꾼에게 이 일을 얘기하자 장사꾼이 말했다고 한다. “고운 구슬을 나르는 데는 방법이 따로 있단다. 좋은 명주로 실을 만들고, 빳빳한 돼지털로 바늘을 만든다. 그런 다음 색깔 따라 꿰어 상자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고운 구슬을 얻었다 해도 이를 꿰지 않는다면 잃어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게다.” 다산 정약용이 지은 <소학주천서(小學珠串序)>의 서문에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지은 정민 교수는 수많은 정보들도 갈래별로 나누고 분류해야 쓸모 있으며, 머릿속에 어떤 체계가 가동되고 있지 않으면 배워보았자 안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라 했다.
Comm.전략연구소는 트렌드 소식지인 ‘Radar’를 매월 말 게시하기로 하고, 8월호와 9월호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목표물까지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Radar’ 라는 이름처럼 소비자·마케팅·광고·미디어 등 최근 트렌드 니즈를 폭넓고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간결한 보고서 형태로 구성했다. 실 하나로 서 말의 구슬을 꿰는 것처럼, 우리 사우들이 ‘Radar’ 하나로 수많은 광고정보를 꿰찰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사보에서는 Comm.전략연구소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것은 통합에서 시작되었다
오 완 근 소장 : 분리와 융합을 거듭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와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환경 속에서 친근하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정교한 브랜드 및 미디어 전략을 구축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두 연구소의 경우 경쟁 PT 또는 현업 지원 위주 등의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연구소 본연의 R&D는 등한시되었던 게 사실이다. 4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브랜드전략연구소와 미디어전략연구소가 융합해 Comm.전략연구소로 재탄생했다. Comm.전략연구소는 소비자·브랜드·미디어 등에 대한 트렌드 캐치, 체계적인 DB 구축, 전략 모델 구축 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씽크탱크(Think Tank)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김 효 진 부장 : 예전처럼 브랜드전략연구소와 미디어전략연구소가 분리되어 있던 시절에는 아무래도 팀이라는 물리적 벽을 뛰어넘기가 힘들었다. 2006년도에 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 구매의사 결정단계별 커뮤니케이션 채널 영향력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소비자의 결정과정의 이해도가 브랜드전략연구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한계가 있었다.
정 혜 주 대리 : 브랜드전략연구소의 경우도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광고효과 모델을 구축한다고 가정할 때 광고량, 노출량은 중요한 요인이지만 정확히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광고량에 따른 인지도, 선호도, 구입의향 지표 산출 프로젝트가 그 예이다.
김 효 진 부장 : 똑같이 타깃 인사이트를 연구하면서도 브랜드전략연구소에서는 소비하는 인간인 컨슈머(Consumer)로서의 대상을, 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주체인 오디언스(Audience)로서의 대상에 초점을 둔 연구를 진행해 온 게 사실이다. 이제 업계에서 유일하게 통합적 시각을 가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양이 구축되었으니 서로 많이 배우고 협업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박 태 진 대리 : 첫 케이스로 타깃 인사이트와 미디어 인사이트를 함께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소비자의 일생생활 속에서 제품에 대한 태도와 미디어 이용 행동을 측정한 싱글소스(Single Source) DB 축척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유도하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찾아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즉 타깃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엣지 있는 인사이트 제공, Comm.전략연구소에 맡겨라!
연구소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소비자·마케팅·광고·미디어 등에 대한 트렌드를 캐치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 제공하는 일이다. AE·AP·MP·CR 등 토픽별 사례들을 각 직군에게 수시로 제공중이며, 8월부터는 트렌드 정보지 ‘Radar’도 발간하고 있다. ‘Radar’의 경우 각 직군별로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가고 있는데, 일례로 8월 창간호 발간 후 인터뷰 결과 대부분 사례를 더 보강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9월호는 사례에 중점을 두었다.
김 효 진 부장 : 연구소가 하는 일은 흔히 Research와 Develop-ment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R&D에서 D보다는 R에 치중하고 있는 편이다. 지금 우리는 눈만 뜨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매체가 끊임없이 분화, 등장하는 격변의 마케팅 환경에 처해 있다. 솔직히 현업이 이 모든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Radar’를 켜고 모니터링중이다.
정 혜 주 대리 : 기존의 연구소가 한 그루의 나무만을 조명했다면 통합된 연구소는 다양한 트렌드를 좀 더 넓은 시각, 큰 그림으로 파악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송 희 성 부장 : 누군가는 Comm.전략연구소를 모 광고회사의 이름을 패러디하여 ‘써치앤써치(Search&Search)’라고 했다. Know-where를 통해 Know-how를 제공한다고도 한다. 브랜드 전략모델, 광고효과 예측모델 등의 구축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효 진 부장 : 우리는 흔히 Development 하면 인프라 측면에서의 시스템이나 모델을 생각한다. 미디어전략연구소 시절 개발했던 M.POPS와 같은 미디어시스템이나, 브랜드전략연구소에서 개발한 BAV나 ARCHETYPES 같은 브랜드 진단 모델이 대표적인 D의 영역이다.
하지만 광고주는 그런 시스템의 덕을 과연 얼마나 보아 왔을까? 이제는 연구소의 롤(Role) 모델에 대한 틀을 조금 바꾸어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송 희 성 부장 : 맞는 말이다. 예전의 광고주가 아니다. 활용성 없이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보다 통합적이고 실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광고전략 케이스 스터디의 DB화다. 국내외 성공사례 및 국제광고 수상작 리뷰 등을 통해 현업 분들의 아이데이션에 도움이 된다면 나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박 태 진 대리 : 사례 및 트렌드 DB 구축은 지적 생산수준의 표준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DB 구축의 프로세스화가 이루어져야 좀 더 논리적이고 설득적으로 광고주에 대응할 수 있다.
정 혜 주 대리 : 부연설명을 하자면 ‘지적생산 툴의 표준화’가 맞다. 연구소가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제공하겠지만, 그 자료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에는 실무자들의 개인차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연구소가 이런 개인차까지 컨트롤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우리의 결과물이 일정 수준의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평균적인 지적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송 희 성 부장 : 지난 5개월 동안 정보개발에 있어서도 서로의 노하우를 교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커뮤니케이션 통합 측면에서 전 직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의 ‘Radar’가 되어 줄 것이다.
오 완 근 소장 : Comm.전략연구소는 평소에는 소중함을 모르지만 없으면 결코 살 수 없는 ‘산소’와 같은 존재다. 사원 개개인들에게 연구소 역할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겠다. 사우들이 유용하고 인사이트 있는 자료를 쉽고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개개인의 ‘내적 파워’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