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3. 17.
뮤지션 ‘요조’의 청춘 에세이: 조용한 공사현장
책방에서 일을 마치고 이종수(애인)와 퇴근하면 종종 집은 어수선해져 있다. 형(고양이)들 때문이다. 소소하게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물건이 떨어져 있거나 마스크의 귀에 거는 끈이 죄다 끊겨있다거나 하는 정도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어질러짐일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일에 더 예민한 사람은 언제나 나보다 이종수이다. 어질러진 집을 마주하면 나는 주로 웃는다. 그냥 너무 웃긴 것이다. 얼마나 신이 나게 놀았으면 집 꼴이 이렇게 될 수 있는 걸까, 거친 밀림을 헤쳐나가듯 소파를 뛰어넘어 다녔을 형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껄껄거리는 나에 반해 이종수는 정색하고 화를 낸다. 나한테 단 한 번도 내 본 적 없는 목소리로 형들에게 야! 라고 외치는 이종수의 음성을 들으면 아무 잘못 없는 내 가슴이 다 철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