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04 : Global Report - UNIQLO와 STARBUCKS를 통해 본 소비자 의식과 가치창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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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 차장 I 동경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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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일본의 경기상황은 90년도 버블의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키워드를 남기고 20세기를 마감했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대두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소비자의 심리는 위축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침체 속에서 소비자는 ‘불필요한 것은 절대 사지 않고 필요한 것에만 지출한다’는 경향이 뚜렷해져 간다.

이렇듯 전반적 불황이라 할 수 있는 시대에 순조로운 매출 신장과 사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그 이면에는 분명 기존 관념에서 벗어난 기상천외한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가 숨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제 그 사례로서, ‘유니크로(UNIQLO)’라는 의류회사에 초점을 맞추어 마케팅 전략과 광고를 통한 이미지제고 전략을 살펴보고, 소비자의 의식과 시대성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STARBUCKS COFFEE’의 일본시장 진출 배경을 통해 경영의 가치공유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 - FAST RETAILING사(UNIQLO 브랜드)


2000년 일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과 브랜드가 FAST RETAILING사의 유니크로(UNIQLO) 브랜드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가장 임팩트 있는 사업 전개와 광고 전략임을 화제성과 판매 실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야마구치현(山口縣)을 중심으로 한 지역 브랜드(local brand)였던 캐주얼 의류브랜드 유니크로가 전격적으로 전국 브랜드로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1998년 하라주쿠(原宿)에 진출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유니크로 브랜드는 실적이 전년도를 밑도는 데다가 주가도 1,000엔 이하로 내려가 있어 사내에는 도쿄(東京)에의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떨쳐버리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공의 밑거름을 만들어 나가, 98년 말부터는 매출과 이익이 급신장하여 이윽고 2000년 8월에는 전체 매출 100% 신장(즉, 2배), 경상이익 4배 신장을 기록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니크로는 우선 자신들이 다루는 브랜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다이렉트 캐주얼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즉, 원료 생산에서부터 방직, 염색, 디자인 등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기존의 전문업체 분업체제가 아닌 통괄관리를 실시하였다. 철저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조에서 판매까지 통괄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60개 이상의 공장과 독점계약을 맺어 고품질과 압도적인 가격갱쟁력을 확보였는데, 이와 더불어 ‘저가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기존 관념을 타파한 광고 및 프로모션 전략이 돋보인다.



브랜드 이미지 전략

유니크로는 도쿄 진출시기에 맞추어 1단계로 신문광고와 삽입 전단지를 대량 집행했다.전단에서는 가격이 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교통광고(지하철광고, 포스터 등)를 통해 점포를 유입하였고, 신문광고를 통해서는 기업의 본질(생산라인, 상품기획 내용을 공개)을 소구하여 reason why를 명확화하였다<(광고 1, 2>.
이러한 광고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집행되었는데, 이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광고를 통한 기업신뢰도와 사내 인사이드 모럴(inside moral) 구축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2단계로는 광고회사 W&K(Wieden & Kennedy, 미국)와 파트너가 되어 신문광고와 병행한 TV-CF를 통해 유니크로만의 컨셉트를 전달하였다.
그 광고의 소구점은 ‘FAST RETAILING사는 고객을 특정화하지 않고 누구나 소외 없이 모든 계층의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즉, 특정 타깃이 없는 범용(凡用) 품목과 가격 체계를 지향한 것이다.

3단계에 이르러서는 ‘저가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소비자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가치 있는 브랜드로 발전해 나가는데, 바로 이 점이 유니크로의 가장 유니크한 점이다.
이는 곧 일본 사회의 흐름과 소비자의 의식을 바라본 컨셉트로서, 주로TV-CF를 통해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다<광고 3>.

TV-CF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여러 분야, 여러 직종, 여러 세대와 여러 캐릭터의 인물들이 출연해 원 컷 원 신(one cut one scene) 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는 ~하다, 나는 이렇게 산다, 나는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등등 다양한 사람이 단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 나가는 형식이다.

두번째는 원 컷 원 신으로서 처음에는 제품만 부각되고, 옷을 입은 모델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움직이다가 차차 클로즈업되면서 모델의 얼굴까지 업되고 끝나는 형식이다<광고 3>.
그런데 이들 광고의 공통 컨셉트는 바로 ‘자율’이다. 즉, ‘대중(mass)으로부터 개인으로’의 전환(shift)이 하나의 이슈로 부각되는 현대사회의 상황에서, 각 개인이 사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자율’의 중요성과 ‘자기다움에 대한 자기 동경’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또 이는 FAST REATILING사의 자기 실체를 표명하는 광고 전개와 제품이미지, 그리고 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더 나아가 소비자와의 관계까지 접목되고 일치되는 순간인 것이다.
결국 유니크로는 의류를 판매하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도 아닌 ‘공감대라는 가치’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곧 경영전략

유니크로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이 있는 곳은 당연히 점포입니다. 현재 우리는 45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리 광고와 프로모션을 전개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점원, 사무직 직원이 회사의 의지가 담긴 과제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유니크로는 마케팅의 기본을 ‘이념에서 비롯되는 결과적 활동’이라 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신규 프로젝트나 캠페인의 추진 과정에서 사내적으로 고객에 대한 접객이나 역할, 가치 공유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소비자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진실이 아닌 것은 언젠가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경영전략 그 자체인 것이다.



제품이 아니라 가치관을 판다 - STARBUCKS COFFEE JAPAN

미국 시애틀에 소재한 ‘커피의 황제’ 스타벅스 커피(STARBUCKS COFFEE) 본사가 일본 지역의 파트너를 찾은 것은 지난 1996년. 그 파트너는 바로 키하치(Kihachi), Afternoon tea 등 외식산업을 전개하고 있는 ‘사자비(SAZABY Inc.)’라는 회사이다.
그런데 당시 스타벅스는 그 독특한 서비스와 접객 스타일로 성공을 거두어 일본 굴지의 기업들에게서 합작제의를 받고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점포를 늘려 성공을 거두고 있으므로 마케팅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미국 본사와 일본 사자비 사와의 만남이 흥미로워 여기에 소개 하는 것이다.

현 STARBUCKS JAPAN의 츠노다(角田) 사장은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바로 이거다’싶어 본사를 방문, 파트너가 되기로 했는데, 스타벅스의 기본 이념인 ‘손이 닫는 풍요로움(rich)’과 사자비의 반 걸음 앞선 스타일에서 양사는 동질감을 얻어 합의를 본 것이다.
이는 일본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스타벅스 대표와 츠노다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해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가치관을 판다’는 기본 의식이 우선되어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는 발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꾸민 말일 수도 있다. 또 “자금이 풍부하다거나 뭐 그런 이유겠지. 가치관도 가치관이지만 가치관만으로 장사가 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이념과 사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소비자와의 관계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맺음말

분명 유니크로와 스타벅스는 유니크한 기업임에 틀림없다.

우선, 우리는 그들의 전략을 통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고객의 본심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사내적으로 신속하게 공유하고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때 고객과의 의견교환 수단으로서의 인터넷의 존재는 막강한데, 추후인터넷과 실재 영역과의 융합이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장창조와 타깃의 확대라는 측면이 그렇다. 유니크로 브랜드로 인해 10대에서 70대까지 플리스(fleece)와 청바지(jeans)를 입게 되었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마케팅에 있어서 타깃 세분화(target segmentation)가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는 이러한 기업들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를 보면서 타깃의 문제라는 국한된 차원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시장을 어떻게 만들며, 생활자와 어떻게 관계지어 갈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마케팅의 무대가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머리말에서 이 브랜드들이 ‘소비자 의식과 시대성을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시켰는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했는데 과연 뜻한 바대로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유니크로 광고를 한번쯤 보아 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면서 느끼는 자아의식, 그리고 구매자로서 느끼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