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래사회의 방향
미래사회는 ‘회귀와 융합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 사회의 발전은 새로운 것의 추구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미래사회는 선형적인 발전보다는 때로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거나, 기존의 요소들이 상호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시너지를 내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돌이켜 보면 현대사회는 세 가지 주요한 특징을 지니며 발전해 왔다. 글로벌시대, 정보화시대, 다원주의 시대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분명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전혀 상호 함축적 관계가 없지만, 서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즉 세계화 시대는 서로 다른 사상이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상호교류와 공존을 요구한다. 따라서 글로벌 시대는 획일화가 아닌 다원화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다.
또한 정보와 통신 등 기술발전을 통해 글로벌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고, 동시에 수많은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며, 이들의 수용과 공존과 관련하여, 다원화는 급속히 이루어지게 된다.
위의 세 가지 개념을 종합하면 현대는 글로벌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촉진되어 ‘다원주의 시대’라는 미증유의 시대로 진입하고, 이 다원주의로 인해 현대는 이질적인 콘텐츠 및 형식을 상호수용하고, 때로는 경쟁, 교류하면서 확장 발전해가는, 새로운 환경과 사회적 조건의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개념 틀(Conceptual Scheme, or Frame)’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적 결정이 가능하고 촉진되며, 더 강화된 형식인 개념 틀 간의 융합도 나타난다. 이러한 융합적 형태를 우리는 ‘Hybrid’라 부른다. 최근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기능 및 특성의 장점이 공존하는 환경과 같은 것이 Hybrid를 이해하는 예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또 이러한 융합이 촉진되고, 가능해지는 환경적 조건의 사회를 ‘Hybrid 사회’라 부른다.
다원화된 현대사회는 전통적 제도와 문화, 현재와 미래, 또는 한 쪽은 미래지만 한 쪽은 이미 현재가 된 문화와 제도가 공존하는 사회이다. 이처럼 전통적, 현재적, 미래적 정치·경제·사회·문화들이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의 방향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선형적 방식, 단일 개념 틀에 의해 움직이는 사고로서는 불가능하다. 위에서 제시한 ‘Hybrid 사고’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Hybrid적 사고를 적용하는 과정이나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바로 ‘Hybrid Solution(이하 HS)'이라 할 수 있다.
2. 현대 시장에서의 HS 개념과 시스템
현대 시장에서 HS는 특정한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질적인 두 개 이상의 요소들이 혼합 또는 결합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며 새로운 영역·효과·시장을 창조하는 통합코드를 만들어 낸다. 요즘 융합과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질성이 주는 신선미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요소 간 결합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Hybrid 코드가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보면 뉴미디어의 급속한 확장, 방송·통신의 융합, 콘텐츠의 디지털화, BTL 커뮤니케이션의 비중 증가로 시장은 이미 HS 현상으로 충만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HS는 본질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는가? HS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형식(Form-s)과 콘텐츠가 분리되어 형식이 콘텐츠를 결정한다거나 콘텐츠가 형식을 결정하는 형태가 아니고, 형식과 콘텐츠가 서로 유연하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여기에 창의성(Creativity)을 부여한 구조를 띠고 있다. 때로는 이질적 형식들의 결합이나 이질적 콘텐츠의 유연한 결합 또한 이루어질 수 있다<그림 1>.
1) HS Structure
Hybrid 구조의 요점은 특정한, 본질적인, 불변적인 속성이나 틀이 기초가 된다. 나머지는 그 틀에 의해 결정되거나 단순히 부가적인 성격을 가진 속성들로 형성되기보다는, 속성 다발들(Property-Clusters)의 유연성 있는 결합에 있다. 따라서 Hybrid 콘텐츠는 형성 초기에는 불완전하고 이질적인 개념 틀들의 용해되지 않은 생경한 형태의 결합에 의존하지만, 이들이 용해된 결합이나 융합을 통해 적정한 형식을 거쳐 스스로 새로운 틀을 형성하게 되고, 보다 생산적인 크리에이티브 요소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Hybrid 방식을 통한 에너지 창조의 과정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상에서 보면, ATL과 BTL 등 매체와 툴(Tool)은 ‘형식’이고, 이를 통해 전달되는 브랜드 메시지는 ‘콘텐츠’에 해당한다. 또한 매체와 메시지를 일정한 목표와 원칙에 따라 상호 영향을 주며 결합하여 표현하는 체계를 ‘Hybrid 구조’라고 한다.
예컨대 형식으로서의 광고는 콘텐츠로서의 문화와 만나고, 드라마라는 형식과 한류라는 콘텐츠를 ATL로 연계시키는가 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도구형식이 결합하고, ATL과 BTL의 형식이 연계되면서 최적의 콘텐츠로서의 브랜드 컨셉트와 만나는 등의 현상이 이 같은 구조적 모형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2) HS Principle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개성(Personality)·상상력(Imagina-tion)·정체성(Identity)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좋은 제품이요, 강력한 브랜드이다. Hybrid 구조는 전통적 전달과정을 넘어 파생적이며 산발적 효과를 하나의 목표에 집적시키면서 그 효과는 증폭된다.
과거의 ⓢ-ⓜ-ⓒ-ⓡ의 과정은 각 단계 간 상호작용만을 강조했으나, HS는 단일소스(S)가 복합적이거나 단일 또는 복수의 메시지(M)를 다양한 채널/툴 간의 결합과 조합(C1······Cn)을 통해 타깃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기본 원리를 갖추고 있다. 즉 무조건적인 결합이나 무원칙적 조합이 아니라 맞춤고객에게 적정의 효과와 효율성을 지닌 Tool Allocation(도구배분)이 중요하다.
<그림 2>에서 보듯이 보편적(General)이거나 매스식 구조에서는 차별성을 얻기 어렵고, 세분화된 보편시장은 치열한 각축의 장이 형성되나, 적정화(Optimization)와 맞춤고객(Customized)과의 접촉점을 고려한 원칙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선점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3) IBC를 향한 HS Equity
Hybrid는 서로 여러 다른 개념 틀들의 융합을 통해 나타나지만, 이것은 정태적이 아니라 여전히 동적이고, 가변적이며 기업목표에 따라 의도적이며 구성적 원리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 해법(Solu-tion)은 안정적인 성격을 지녀 장기적인 자산구축의 효과로 나타나야 한다.
과거 IMC는 단순한 툴만의 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관심을 두었으나, Hybrid Solution의 기조는 ATL과 BTL 커뮤니케이션의 결합뿐 아니라, 브랜딩 액티비티(Branding Activity)를 결합한 명실상부한 ‘통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Brand Communication; IBC)’의 태동이라 할 수 있다.
브랜딩 액티비티란 비즈니스, 마케팅 활동, 브랜드 관리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객의 브랜드 접촉점을 모두 망라해 총체적으로 연계한 브랜드 지향적(Brand-Driven)활동이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브랜드 지향적 전략과 연계되고 결합될 때 비로소 HS의 본체인 가장 경험적(Experiential)이고 혁신적(Innovative) 기업으로 평가받게 된다<그림 3>.
이에 단순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을 택할 것인지, 브랜드 지향적 연계를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전략적 몫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광고회사는 이 같은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해법기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자산의 개념에서 HS는 어떻게 평가되고 관리되어야 하는가? 이는 HS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되는 자산평가와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Hybrid식 해법을 통해 광고회사와 광고주는 무엇을 측정하고 모니터해야 할 것인가’는 HS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광고회사의 몫으로, 이를 위한 과학적인 평가 틀을 갖출 필요가 있다<그림 4>.
Hybrid 해법은 어느 정도 전략과 실행을 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HS 프로그램의 전략적 합리성을 평가하고 실행의 효과 측면을 아울러 진단해야 하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첫째 Hybrid Solution은 파트너십을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ATL과 BTL, 마케팅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전략적 제휴 틀 속에서 진행되어 왔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HS는 개별 프로그램의 고유성과 Hybrid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툴 간의 전략적 제휴는 개별 프로그램의 고유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Hybrid의 정체성을 파생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셋째, 이 개별 정체성의 조합과 결합이 새로운 고유성을 창출하면서 궁극적으로 툴의 결합과 연계가 프로그램 시너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HS의 본질은 기존 툴의 전통적 효과에 의존하기보다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의 새로운 장르(예: 도시마케팅, 전시 및 제작프로그램 등)의 잠재적 효과를 발굴해 내는 데 묘미가 있다.
넷째, HS는 어느 정도 소비자의 유통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HS 프로그램 제작에 어느 정도 고객경험을 강조하며 실제 이를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NMMC(Non-Mass Mediated Communi-cations)의 하위개념으로 불리는 BTL은 전통적 매체와 달리 고객의 참여를 중시한다. 즉 고객(소비자와 유통 등)을 브랜드 구축의 파트너로 삼고 Push & Pull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평가로서, HS가 단순히 판매촉진을 위한 도구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전략적 브랜드 관리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다섯째, HS는 프로그램 전략에 걸맞게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적절하게 표현되고
있는가이다.
ATL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에서 중시되었던 크리에이티비티의 개념은 어필(Appeal)과 스타일(Style)에서의 창의력이 평가되었다면, HS 프로그램은 전체 에쿼티(Equity) 요소의 종합적 연계전략의 영향력과 효과로 판단해야 한다.
3. 광고회사의 과제와 역할
Hybrid 코드는 상생과 결합이 주류를 이루는 정치, 신개념 금융, 친환경 자동차,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디지로그 시대의 확산, 이질적 문화의 화합과 정책 등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Hybrid 패러다임은 광고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생존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광고회사의 과제와 역할은 다음과 같다<그림 5>.
첫째, 새로운 정체성의 정립을 통한 일체화(Identitfication) 노력과, 이를 위한 내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광고지상주의에 집착해 온 기존의 정체성으로는 부족하다. 매스 개념이 지배해왔던 보편주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가고, 고객 접촉점의 다양화와 개별적 특성이 중시되는 효율적 상대주의로 변모했다. 이제 그 고유성을 브랜드 캠페인 전문회사(Brand Company Campaign Professio-nal)로 표방하고, 브랜드 전문가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HS를 추구하는 회사는 과거 광고 전문가의 상징적 의미를 넘어 총체적 브랜드 솔루션(Brand Solution) 회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원화 시대에서 이 총체성은 바로 Hybrid Solution의 추구에서 나타난다.
둘째, Hybrid Solution의 성패는 총체성과 더불어 얼마나 최적의 해법을 제공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미 기업은 특정 메시지나 콘텐츠를 다양한 고객 접점에 노출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즉 소위 Hybrid Mix를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제시하느냐이다. 이를 위해 채널 접점의 최적화(Channel Opti-mization Program) 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 정립이 시급하다. 과거 광고효과 모델 개발을 통한 전략과 효과 측정이 가능했다면, 미래에는 Hybrid Mix별 평가를 위한 측정과 지표를 체계화하는 것이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요건이다. 또한 스스로 정체성을 표방하긴 쉬우나 광고주와의 장기적 관계 구축은 공신력 있는 모델의 활용과 제시에 달려있다.
셋째, 선진 BTL 기법의 적극적 도입과 교류가 중요하다. 브랜드 구축은 ATL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BTL은 단순 판매촉진의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BTL은 ATL을 제외한 프로모션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 제작활동까지 포함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광고회사의 BTL 프로그램의 개념과 집행 수준은 소수 회사를 제외하고 극히 열악하다. ATL보다는 효율적인 BTL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는 유럽의 모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들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넷째, Hybrid Solution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역할별 네트워킹에 능숙해야 한다. 미래의 광고회사는 소수의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 BTL이나 기타 마케팅 활동까지 수행할 수는 없다. 예컨대 광고전문회사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도시 마케팅이나 브랜드 관리 프로그램까지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HS 개념이 본격화되면 아마도 광고산업 내 신종 Hybrid 전문회사가 속속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별 전문업체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수주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들과의 네트워킹과 과감한 아웃소싱으로 Hybrid 업무를 수행하기위한 솔루션 패키지(Solution Package)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HS는 미래사회를 향해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 매체환경과 마케팅 툴의 복잡화, 다양화에 걸맞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누구나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더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전략도구, 믹스 시나리오의 개발과 적용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HS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 프로그램의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이며 선구적 의지는 물론, 새로운 해법을 수용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기업문화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