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이하 BIE)는 대한민국 여수의 세계박람회 개최 의지 및 능력을 조사하기 위한 실사단을 구성, 지난 4월 9일부터 14일까지 5박 6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주지하다시피 여수는 올해 11월 27일로 예정된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모로코의 탕헤르 및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 경제력 면에서나 전반적인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에 있어 경쟁국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최 도시 여수가 세계적 인지도가 매우 열악한 상태인 데다가 ‘개도국, 아프리카, 이슬람 최초의 개최’ 등의 명분을 내세우는 모로코의 강력한 도전과, EU국가들의 후원에 힘입어 세를 불려가는 폴란드의 저력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사를 통해 작성되는 조사보고서는 각 회원국들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만한 것이었으므로 이번 방문의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경쟁하고 있는 3국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실사였기에 행사를 준비하는 우리의 긴장감이 배가되었다.
우리 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정된 때는 행사가 불과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다. 짧은 기간과 한정된 예산…. 그 어떤 행사에 넉넉한 시간과 예산이 주어지겠는가마는, 중앙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사명감의 압박 속에 그 부담감만 해도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르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모든 측면에서 완벽했다”는 실사단 인터뷰에서의 말처럼, 그들은 대한민국의 환대에 감동했고, 여수의 의지와 능력에 감탄했다. 이에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과,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불안감 속에서도 실사단의 감동을 이끌어낸 6일간의 궤적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세상에서 가장 열렬한’ 환대
이번 실사단의 대표인 캐나다의 가르멘 실뱅은 여수 방문 후 “여수는 따뜻한 환대와 세계박람회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도시이다. 전에도 실사를 9~10차례 다녀봤는데 여수만큼 강력한 지지를 본 적이 없는 만큼 이 점을 총회에 반드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보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실사단의 여수 방문 시에 보여준 여수 시민들의 대대적이고 열정적인 환영은 마치 월드컵 4강 신화속의 붉은악마나 민주화를 열망하는 87년 6.10 시청 앞 광장의 시민들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여수 시민 30만 명 가운데 4분의 1에 가까운 7만여 명이 2012 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며 한마음이 돼 BIE 실사단을 환영했다”라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였으니, 아무리 각각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실사단 구성원이라지만 국가원수급도 받기 힘든 이러한 환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의 준비도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여수시민의 열정에 못지않았다. 실사단 7인이 타고 다니는 전용버스는 27인승 버스를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 같은 좌석으로 개조해 이동간의 편의를 극대화했으며, 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물품, 이를 테면 숙박시설의 타월, 가운에서부터 메모지, 필기구 등에까지도 실사단 개개인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뿐만 아니다. 실사단 7인 개개인의 캐리커처 피켓으로 환영했고, 실사단의 모습을 캐릭터로 만들어 당사자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친근감을 높이기도 했다. 더욱이 공항 입국에서부터 호텔·만찬장 등 이동하는 곳곳마다 가로등 배너와 LED 전광판, 육교/대교의 현수막, 대형 건물의 전면 플래카드 등을 통해 노출되어진 환영의 뜻은 우리나라의 개최 열망을 실사단에 인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특히 광화문 앞길 세종로에 광고판을 설치해 실사단을 환영했던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로 꼽혔는데, 이는 발상 면에서나 유관 기관의 협조 활용 등을 고려했을 때 옥외광고 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라 여겨진다.
환상적 체험 제공
개개인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있을 때 사람들은 기뻐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보다 특별한 장소에서 그들만을 위한 독특한 체험을 더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을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실사단에게 박람회와 관련된 체험행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활용, 그들에게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느끼게 하고자 보다 색다른 체험행사를 준비하였다.
여수 신항에 정박한 충무공 이순신함에서 있은 만찬과,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불꽃놀이가 그것. 박람회 부지를 헬기로 시찰하고, 박람회 홍보관에서 핸드프린팅으로 족적을 남김으로써 이성적으로 개최 당위성을 수긍케 한 실사단에게 로맨틱한 감성으로 호소해 우리의 열과 성의에 대한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비가 오는 날씨에 순발력 있게 대응, 하루 만에 급히 공수한 창덕궁 투어의 골프카는, 마치 이런 일도 예상했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제공되어 실사단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출국 직전 리움투어를 통해 한국에서의 마지막 문화적 향취를 선보인 것도 매우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또 마지막으로 출국 전날 6일간 보고 듣고 경험했던 순간들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편집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상영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우리의 정성을 실사단의 감격으로 이어준 장면.
“Very good start”, “Excellent”, “Perfect”
이번 행사에서 실사단의 코멘트는 공식적으로 3번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국 첫날의 융숭한 영접과 그 다음날의 내실 있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좋은 출발” 이었다는 평가가 그 첫 번째, 주제와 개최 계획 프레젠테이션, 국정 책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나온 “탁월하다”라는 평이 두 번째, 박람회 부지인 여수를 둘러보고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나온 “완벽하다”는 평가가 세 번째. 이렇듯 지낼수록, 보고 겪을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긍정적 평가는 준비하는 우리들 모두에겐 보람이었고 자랑으로 남을 멋진 기억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공식적 유치활동의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2차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국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예정이고, 이에 상응해 우리와 유치위에서 몇 배의 인력이 참여해 땀 흘리며 준비하고 있다. 이 행사도 실사단 방문행사처럼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평가를 얻고도 유치 실패라는 쓰라림을 안았던 평창의 사례를 거울삼아 끝까지, 마지막 투표에서 결과가 발표되는 그 순간까지 방심하지 말고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뚝심과 열정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