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의 입찰공고문이 뜬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할까 말까’ 고민하게 되었다. 주어진 예산은 적고, 과연 이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우리 회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그리고 결론. ‘이런 프로젝트야말로 우리가 해야 한다!’
이에 2월 9일 제안서 제출, 2월 13일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드디어 우리가 승리했다. 우리는 조직위원회와 더불어 프리젠테이션에 쓰일 영상물과 자료, 현장 부스, 배포용 제작물, 현장 이벤트 연출 등에 대해 다각적인 각도에서 준비에 돌입했다.
그 바탕이 되는 기획의도의 핵심은 바로 ‘인천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진솔하게 보여주자’는 것. 즉 거품을 뺀 진정성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이후 전반적으로 ‘한국 독식에 대한 견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는 표현 면에 있어 인천 시민들의 유치 염원을 더욱 강력히 보여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마침 4월 3일 식목일을 기념하기 위해 1,500여 명의 인천 시민들이 모인 행사를 아시안게임 유치 기원모임으로 바꿔 아시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45개 국의 깃발과 유치기원 플래카드, 애드벌룬 등을 배경으로 인천 시민의 유치 염원을 담은 영상물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4월 13일 저녁, 유치위원회와 LG애드 스태프, 현장 스태프로 이뤄진 본진은 승리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결전의 땅, 쿠웨이트로 향했다.
열망과 염원, 승리까지 - 숨 막혔던 4일간의 기록
4월 14일
PT 지원 본진 쿠웨이트 도착, JW매리어트호텔 현장상황 확인 후 부스 설치. 이때부터 유치 경쟁국인 인도는 한국 측 홍보부스에서 진행되는 일을 따라 하기 시작함. 우리가 PDP 2대를 설치하니까 그들도 PDP 4대를 대여해 설치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공수해온 대형 스탠드를 설치하자 급하게 현장에서 발주를 내리는 모습까지…(결국 결과물은 조악해서 설치 후에 급히 철거).
4월 15일
총회 현장인 호텔 1층의 알자라에 장비 반입 시작. 현지 장비가 예상보다 훨씬 열악, 90년대 수준으로 낙후된 장비 속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작전을 재수립해야만 하는 상황. 게다가 현지 장비 대여/설치 업자들은 대부분이 인도인이었으니…… 결과적으로 한국 측은 총회장에서 장비와 하루 종일 씨름하는 사이에 인도 측은 현장 옆에 있는 호텔 스위스인의 위층 스위트룸을 빌려 출연자 리허설까지 실시.
4월 16일
PT 하루 전. 전날 내내 한국 측이 총회장을 빌려 테크니컬 리허설을 한 데 대해 인도 측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총회장을 하루 종일 쓸 것을 요구. 한국 측도 현지 크루와의 마찰 및 장비의 낙후 때문에 전날 제대로 된 러허설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들어 총회장 사용을 요구해 결국 저녁 6시 이전에는 한국, 그 이후에는 인도가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장비 문제는 이날도 계속되어 결국 제대로 된 리허설은 6시 직전 한 차례만 시행. 인도 측에서는 총회 직전까지 밤새 리허설을 할 것이라고 공언. 한국 측은 한 차례 더 리허설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인도의 리허설이 끝나는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바깥에서 스태프들이 비상대기.
4월 17일
결전의 날. 새벽 5시, 인도 측이 리허설을 끝내고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측 스태프 전원 집결. 아침 7시, 출연진 전원이 참석하는 최종 리허설 진행. 총회 시각은 오전 11시. 원래 예정은 11시에 제1국가 PT, 1시에 제2국가 PT, 13시 현장 발표였으나, 한국의 방송국 측이 8~9시 뉴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최소 2시 이전에 발표해 줄 것을 요구, 이를 수용한 일정. 이윽고 11시 20분에 총회가 개막되어 제비뽑기로 PT 순서를 정한 결과 한국이 먼저 하고 인도가 나중에 하는 것으로 결정. 그 순서가 발표된 순간 양측에선 동시에 환호성. 한국은 순조로운 장비 진행 때문에 먼저 발표하기를 원했고, 인도는 깜짝 퍼포먼스 때문에 나중에 하기를 원했기에….
11:40 / 한국 PT 시작, 약 60분 진행(예정 시간에서 20분 초과)
12:40 / 인도에게 20분간의 장비체크 및 PT 준비시간이 주어짐
13:00 / 인도의 PT 약 70분 간 진행(예정 시간에서 30분 초과)
14:20 / 장내 정리 후 투표 진행
14:50 /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IOC참관단이 투표함을 수거. 알사바 OCA위원장이 개표 결과발표는 16시에 있을 예정임을 통보. 당초 발표 장소는 프레스컨퍼런스 장소인 16층의 알투라야였으나 현장의 열기와 참석자들 숫자로 인해 총회 장소인 1층의 알자라로 급거 변경. 그런데 45표 개표하고 발표하는 일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가에 대한 의혹 속에서 미팅 해산.
16:00 / 발표를 위해 재집합. “이 투표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유일한 승자는 아시아 스포츠의 미래다”라는 알사바 위원장의 헌사 후 승자는 ‘인천’임을 선언!
예산, 프로젝트 성공 후 LG애드에의 기대효과, 우리나라의 국제스포츠행사 유치에 대한 견제,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경쟁국과의 기(?) 싸움까지 결코 평온, 평탄할 수 없었던 승부가 마침내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그 보람 또한 남다르며, 그래서 2014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