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60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평균연령이 높아져서 어쩌면 이 말이 예전보다 더 설득력을 지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60 나이에 새로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젊어서 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마라톤 대회를 찾아다니며 수십 번의 완주기록을 세우는 사람,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파일럿에 도전하는 사람 등등. 60세를 넘어서도 젊은이와 같은 열정을 지닌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된다.
2007년은 LG그룹에게는 특별한 한 해다. 바로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31개의 계열사, 130여 개의 해외법인 및 70여 개의 해외지사, 40여 개의 국내 공장, 70여 개의 연구소, 그리고 16만 명의 임직원. 60년 세월을 거쳐오면서 LG가 이루어낸 모습이다.
그러나 LG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렇듯 사람으로 말하자면 환갑의 나이가 된 LG가 2007년 벽두부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고 이 메시지는 신선한 충격을 주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LG가 창립 60주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한 캠페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너무나도 잘 아는, 그래서 못 느끼는 ‘LG의 가치’
소비자가 생각하는 LG는 어떤 기업일까? 국내 최초의 합성세제, 국내 최초의 선풍기, 국내 최초의 라디오, 국내 최초의 흑백 TV, 국내 최초의 에어컨, 국내 최초의 세탁기 등등 자세히 살펴보면 LG가 만들어낸 제품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또한 그 동안 LG가 만들어낸 제품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지만, 없으면 참 불편할 것 같은 제품들이 많이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활이 LG와 더불어 점점 편리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LG의 기업가치는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LG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보면 ‘친근한 기업’, ‘편안한 기업’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업. 그래서 공기나 물처럼,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LG의 현재 모습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에서 이번 캠페인은 시작되었다.
광고와 예술이 만나다
흔히 우리는 무언가 매우 우수하거나 뛰어난 것을 표현할 때 ‘00가 예술인데…’라는 비유를 많이 한다. ‘경치가 예술인데…, 요리솜씨가 예술인데…’ 하는 것처럼. 이번 LG광고는 ‘광고가 예술인데…’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고흐·고갱·미켈란젤로·르누아르 등 유명 화가의 작품 총 26점이 이번 광고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LG의 새로운 캠페인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LG라는 기업이 도대체 소비자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하는 점을 소비자가 충분히 공감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LG는 그 동안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라는 경영이념 하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기업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TV·세탁기·노트북·휴대폰·샴푸 등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던 제품들이 이번 광고에서 모두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속에 싸이언이,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 속에 엘라스틴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속에 트롬이 등장한다. 마치 원래의 명화에도 LG의 제품들이 그려져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말이다. 아무런 대사나 내레이션도 없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Fintan Waltz>가 잔잔히 흐르면서 명화감상(?)도 끝을 맺을 즈음 조용하게 자막이 나타난다.
‘당신의 생활 속에 LG가 많아진다는 것은 생활이 예술이 된다는 것.’
이번 캠페인은 총 3편의 멀티광고로 제작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의 생활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LG의 제품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엑스캔버스·트롬·휘센·엑스노트·디오스·싸이언·폰앤펀·엘라스틴·오휘·비욘드 등 총 10여 개의 LG 브랜드들이 예술 작품들 속에 녹여져 있다.
그런데 명화와 LG제품들의 자연스러운 조합을 위해서는 제품 촬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광고에 등장할 제품의 품목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최신 모델의 제품으로 수배하는 것까지 전 LG 계열사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수배된 제품의 촬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 각도와 조명을 바꿔가면서 제품 당 수십 번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CM이 온에어된 후에는 트롬이 돌아가는 장면이나 디오스의 문이 열리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 PR 광고의 재조명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업 PR 광고는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사회봉사 소재를 활용한 공익성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LG의 이번 캠페인은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업가치를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전달하면서도 다양한 제품들을 광고에 노출시킴으로써 실질적인 기업의 영업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캠페인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60년 간 대한민국 국민들이 ‘예술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온 LG가 앞으로 60년 간은 또 어떤 노력들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이러한 LG의 기업활동을 소비자가 좀더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소비자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좋은 캠페인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