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아주 재미있는 간판을 보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앙코르와트 관광안내소 간판이었는데, 와트(what)를 이중적으로 써서 만든 것이었다.
오늘날의 광고는 이처럼 거리 표지판과 경쟁해야 하고, 컴퓨터 게임과 경쟁해야 하며, 인터넷과 경쟁해야 한다. 대중에게 광고로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빠르고, 충격적이고, 노련해야 한다. 차별되고, 유머가 있어야 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광고하고자 하는 품목과 잘 맞아야 한다.
1. 전통을 깨고 새롭게 접근하기
변화하는 매체환경은 광고·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및 소비자 경험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습적 미디어라는 틀에 묶이기보다 그것을 넘어서 색다른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킴우유 패키지
미국과 호주에서는 미아의 사진을 우유팩 옆면에 넣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 광고에서는 저지방 우유를 광고하기 위해서 그 우유를 규칙적으로 마셨을 때 ‘어떤 것’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들을 보여준다. 허벅지 살이나 뱃살·턱살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빠르고 충격적이며 노련한 방식으로, 다른 것들과 차별되고 유머러스하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엇보다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광고다<광고 1>.
인도 환경보호단체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이 광고포스터는 자동차의 배기구 바로 위에 포스터를 붙임으로써 포스터 속의 사람이 배기구를 마치 담배처럼 물고 있도록 만들었다. 카피는 ‘배기가스는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당신의 폐에 해롭습니다.’
만약 이 광고가 그냥 평범한 건물의 벽에 붙어 있었다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없었겠지만, 자동차의 배기구라는 의외의 공간에 광고를 위치시킴으로써 그 기발함이 살아나고 있다<광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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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박물관의 택시와 공항 옥외광고
재개관을 알리기 위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공간, 즉 택시와 공항의 천정을 프레스코화로 도배한 옥외광고를 전개. 오스트리아 Wien Nord Pilz가 제작했다<광고 3>.
리우데자네이루 Carvalho Hosken 신문광고
우리가 이사할 때 흔히 깨지기 쉬운 재떨이나 컵 등을 신문지로 포장한다는 점에 착안해 ‘지금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판매하고 있으니, 당장 짐을 싸기 시작하라’고 말함으로써 광고 첫 달에 전체 아파트 중 50%를 팔아치우는 성공을 거둔 광고.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체인 신문도 어떤 아이디어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죽이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광고 4>. |
2. 까놓고 말하기(솔직하기)
진실보다 더 강력한 힘은 없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다. AVIS 렌터카의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합니다’ 캠페인이나, ‘어느 미친놈이 시바스리갈 병을 이렇게 바꿨어?’라고 말한 시바스리갈 광고, ‘사랑에는 (마음만이 아니라) 돈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기금모금 광고는 솔직한 접근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를 보여준다.
기아 어린이 돕기 자선단체
이 광고는 왼쪽에 기아로 인해 누워있는 어린이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여느 페이지와 같이 기사를 싣고 있다. “음~ 자선단체 광고구나”하며 무심코 잡지를 넘기는 순간, 그 아이는 죽은 아이가 되어버린다. 잡지라는 매체가 아니고서는 보여줄 수 없는 절묘한 크리에이티브를 자랑하는 이 광고는 우리로 하여금 매체 탓을 하지 말고 생각의 폭을 넓히면 얼마든지 ‘죽이는’ 아이디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준다<광고 5>.
Dove
최근 도브(Dove)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아이디얼 뷰티’만 보여주는 다른 모든 광고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외형적 아름다움에의 지나친 추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선언한 이 캠페인은 베네통광고의 혁명을 연상시킨다. 언젠가부터 아름다운 여자, 날씬한 여자가 되는 것이 마치 거대한 종교현상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얼굴에 주름지고 머리가 하얗게 새었지만 당당하기 이를 데 없는 아름다운 모습과 일상적 신념을 보여주는 캠페인은 여성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뜰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에는 미디어가 주장하는 미인 외에도 다양한 미인이 존재하며, 그 힘은 내면에 있음을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도브퍼밍크림의 700%에 가까운 매출 급상승까지 가져왔다니, 고도화된 상업주의든 아니든 간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광고 6>.
. 광고와 함께 놀기
1990년대 중반 이후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광고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 현상 중 하나는 ‘어리둥절한 메시지나 극단의 시나리오, 희한한 캐릭터’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비논리적인 광고’의 등장이다.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그들로 하여금 ‘광고라는 놀이’에 참여하게끔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 ‘PLAY’
그림자밟기·술래잡기·꼬리 밟기 등과 같은 놀이를 통해 이제 스포츠화는 운동할 때만 신는 게 아니라 일상의 놀이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제품이 좋다는 걸 너무 진지하게 알리는 것에서 벗어나 광고와 함께, 제품과 함께 놀자고 말하고 있다<광고 7>.
에비앙
“Don't Drink & Drive”라는 말을 지겹게 들은 사람에게 “Drink & Drive”라고 말하고 있는 비주얼을 보고, 깜짝 놀라 밑에 있는 제품을 살펴보니 에비앙이다. ‘그렇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건 안 되지만 물을 마시고 운전하는 건 괜찮잖아!’<광고 8>.
아디다스 옥외광고
도쿄 한복판의 10층 높이 빌딩에 운동선수들을 매단 채 수직으로 축구게임을 하게 한 광고다. 다음해에도 연달아 ‘휴먼 빌보드(Human Bilboard)’를 통해 높은 건물 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등장시킨 이 옥외광고 캠페인은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라는 컨셉트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이는 ‘이번에는 뭐 좀 다르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나?’라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대답으로서, 이 빌보드는 그야말로 생생한 빌보드가 되었고, 거리의 극장이 되었다. 또한 라디오·잡지·신문의 기사거리가 되었고, 수많은 TV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전 세계 수백만 방송국을 통해 무료로 광고가 된 것이다<광고 9>.
4. 골 때리기, 혹은 밉지 않게 과장하기
이제 광고는 ‘옳다/그르다’의 이성적 판단보다는 ‘마음에 든다/안 든다’라는 소비자의 감성적 판단에 더욱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품 자체가 놀이의 성격이 강한 탓도 있지만, ‘의도보다는 우연, 합목적적인 것보다는 예외적인 것, 형식보다는 반(反)형식의 놀이’로 요약되는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에 있어 약간의 과장은 눈길을 더 끌 수도 있고, 한 번 더 웃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수도 있고, 더 확실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003년, 젊고 늘씬한 여자가 20대 청년을 출산하는 내용의 그로테스크한 광고로 선정적이라는 논란을 빚었던 플레이스테이션 광고는 이번엔 간통현장을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마치 간통하다 들킨 듯한 이 여성의 상대는 털까지 난 남성미 넘치는 게임기 버튼들이다. 2005년 칸광고제 인쇄부문 금상 수상<광고 10>.
Odol 입 냄새 제거제 광고
입 냄새를 비린내 나는 생선통조림과 담배꽁초가 가득한 재떨이로 비유한 엽기적인 아이디어. 제품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광고 11>.
PLAY LAND 놀이공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놀이공원, PLAY LAND 광고는 엽기적인 표현을 통해 제품의 재미성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비주얼의 소재는 놀이공원 내 유실물센터에 접수된 유실물들. 그러나 그 내용물이 심상치가 않다. 의안·틀니·가발 등등…. 아니 어떻게 이런 것들을 잃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놀이기구가 너무 재미있고 액티브해서 눈이 튀어나오고, 틀니가 빠지며, 가발이 벗겨질 정도라는 것. 도대체 얼마나 화끈할지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광고 12>.
Orbit 아동용 껌
아이들 껌인 Orbit은 ‘깨끗한 입, 건강한 치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봉에 이를 매달고 있는 어린이를 보여주고 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도 눈에 확 띄는 비주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광고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