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0월, 당시 Open Price라는 새로운 유통 환경 속에서 라끄베르는 ‘믿을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비자에게 첫 선을 보였다. 그 후 라끄베르는 ‘피부컨설턴트 라끄베르’로 새롭게 단장하여 본격적인 캠페인을 벌여 나가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라끄베르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경쟁 브랜드 대비 절대적 열세의 광고비, 크리에이티브의 시행착오 속에서 라끄베르는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98년 ‘라끄베르 페이스파우더’ 광고의 성공 이후 화장품 광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라끄베르는 만 4년이 지난 2000년 현재까지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끄베르 캠페인의 시작
96년 브랜드를 처음 런칭한 이후 브랜드 광고, 퀵마스크, 7weeks 크리스탈플루이드 등의 세 가지 광고가 있었지만, 지금의 라끄베르를 만드는 초석이 된 것은 98년 여
름 , 라끄베르 페이스 파우더를 광고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확고히 자리잡은 투웨이 케익 시장의 대체재로 등장한 페이스 파우더가 점차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상황에 때맞춰 내놓은 라끄베르의 신제품이었다.
입자가 고와서 피부에 착 달라붙기 때문에 화장이 잘 받고, 그래서 자연스러운 화장 연출이 가능하다는 제품 컨셉트로 시작된 페이스 파우더의 광고제작은 우선 제품 컨셉트 중 ‘입자가 곱다’는 점을 광고 컨셉트로 확정하고 아이디어회의에 들어갔다.
입자가 고운 파우더임을 알리면 화장이 잘 받고 자연스러운 화장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무리없이 알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제 과제는 광고 컨셉트를 어떻게 적절히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수없이 많은 안들이 탈락되고 마침내 선택되어져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광고 1>
그 당시에는 이미지 중심으로 여성의 미를 강조하는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사기가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는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광고의 성공을 중심으로 라끄베르는 광고에 있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확립해 나갈 수 있었으며, 향후 라끄베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creative guideline)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표 1>
기존에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모델(김남주), 그리고 피부컨설턴트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라는 좋은 슬로건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그것에 덧붙여 ‘라끄베르답다’라는 강력한 파워를 갖춘 캠페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라끄베르답다’는 틀을 고수
그러면 라끄베르 페이스 파우더 이후 기초종합(98. 12), 메이크업 베이스(99. 1), 봄 립스틱 스타핑크(99. 2), 투웨이 케익(99. 4), 멜라오프 화이트(99. 6), 가을립스틱 샤이니와인(99. 8), 기초종합 유수분 밸런스(99. 9)에 이어 2000년까지 이 라끄베르 캠페인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광고주를 필두로 광고를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라끄베르답다’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이고, 둘째는, 제품에 따라서 효과가 미흡한 광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준 광고주의 배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의 매출을 올리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집행했을 때 매출로의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관계한 모든 사람들은 초조해지고, 또 다른 대안을 찾아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캠페인이 집행되기보다는 단발적인 광고만을 집행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라끄베르의 광고도 모두 다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 아래 조기에 방송을 내려야 했던 광고도 있었고, 광고효과 조사 결과 광고에 대한 호감도가 낮게 나와 대안을 찾으려 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제작을 맡은 사람도, 또 의사결정을 하는 광고주도‘라끄베르답다’라는 큰 틀을 깨려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웠을지언정 라끄베르답지 못한 임팩트를 원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힘’이 바로 지금의 라끄베르를 지켜왔던 수호신인 것이다.
2000년 라끄베르 캠페인 사례
올해 제작된 라끄베르 광고는 10월 말 현재 총 6편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라끄베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지키지는 않고 있지만 오히려 발전된 개념의 라끄베르 광고로 만들어져 왔다.
2월에 방영되었던 봄 립스틱 웨딩피치 광고 는 라끄베르의 이지적이며 도회적인 이미지를 배제하고 2000년을 맞는 설렘과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오렌지빛 립스틱을 강조하였다. 최초 가이드라인의 틀은 벗어났지만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라는 슬로건을 유지하면서 조금은 다른 모습의 라끄베르를 소비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칫 식상하기 쉬운 라끄베르를 다르게 포장해 보여준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본다면 파격에 가까운 이 광고는 라끄베르가 보여준 자신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광고 2>
4월에 방영되었던 화이트 파워 광고는 미백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화이트닝 제품 광고와 달리, 생활자외선으로부터의 화이트닝이라는 차별화된 컨셉트로 이에 어울리는 블라인드를 소재로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제품의 컨셉트를 쉽게 전달하고 있다.
<광고 3>
8월에 방영되었던 가을 립스틱 아트브라운은 현대 예술의 총아로 각광 받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중 첼로를 켜는 여인을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이고 세련되면서 아트적인 여인의 모습과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라끄베르를 한차원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광고 4>
이어 9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링클리프팅 광고는 ‘쉬워야 한다’는 라끄베르 광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광고라 할 수 있다. 라끄베르다운 모든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탄력’이라는 어려운 표현요소를 봉고의 소리와 함께 그 두드리는 가죽부분이 펴지는 것으로 풀어서 보여줌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광고이다.
<광고 5>
2000년의 광고가 라끄베르 광고의 최초 가이드라인을 많이 벗어난 것이라면, 10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메이크업베이스 광고는 처음 시작될 당시의 라끄베르의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광고라 할 수 있다. 이지적인 모델과 제품의 특징을 소품을 통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포맷으로, 지금 보면 약간은 촌스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라끄베르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광고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광고 6>
라끄베르 캠페인의 중간 평가
장기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캠페인이 갖는 가장 큰 힘은 브랜드 파워의 증가이
고, 이러한 브랜드 파워의 결과는 여러 가지 지표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LG화장품에서 주관하고 갤럽에서 매월 실시하고 있는 광고효과조사(2000년 10월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장품 시장에서 M/S 1위인 A 브랜드 대비 항상 열세였던 광고 인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으로써 최초인지도 및 총 비보조 인지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표 2, 3>
이는 단기적인 광고의 임팩트가 뛰어난 데 기인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축적된 라끄베르 브랜드 파워의 증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캠페인은 계속되어야 한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무슨 일을 도모하여 시작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시작을 하는 것보다 더 더욱 어려운 것은 이미 시작한 일을 끝까지 지켜 나가는 일일 것이다. 매번 광고를 제작함에 있어서 아이템의 부적절성, 컨셉트의 혼란, 아이디어의 부재, 틀을 벗어난 기발한 아이디어 등 캠페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서서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변신해 가며 캠페인을 전개해 나간다면 그 브랜드의 파워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 분명하다.
지나온 광고 중 특히 기억나는 것은 다시다 ‘고향의 맛’ 캠페인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 당시의 M/S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소비자들의 마음속에는 굉장한 흔적으로 자리잡았으리라 생각된다.
라끄베르의 캠페인도 훗날 광고를 하는 사람들, 혹은 소비자의 머리 속에 하나의 ‘잘 했던 캠페인’으로 기억되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