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2 : 프로모션전략 연구 - 화제는 풍부하게, 표현은 절제하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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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I 경주대 커뮤니케이션학부교수

일본의 여성 언더웨어 시장 현황

일본의 여성 언더웨어 시장 현황 소비불황으로 인해 시장 축소가 계속되는 일본의 어패럴업계 안에서 비교적 견고하게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여성 언더웨어 시장이다. 그러나 99년 총 판매액은 4,550억엔으로 전년 대비 4.0%가 감소하여 소비저하의 기운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이는 의류 전문점과 대형 슈퍼의 저가 PB(private brand) 상품(보통 브래지어와 거들 한 세트에 2,000엔 전후의 상품)의 공세가 본격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기업이나 상품을 보면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10대∼20대 젊은 구매자들의 구매동향을 잘 파악하여 인기를 얻은 기업과 상품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신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 여성 언더웨어 업계의 리더격인 와코르의 99년도 시장점유율은 22.1%로 여전히 2위보다 2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99년 7월에 출시한 브래지어 브랜드‘마슈마로 브라’가 부드러운 착용감을 소구함으로써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어 대형 히트상품이 되었던 것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시장점유율 상위 5개 회사 중 유일하게 매출 증가를 보여 2년 연속 시장점유율 2위(8.6%)를 기록한 토림프(Triumph Inter-national Japan)사가 약진한 원동력도 작년 봄 세계 최초로 조절기능이 부착된 브래지어 ‘천사의 브라 업 앤 클릭(up & click)’이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대히트를 친 것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반해 30대∼40대 이상의 주부층이 주요 고객인 3위 세시르(Cecile: 통신판매)와 4위 샤르레(Charle: 방문판매 전문회사) 등은 전반적인 품목에서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여성 언더웨어 시장은 성숙할 만큼 성숙되어 있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2000년 상반기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점유율 순위에 커다란 변동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언더웨어 업계는 새로운 수요창조를 위한 신제품과 신기능의 개발경쟁, 한정된 파이를 다투는 치열한 프로모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젊은 여성의 마음을 앗아가는 회사는 어느 회사인가 ?

와코르, 최초의 ‘일본인 모델’ 기용으로 화제를 유발

와코르는 여성 언더웨어업계의 톱 브랜드로서 풀 라인(full line) 품목을 갖추고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프로모션도 타깃별, 채널별로 정석적이면서도 치밀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이 와코르가 작년에 백화점을 중심으로 출시한 ‘마슈마로 브라’의 프로모션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원래 와코르는 광고 판촉에 내국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와코르사는 이번 2000년 가을 캠페인의 메인 캐릭터로 인기 탤런트인 후지와라 노리카(藤原紀香)를 기용했는데, 7월에 시작한 브래지어 캠페인이 오리지널 컨피던스(일명 오리콘)의 CM 호감도 조사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힘입은 와코르는 ‘마슈마로 브라’에 이어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시리즈 제2탄을 통해 하반신 전체가 아니라 착용시 꼭 필요한 신체 부위만을 선택적·집중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거들 ‘포인트 셰이퍼(point shaper)’의 판매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의 슬로건이자 키워드는 1, 2탄 공히‘후지와라주의(藤原主義)’이다.

후지와라는 1971년생으로 지난 92년 미스 일본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95년부터 연기활동을 해오고 있는 인기 탤런트이다. 출연 TV드라마에는 <해피 매니아>, <위험한 관계>,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방법>, 영화로는 <캣츠 아이> 등이 있는데, 그녀가 출연한 광고 제품은 예외없이 ‘대박’을 터뜨린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아브라스, 사토제약, 다카라양조, 후지필름, 도부백화점, 제이폰도쿄, 만파워, 가네보, 일본항공 등의 광고에 출연).

후지와라주의는 “인생은 언제나 지금이 출발이다”라는 그녀가 등장한 드라마의 대사에서 탄생된 개념이다. 무엇을 시작하든지 결코 늦은 것이 아니며, 나이를 먹었다 해도 겁먹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나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면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후지와라의 ‘후지와라주의’라는 것.

그런데 이 후지와라주의는 <표>에서 보듯 ‘패션(fashion)’ ‘미(beauty)’ ‘사랑(love)’의 3가지로 구성,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월에 실시한 제1탄 광고, ‘후지와라는 기분 좋은 것밖에 입지 않는다, 후지와라주의’에서는 정면을 직선적으로 바라보는 후지와라의 눈동자와 동양인 같지 않은 멋진 각선미가 임팩트 있는 자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대담하게 표현되어 많은 여성으로부터 호감을 얻었고 그것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일본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인 그녀. 그녀의 빼어난 몸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영상으로 응축한 것이다. 남, 여의 성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이 지닌 의지와 자세를 표현하기 위해 아예 슬로건도 ‘후지와라주의’로 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포즈도 늠름한 얼굴 표정과 어우러져 자유로운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 이번의 제2탄도 ‘후지와라는 더 멋져져서 보여준다, 후지와라주의’를 기본 테마로 하고 있다. 여기서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탱고 리듬에 맞추어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박진감있는 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후지와라를 통하여, 여성 몸매의 아름다움과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파워를 신제품 ‘포인트 셰이퍼’와 결부시켜 표현하고 있다.
또 커머셜에 사용된 테마 음악은 코 히로미(鄕ひろみ)와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가 듀엣으로 부른 러브 발라드 ‘True Love Story’로, 이 곡은 커머셜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이 두 사람은 연인으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으나, 마츠다의 변심으로 서로 다른 결혼을 택한 후에 최근 둘 다 이혼하여 화제를 뿌린 일본의 대표적인 가수 겸 탤런트이다).


이렇듯 와코르는 주목될 만한 풍부한 화제를 제공하는 것을 판매촉진을 위한 제품 캠페인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브래지어 판촉은 원래 대량생산의 조형(造形)기능 중심으로 전개하여 왔으나 ‘마슈마로 브라’는 착용감을 중시한 제품이다. 주 타깃은 젊은층부터 중년까지 폭넓게 잡고 있지만 캠페인 타깃은 25세 전후의 여성으로 좁혀 잡고 있다.
그런데 모델로 후지와라를 기용한 이유는 사전조사에서 발군의 몸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전향적이며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여성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후지와라의 삶을 ‘후지와라이즘(藤原主義)’이라고 이름지어 상품의 기능소구만이 아닌, 종합적인 가치관을 소구하고자 했다(미야시타(宮下慶二), 와코르사의 PR담당 매니저).”

아울러 프로모션에 있어서는 TV광고, 잡지광고 등의 전개와 직영 판매점을 연계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화제성이 강한 후지와라의 TV광고를 본 후에 매장으로 오도록 유도하고, 같은 이미지로 구성된 POP 등을 배치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실제로 상품을 착용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일부 매장에서는 프리미엄 상품의 기획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나 기본적으로는 프리미엄 상품을 제공하기보다는 상품의 우수성을 실감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더욱이 와코르의 홈페이지에 ‘후지와라주의’에 대응하는 ‘당신의 ‘자기주의’( あなたの‘わたし主義’) 모집’ 캠페인을 전개하여 젊고 적극적인 여성층에 어필하도록 꾀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한편, 와코르사는 인터넷 전용브랜드인 ‘Wing’시리즈의 신제품 ‘업 팬티 super fit’ 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여성 캐릭터를 채용해 다시 한번 주목을 끌고 있다.
‘super fit’의 주 타깃은 10대 후반에서 50대까지이지만, 광고와 SP 전개에서는 20∼34세까지의 패션감각이 뛰어난, 의생활을 즐기는 여성층을 이미지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눈길을 잡기 위하여 여성 언더웨어 업계로서는 최초로 CG캐릭터를 활용해 라이벌사의 캠페인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매장에서의 SP전개를 철저하게 연계시키는 ‘상품의 안내자’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게 와코르 측의 설명이다.

이 광고는 지난 8월말부터 전국의 TV 및 라디오, 19개 잡지 등을 통해 집행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약 3,300만엔을 들여 제작한 CG캐릭터를 활용, 팸플릿과 포스터, POP 등과 연계한 매장에서의 캠페인 전개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광고와의 연계에 의한 매장에서의 상품인지와 정보노출의 향상, 매장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CG캐릭터는 퍼블리시티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독자적인 사이트에서의 CG캐릭터네이밍 모집 캠페인과 캐릭터를 활용한 노벨티도 제공하고 있다.

시착(試着)을 중시한 토림프의 프로모션

매출 호조를 보이는 토림프(Triumph의 일본식 발음) 사는 인기제품으로 정착한 ‘천사의 브라(天使のブラ)’에 이은 새로운 주력 제품의 육성을 위한 신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대와 함께 올해 7월에 출시된 제품이 바로 ‘사랑하는 브라(するブラ)’이다.
사전 앙케이트 조사에서 약 80%의 여성이 브래지어의 착용감에 불만을 표시하였고, 집에 돌아가면 바로 브래지어를 벗어버리는 여성이 약 50%가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브래지어에서 란제리까지 풀 코디네이트가 가능한 ‘사랑하는 브라’ 시리즈를 개발한 것이다.

동사는 이 제품의 컨셉트를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을 지지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근래 10년 동안 언더웨어의 트렌드를 주도해 왔던 ‘체형보정 기능’보다는 궁극적으로 착용감을 중시하는, 즉 휘트(fit)감이나 피부에 닿는 감촉, 착용후 몸의 편안한 움직임,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표현하는 제품 특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한 이 제품은 일본의 언더웨어업계에 있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화(分化)’의 개념을 도입한 상품이라고 하면서, “하루 종일 같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기분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브래지어와 언더웨어를 바꾸어 착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곁들임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이러한 프로모션은 제품 런칭 시기에 맞춰 대량의 TV-CF 및 영화 ‘미션 임파서블2’ 개봉관에서의 광고를 시작으로 전개되었다.
“새로운, 사랑의 시작입니다. 부드럽고 가벼운. 사랑하는 브라. 데뷔”
아침에 상쾌하게 잠을 깨는 듯한 연상을 주는 신에서 사랑의 브래지어를 착용한 블론드 머리 여성, 그 위에 앞의 내레이션이 겹쳐지는데, TV-CF와 극장광고에서는 ‘사랑하는(する)’이라는 카피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제품 기능 소구를 극구 억제하여, 브랜드 이름은 알지만 구체적인 제품 특성은 알 수 없게 하는 전략을 전개하였다. 이는 매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정보의 기아(飢餓)감’을 매장에서 충족시켜 구매를 일으키려는 고도의 광고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매장에 가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흑백으로 제작된 포스터인데, 이 포스터에 상품에 대한 정보는 없다. 다만, 미소 짓는 블론드의 여성모델과 함께 ‘새로운 사랑의 시작입니다’라는 카피, 그리고 토림프의 로고만이 컬러로 인쇄되어 있다. 이러한 비주얼 포스터 제작은 여성용 언더웨어업계에서는 그다지 찾아 볼 수 없는 사례이다.
그런데 이렇듯 두드러지지 않는 포스터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화려한 컬러의 POP류이다. 메인 비주얼이 흑백이기 때문에 매장의 분위기가 어두워질 염려가 있지만, 투명감을 주는 광택 없는 소재의 컬러풀한 POP를 사용하여 이를 극복하고 있다.
아울러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실제로 손님이 브래지어를 착용한 후에 구매하고, 구매자가 다시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는 전략을 기대하는, 이른바 ‘시착(試着)캠페인’을 7, 8월의 2개월간 전개하였다.

이 캠페인에 참가한 고객들에게는 오리지널 머그컵 등 여러 가지 경품이 주어졌는데, 그 외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프로모션 아이템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사랑하는 브라’의 출시 기념으로경매사이트 ‘BIDDER’를 통해, 특별히 공예품으로 제작한 순금 브래지어 ‘사랑의 브라, 퓨어 골드(pure gold) 자선 경매’ 행사를 7월 중에 2주간 개최하였고(지바에 사는 한 남성 회사원에게 160만 1,000엔에 낙찰되어 화제를 낳았으며, 전액 일본 유니세프에 기탁되어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한몫을 했다), 고단샤(講談社)에서 발행하는 4개 여성지와 공동으로 사랑에 관한 사진을 공모하여 카메라와 브래지어를 시상하는 행사도 실시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말부터 도쿄의 히가시긴자미츠코시(東銀座三越)백화점 1층 매장에서 벌이는 프로모션도 매우 흥미롭다. 일본 최초로 백화점 1층에서 여성 언더웨어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것.
이는 밖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교통광고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토림프에서는 이 ‘사랑하는 브라’의 프로모션 비용으로 상반기에만 약 5억엔을 투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제품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여성의 심리를 파악해 선점하려는 일본 언더웨어 업계의 전략 - 그 다양성 만큼이나 프로모션 전쟁 또한 점점 더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