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2 : 광고세상 보기 - 살기 힘든 세상, 용기를 주는 광고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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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 힘든 세상, 용기를 주는 광고들  
김 성 윤 | 조선일보 기자
gourmet@chosun.com
 
광고는 사회, 특히 경제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체온계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요즘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광고를 보면 우리 경제의 체감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진 모양이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광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광고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본 건 광고가 아니라 희망입니다”

몇몇 예를 보자.
‘험준한 산은 카메라의 앵글이 확대되면서 거대한 산맥의 일부가 된다. 앵글이 계속해서 확대되자 산맥은 한 남자의 손에 들린 구겨진 종이 뭉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다. 새하얀 소금사막 위에 책상을 뒤로 하고 서 있는 남자 주변에는 거대한 산맥만큼이나 커다란 아이디어들로 빼곡한 종이 뭉치가 수도 없이 널려 있다.’
LG그룹의 기업광고다. ‘강하고 역동적인 LG’라는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국토가 작고 부존자원도 없는 한국이 주변 강대국과 맞서려면 창의적 사고를 통해 맞설 수밖에 없다며 ‘힘을 내자’고 외치고 있다.
교보생명은 ‘고객을 북돋워주고 격려해주는 회사’, ‘고객의 소중한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회사’라는 약속을 노래에 실어 전달하려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민식은 갑자기 친구 앞으로 나서더니 가수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불러준다. 또 다른 교보생명 광고에서 김희애는 역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실의에 빠진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를 부르는 아내로 등장한다.
GM대우 기업광고는 성공한 사람들의 힘들었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감동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1편에는 가수 보아의 숨은 과거를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성공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12살 때부터 눈물을 흘려가며 혹독하게 훈련받은 과거가 광고를 통해 공개된다. 그 후 2편에 등장하는 남자 패션모델 김민철은 130㎏의 국가대표 헤비급 레슬링선수였지만 무려 60㎏을 감량한 후 프랑스 파리로 무작정 날아가 2년 간 고생했다. 한 네티즌은 광고전문 인터넷사이트 ‘TVCF(www.tvcf.co.kr)’에 ‘뭔가 모를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구치게 하는 광고’라는 평을 올렸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메시지를 설파하는 아디다스 광고에는 15살 나이로 올림픽 체조 역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그것도 세 번씩이나 받은 나디아 코마네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광고 하나가 어떤 영화나 책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꿈과 희망을 주는 광고다’ 등의 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약속 지켜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언제 한번 저녁이나 함께 합시다. 언제 한번 술이나 한잔합시다. ‘언제 한번’은 오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약속’이 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이번 주말’이 한가한지 알아보십시오. 아니, ‘지금’ 만날 수 없겠느냐고 말해보십시오. 사랑은 미루는 것이 아닙니다.”
SK텔레콤이 작년 12월부터 매주 월요일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에 싣고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야기’ 캠페인 광고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언제 한번’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의 일부이다.
그림이나 사진도 없이 편지를 쓰듯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 이 캠페인의 사소하지만, 그러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 강서구청은 광고를 액자에 담아 관내 750여 개 음식점 벽에 걸어놓도록 했다. 재일동포 민족교육기관인 니키타 한국교육원은 광고에 담긴 글들을 강의에서 토론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왜 로또복권이 떠올랐지?’

국정홍보처는 2002 월드컵 영웅 이운재, 소프라노 조수미, 공학박사 최순달 등 세 사람의 어린 시절 사진과 성공한 뒤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큰 힘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라며 축 처진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정부 광고물답지 않은 세련된 화면도 돋보인다. 다만 마지막에 영어로 ‘Dynamic Korea’라고 말하지만 않았다면 정말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요. 죽겠다 죽겠다 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된다고…. 우리 안에 있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력과 가능성에 다시 한번 불을 붙여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처럼 뛰어올라 보자구요! 우선 나부터 얼굴에 인상 좀 그만 쓰면서 살아야지….” 이에 ‘파~이~팅~! 코~리~아!’라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그다지 실패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삼성생명은 ‘어머니’ 편 광고에서 감동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광고에는 군 입대를 앞둔 남학생,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산모 등 6명이 등장한다. 모델은 모두 아마추어들이다.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각본·의상·메이크업도 없이 인터뷰 형식으로 찍었다고 한다. 그 중 산모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고통이 이제야 실감나는 듯 ‘내 새끼가 새끼 낳는다고 고생했다고?’라며 눈물을 펑펑 흘린다. 아무리 출산의 고통을 알 수 없는 남성이라도 이 장면을 보면서 뭔가 울컥 솟구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격려·고무·감동으로도 모자라는지 일부 광고는 ‘주술’까지 동원했다. ‘안 되는 일이 많은 세상에 그래도 되는 일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일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KT ‘001블루’ TV 광고는 탤런트 한지혜가 여자친구로 등장해 해외로 유학 간 남자친구(조인성)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게 해달라고 주문을 건다는 내용이다. 청정원의 ‘햇살 담은 간장’ 광고에서는 김정은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를 되뇌며 나물을 버무린다. 비비안 ‘더블업 브라’ 광고에서 장진영은 매력적인 가슴을 위해 ‘올려주세요, 올려주세요’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렇게 해서 주문이 통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흡사 마지막 희망을 로또복권에 거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다.
로또는 당첨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안 되는 사람이 더 많지 않던가.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