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4/09-10 : Global Report - 영국 - 공익단체 광고들의 다양한 접근법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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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Report 영국 - 공익단체 광고들의 다양한 접근법
  자극적인 크리에이티브가 우선인가,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우선인가?

 
이 대 의 | University of Lancaster 석사과정
daram1@hotmail.com
 
한번쯤 칸(Canne) 같은 국제광고제 출품작들을 살펴보면, 광고제 출품작들이 업종별로 나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공익(Public) 부분의 광고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아주 쇼킹한 크리에이티브의 광고물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과연 공익단체의 광고를 저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전개해야 할까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그 내면을 들어보면 이러한 자극적 크리에이티브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영국 공익단체들의 광고들을 중심으로 그 표현 방식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쇼킹한 크리에이티브에 승부를 거는 공익광고들

영국의 공익 단체들은 단체 유지 및 리서치를 집행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펀드를 얻고자 노력한다. 일반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 기업과는 달리 펀드를 통해 들어오는 돈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짧은 기간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광고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표 1>. 1998년을 100이라는 수치기준 삼았을 때, 2002년에는 무려 약 1.5배 정도 광고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그 내면을 살펴보면, 때로는 일반 소비재 상품광고들보다 크리에이티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경쟁시장도 아니지만,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한정된 예산 하에 광고가 제작·집행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엄청난 효율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공격적인 크리에이티브는 그들의 광고 집행에 있어서 주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충분한 마케팅 비용이 지원되면서 캠페인들이 장기간 집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즉각적인 임팩트를 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려야만 그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익광고들에서 타 상품광고들에 비해 좀더 쇼킹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충격적인 Barnado’s의 캠페인

1866년에 설립된 아동자선기금 모금단체인 바나도스(Barnado’s)는 자극적이며 공격적인 이미지의 광고로 유명하다. 2003년도에 집행되었던 ‘Silver Spoons’ 캠페인에서, 갓 태어난 어린 아이의 입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고, 아이의 입에 주사기가 꽂혀 있는 이미지들은 가히 그 결정판이었다. 이 광고들은 영국의 자율규제 단체인 ASA(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가 뽑은 ‘역사상 가장 많은 항의(Complain)’를 받은 광고로 명성이 자자할 정도였다.
이 광고들은 태어난 지 3분밖에 안 된 영아가 가난으로 인해 약물중독자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태어나자마자 마주하는 가난으로 인해 이들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만들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부금으로서 이들을 돕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가난으로 인한 아동 성착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4~5세 된 여자아이가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오면서 얼굴은 고생으로 찌든 60~70세 할머니가 되어버린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도 있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광고 에이전시인 Bartle Bogle Hegarty가 제작했는데, 자체적으로는 대단한 호응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반면 ASA에는 무려 475명으로부터, 광고 이미지가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라는 항의 접수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ASA 측은 광고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하면서 여러 번 바나도스의 아동자선광고에 제동을 걸었는데, 영국의 광고업계에서는 까다로운 광고심의가 바나도스의 경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 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영국의 광고계에서는 이러한 자선단체의 광고에 대해 ASA가 일반 광고들과는 다른 잣대로 가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이미지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교육적 의미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도리어 공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바나도스 측은 이 광고 캠페인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에 의해 고통 받고 있으며, 모든 어린 아이가 동일한 조건에서 태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몇몇 시청자들의 좋지 않은 평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는 런칭하자마자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각종 광고제에서 공익광고 부문의 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한편 1951년에 설립된 영국심장기구(The British Heart Foundation)는 심장 관련 질병 예방 및 연구를 공익적 성격으로 시행하는 단체인데, 연구나 치료·트레이닝·운영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펀드로 조달되므로 기금모금을 위해 광고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의 광고는 영국심장기구에서 계몽적인 성격으로 내보낸 것이다. 심장을 연결하는 튜브 같은 곳에서 담배에 찌든 이물질이 빠져나오는 모습은 흡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가 아니라도 보는 순간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아주 강렬한 메시지로,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 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미지들이다.

‘부드럽게’ 변화하는 공익광고

하지만 최근 영국의 공익광고의 추세는 기존의 과감한 메시지 전달에 반기를 들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사용한 설득성 광고로 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먼저, 영국의 국가 의료기구인 NHS가 제작한 인쇄매체용 성병 방지 콘돔 사용권고 캠페인 광고를 보자. 그 동안 성병 방지 홍보광고의 경우, 단순한 권고식의 이미지나 내거티브한 표현으로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만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은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들을 이용해 한번쯤 웃음 짓게 만들면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확히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 예로, 발렌타인 시즌에 맞춘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이용한 캠페인을 보자. ‘I love you as much it hurts…when I pee’ 같은 카피는 남성들에게 자신의 실수로 인해 여자친구가 얼마나 고통받을 수 있는가를 상기시킨 후, ‘Don’t play the sex lottery. Use a Condom’이라는 메시지로 재차 강조해준다. 사람들에게 단순히 콘돔을 사용하라며 권고하기보다는 그에 앞서 감성에 소구하는 카피와 이미지를 통해 광고를 보는 이들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익단체와 사(私)기업과의 파트너십 마케팅

영국의 무선통신업체인 보다폰(Vodafone)과 자폐증기구(The National Autistic Society)와의 파트너십 계약은 한 사기업과 공익단체와의 마케팅 시너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은 보다폰으로 하여금 PR 효과와 무선통신업계 강자로서의 이미지 굳히기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런칭 이후의 광고효과 조사에서는 광고를 시청한 약 50%의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사기업과 공익단체간의 파트너십 마케팅은 최근 새로운 바람으로 와 닿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보다폰은 평소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폐증 어린이들이 자사의 통신기술을 이용해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던지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 보다폰의 차별적 통신기술을 이용, 불가능을 깰 수 있다는 의미가 각인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보다폰은 이번 자폐증 단체와의 파트너십계약에서 24시간 서포팅(Supporting)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는 자사의 온라인 및 무선서비스를 통해 자폐증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알림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다폰이 사회를 위하는 공익적 기업으로 기억되게끔 하는 것이다.
한 마케팅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보다폰의 마케팅 책임자 마크 본드는 “이번 파트너십 광고정책은 보다폰에게 사업적 이익과 공익성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고 하면서, “또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상승될 것이며, 보다 신뢰 있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공익단체들의 마케터들은 이번 보다폰의 파트너십 광고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충성도 등을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전체 브랜드 전략과 맞물려 얼마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2003년도에서 있었던 소비재 브랜드 퍼실(Persil)과 공익단체인 Comic Relief와의 파트너십 광고 캠페인이 12주 동안 Persil의 매출 13%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는 단지 3%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보다폰의 경쟁업체들인 O2와 오렌지(Orange) 같은 회사들도 이미 파트너십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O2는 2002년도에 살인마에게 희생된 여학생인 Milly Dowler를 돕자는 의미의 공익광고를 펼치면서, 10대 소녀들과 그들의 부모 간에 통신이 원활히 이루어져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Teach ur Mum 2 txt’ 캠페인 광고를 펼치기도 했다. 또한 오렌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장애인을 위한 단체와 손잡고, 그들에게 좀더 원활한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환경을 볼 때 결국 보다폰의 이번 캠페인은 그들 최초의 공익 캠페인일지 모르지만, 타 통신업체들은 이미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퍼실의 경우처럼 실제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마케터들은 이번 보다폰의 파트너십 마케팅 정책은 감성소구에 의한 접근으로 인해 다른 어떤 단기간의 프로모션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비용에 비해 효과는 미비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한창 잘 나가는 톱 브랜드의 마케팅 매니저들이 공익단체의 마케터로 직장을 옮겨가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마케터는 아주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한 단기간의 광고효과를 노리는 승부에 짜릿함에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자극적인 크리에이티브는 때로는 시청자들의 눈을 한 순간에 사로 잡을 수도 있어 약이 될 수 있지만,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어 공익적인 성격 마저 흐려놓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드러운 내용의 공익광고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크리에이티브의 강도 설정은 공익단체 마케터들에게 앞으로도 숙제로 남겨질 전망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