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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펍(Pub) 문화’를 떠올린다. 익히 알고 있듯, 펍은 영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담긴 곳이라 할만큼 친근하다. 일과가 끝낸 남자들이 펍에서 어울려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하루 일과와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건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단지 시설만으로 그 펍의 명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정말 전통 있는 펍들은 몇 백 년이 흘러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꾸준히 단골손님들이 찾아오게끔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에는 매년 책으로 출간되는 펍 랭킹까지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랭킹을 매기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바로 ‘맥주 맛’이다. 맥주 배럴에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의 신선도까지 체크하면서 따질 정도라면, 맥주가 영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맥주회사가 펍을 자사의 브랜드 마케팅이나 광고의 배경으로 즐겨 이용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에 이번에는 영국 북서부 맨체스터(Manchester)에서 1700년대 후반부터 맥주 주조를 시작한 ‘보딩톤(Boddingtons)’이라는 브랜드의 광고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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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배럴이 그려진 보딩톤의 로고도 그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니, 로고의 역사만도 100년이 훨씬 넘는 셈이다. 보딩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영국 북서부에위치한 맨체스터 태생의 맥주라는 점. 따라서 보딩톤의 광고 캠페인을 담당한 BBH (Bartle Bogle Hegarty)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역시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북부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전국구 브랜드’로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전국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북부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 로컬 이미지를 무작정 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특히 그 동안 여러 로컬 브랜드들이 전국적인 마켓으로 런칭을 하다가 자칫 그 지방색을 잃어버리면서 실패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BBH로서는 더욱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당시 BBH의 CEO였던 마틴 스미스(Martin Smith)는 “우리의 광고 전략은 그 동안 보딩톤이 쌓아온 전통을 유지하고 정통성을 지키며, 동시에 전국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전략이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광고주와 BBH 모두 맨체스터의 펍들에 대한 마케팅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떤 소비자들이 이 오래된 북부 스타일의 맥주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부터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던 중 보딩톤 같은 북부 스타일의 맥주는 두꺼운 거품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게 일어나는 반면, 남부 스타일은 거품이 얇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울러 남부의 맥주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품이 얇은 걸 즐긴다는 사실도 찾아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보딩톤은 생맥주가 아닌 캔으로 출시하더라도 이 크림 같은 거품을 많이 일게 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결과에 따라 광고 캠페인의 메인 컨셉트는 ‘크리미니스(creaminess)’로 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잊은 점이 있었다. 다른 맥주회사들도 똑같은 크리미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기에, ‘크림 같은 거품’이라는 것이 결코 보딩톤만의 경쟁우위 요소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마침 다른 경쟁사들은 제품 자체의 컨셉트를 무시하고, 단지 남성주의의 섹슈얼 이미지나 축구 같은 것을 앞세운 광고전략을 구사하는 상황. BBH는 바로 이 점을 중시하여 이윽고 ‘owning creaminess’로 전개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
비주얼과 말장난(?) 놀이 이렇듯 맥주 자체의 컨셉트를 중심으로 하는 캠페인 전략을 수립한 BBH는 실제 광고 제작에 있어서도 경쟁사들이 사용해왔던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크림’이라는 단어를 여러 모양과 형태로 바꾸어서 비주얼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단순히 ‘크리미’라는 의미만으로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었다. ‘크림’을 빼놓고 말했더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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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딩톤은 TV광고 캠페인에서도 고유의 크리미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갔다. 1994년에 선보인 ‘선크림(sun cream)’편에서 여성 모델이 보딩톤 맥주 위에 있는 크림을 찍어 바르며, 마치 자외선 차단(선블록) 크림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러한 맥락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90년대 후반까지 보딩톤의 캠페인은 그대로 영국 맥주업계의 신화적 전설이었다. 84%의 소비자들이 로고나 브랜드 이름을 보지 않고도 단숨에 보딩톤 광고임을 알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는 보딩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고도 남는다. 이렇듯 90년대 영국 광고계를 빛냈던 보딩톤 캠페인이지만, 그 이후 점차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크림’이라는 컨셉트 이후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을 남기면서. 종종 크리에이티브팀에서는 새로운 소재나 기법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앱솔루트 보드카(Absoult Vodka) 캠페인처럼 일관된 크리에이티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또 다른 케이스가 바로 보딩톤이 아닌가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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