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나무 되어
‘재미’라는 열매 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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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준 호 연구원 | 브랜드전략연구소 |
iamnavi@lgad.lg.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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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진 대리 | 마케팅3팀 |
yjkimb@lgad.lg.co.k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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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인터넷 - 사이트 집중화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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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사이트가 존재해도 현재 네티즌들은 소수의 몇몇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AOL은 전체 네티즌 인터넷 이용시간의 32%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전체 사이트 체류시간의 70%가 상위 10개의 사이트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네티즌의 인터넷 이용이 몇몇 사이트에 집중되는 현상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원리처럼 일단 대박을 터뜨린 사이트는 점점 더 거대화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악 사이트로 잘 알려진 ‘벅스 뮤직’이나 게임 사이트로 유명한 ‘넷마블’ 같은 사이트는 이제 음악이나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만화·뉴스·쇼핑·여행 등 그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가고 있는데, 심지어 벅스 뮤직에서는 검색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기존의 포털 사이트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이 사이트들은 각각 1,600만 명, 1,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회원 수를 바탕으로 점차 로열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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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집중화 현상의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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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마케팅의 요소인 4P 대신 이를 사이버에 맞는 개념으로 전환한 시도로서 이두희(2003)의 5C(collaboration·contentware·commitment·communication·channel)를 꼽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 ‘commitment’라는 개념을 들여다보면 사이트 집중화 현상의 원인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가격(price)’이란 개념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cost)’로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이트에서의 컨텐츠나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네티즌은 인터넷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가격을 지불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거나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그 사이트에 개입(commitment)하게 되는데, 그것 자체가 기업에 있어서 상당한 이윤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가 되는 것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털 사이트는 각종 전문 사이트의 출현으로 인해 각각의 개별 서비스에서 그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이나 음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전문 사이트조차도 그들 자신의 회원을 기반으로 점차 포털 사이트의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추세인데, 이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활동의 대부분을 한 곳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또다시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이트에 적응하는 것을 일종의 심리적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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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확장에서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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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뜨거워진 디지털 융합(digital convergence) 논의는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컴퓨터·가전·통신 등의 여러 기기와 기술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하게 되면서 융합 머신(convergence machine)과 전문화된 머신 간의 경쟁이 그 핵심 이슈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따로 구매할 것인지, 디지털 카메라가 부착된 휴대전화를 구매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경우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이 소수의 사이트로 집중화하고 점차적으로 통합화하면서 향후 포털 사이트와 전문 사이트에 대한 네티즌의 선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네티즌들이 전문 사이트나 대형 포털 사이트 할 것 없이 그 사이트와 관련된 여러 서비스들을 한 곳에서 이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신규 서비스를 어떠한 원칙 하에 추진해 나갈 것인지의 문제는 인터넷 사이트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네티즌이 ‘야후’에서 검색을 하다가 음악을 듣기 위해 벅스 뮤직으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야후에서 음악 서비스를 보강한다면 네티즌의 반응이 어떻게 될까? 우선 음악에 관심 있는 네티즌은 야후가 음악 서비스로서는 아직 벅스 뮤직에 견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고, 야후의 입장에서도 음악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가치의 측면에서 고민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럴 때 야후는 음악 서비스를 추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향후 더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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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절약자(cognitive miser)로서의 네티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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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떤 정보를 동시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있어서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을 가진다. 예를 들어 ‘UEICAESZ’와 같은 무의미 철자를 7개 이상 제시하고 이를 외우라고 하면 잘 회상해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인간은 순간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데에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다만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인간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하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대충 맞는 방향으로 편리하게 판단하는 성향을 가진 ‘인지적 절약자(cognitive miser)’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기를 싫어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대충대충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더 빠르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르게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효율적이고 유용한 판단의 규칙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판단의 휴리스틱스(heuristics, 발견적 지도법)’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에 근거해보면 네티즌이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면 내용적으로 충실한 전문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은 인간이 정확성 추구자가 아니라 편의성 추구자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네티즌이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최적으로 구현된 사이트를 찾아 헤맨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질(quality)을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일일이 신규 서비스의 모든 단면들을 유사한 사이트들과 비교해보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심적 자원의 할당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앞서 말한 판단의 휴리스틱스를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넷마블은 게임 사이트이니까 게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적인 서비스는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거나, ‘네이버’는 지식 검색을 광고하고 또 친구들이 많이 이용하니까 다른 검색 사이트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비교적 효율적이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판단의 오류도 범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정보나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역증거들을 무시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지식을 계속 강화해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티즌이 사이트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지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인터넷 사이트의 사용 패턴에 영향을 주고 결국에는 사이트의 진화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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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편의성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의 공(共)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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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었을 때 그것이 고객의 인식상에 있는 브랜드의 기존 이미지와 적합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이를 새롭게 알리거나 확산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경우 커뮤니티 포털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새롭게 강화하고 있는 검색 서비스에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붓고 있음에도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야후 역시 검색 서비스에서의 강점을 가지기는 하지만, 커뮤니티 영역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자본을 쉽사리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네티즌이 기존에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이 게임으로 시작해서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나아가며 영화나 만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용이했던 것은 애초에 게임을 통해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주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벅스 뮤직이 그 탄생의 첫발인 음악에서 벗어나 검색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은 벅스 뮤직에 대한 기존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네티즌의 반응이 어떨지 의문이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가 하나로 융합된 카메라폰이라는 기술적 수렴이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찍어서 바로 보낸다’는 소비자 편익을 새롭게 창출해 내었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것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가와 같은 요소가 아니라,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의 여부인 것이다. 이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는 대부분 기존 모브랜드의 인식상의 이미지나 고정관념들과 동화(assimilation)되면서도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새로운 변형(transformation)을 동시에 꾀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후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이것은 기존의 야후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야후가 가지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영어’ ‘메이저리그’ ‘NBA’ ‘유학’ 등의 커뮤니티를 만들 경우에는 기존의 이미지와도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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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인터넷에서의 경쟁 우위 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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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인터넷 사이트의 경쟁 우위 요소는 무엇일까?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대형화냐 전문화냐와 같은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현재의 사이트가 갖는 구조적 요소들이 소비자 인식 상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와 같은 인식의 구조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미래의 인터넷 사이트가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첫째, 해가 갈수록 인터넷을 ‘재미’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게임에 이어 새롭게 VOD 서비스가 주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고, 미디어 포털로의 변화조차도 ‘정보’ 자체보다는 정보를 읽고 여론을 형성하며 이를 표출하는 ‘즐거움’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따라서 어떻게 자사의 사이트 이미지에 대한 기존 인식을 ‘즐거움’과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아바타를 비롯해 각종 홈페이지 만들기나 블로그 서비스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네티즌의 자기표현 욕구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네티즌이 수동적인 정보 사용자로서의 특성이 강했다면, 향후에는 보다 능동적인 활동이나 사이버 정체성을 토대로 한 의견 형성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큰 트렌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이트 내에 이러한 참여의 장을 만들고 문화를 조성하며 이를 브랜드 자산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사이트의 하부 서비스들을 조직화(organize)하여 하나의 공통적인 사이트 컨셉트나 이야기(narrative)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이트의 새로운 서비스를 기존 사이트로 원활하게 통합시키고 이를 통해 전체 사이트의 힘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상위 수준의 추상적인 개념이나 틀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이트가 커지고 무질서의 정도가 심해질수록 서비스들 간의 관계와 포트폴리오 관리, 전체적인 조직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비용의 발생이나 편의성을 추구하는 네티즌의 자연스러운 서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