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두 번의 글에서 오디언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로서 오디언스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그럼에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읽는 ‘공통의 기호’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질문이 남는다. 흩어진 오디언스를 공통의 기호로 묶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거대한 오디언스를 해체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해체된 개인들을 다시 분류하는 데 가장 능숙한 미디어다. 우리가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구매했는지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새로운 군집으로 만든다. 과거 미디어가 ‘30대 남성’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속성으로 사람을 묶었다면, 알고리즘은 훨씬 작은 행동과 관심, 욕망의 단위로 사람을 나눈다.

기호를 다루는 방식도 비슷하다. 밈 하나가 유행하면 알고리즘은 그것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그와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연결한다. 과거에는 광고회사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장면과 메시지를 만들었다면, 이제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반응할 만한 기호를 찾아내고 그것을 좋아할 사람과 연결한다. 오디언스의 해체와 기호의 재조립이 동시에 일어나는 셈이다.
그래서 광고가 디지털로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흩어진 사람을 다시 찾아주고,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알려주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까지 숫자로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잘하는 것과 브랜드가 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데 있다.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관심과 반응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어떤 검색어가 증가하는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잘 발견하는 것과 우리가 의도한 메시지와 의미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오늘 유행하는 밈을 발견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는 이미 다음 밈이 등장한다. 밈이 남아있다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분석해 비슷한 것을 만들수록 다른 브랜드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한다. 알고리즘에 적응할수록 광고는 효율적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서로 닮아가고 이미 익숙한 것이 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디지털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발견된 수많은 관심과 접점을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 의미로 조직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재미있는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보면 여기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광고를 만들어 미디어에 내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 출시 자체를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고, PR로 사람들이 이야기할 이유를 만들며, 팝업과 프로모션을 통해 그것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다시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은 다시 소셜 콘텐츠가 된다. 브랜드의 웹사이트와 SNS 역시 캠페인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곳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는 곳이 된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미디어를 빌려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브랜드 스스로 미디어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범위 역시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TV와 유튜브, OOH처럼 광고를 싣는 공간만이 미디어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의미를 전달하고 다음 행동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제품도, 패키지도, 매장도, 팝업도, PR도, 프로모션도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자발적인 대화도 브랜드의 의미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강력한 미디어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을 얼마나 많이 동원하느냐가 아니라 각각이 서로의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광고가 하나의 이야기를 던지고, PR이 그것을 사회적인 화제로 만들고, 프로모션이 직접 참여할 이유를 만든다. 제품과 패키지는 그 이야기를 손에 잡히게 만들고, 공간은 실제 경험으로 바꾼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험을 크리에이터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면 이야기는 다시 소셜과 검색으로 돌아간다. 각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브랜드 의미를 조금씩 키워간다.
우리는 이런 접근 방식을 오래전부터 IMC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해왔다.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하나의 전략 아래 일관되게 움직이는 것 말이다. 다만 지금 필요한 통합에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일관성뿐 아니라 기폭제다. 모든 접점에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활동이 다른 활동의 이유가 되고, 그 활동이 다시 사람들의 반응을 불러오면서 전체의 힘을 키우는 구조다. 하나의 메시지를 여러 곳에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힘을 만나면서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생각하다가 얼마 전 흥미로운 단어 하나를 알게 됐다. ‘롤라팔루자(Lollapalooza)’다.
유명한 음악 페스티벌의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이 단어는 유명한 투자자 찰리 멍거(Charlie Munger)가 여러 심리적 경향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각각의 효과를 단순히 더한 것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 뜻하는 단어로 언급해 유명해졌다. 원래 마케팅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은 아니지만, 지금의 브랜드와 미디어 환경을 바라보는 데 꽤 유용한 상상력을 준다.
핵심은 요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증폭시키는 것에 있다. 생각해보면 최근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들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리바이스와 하인즈도 하나의 광고 때문에 강력한 기호가 된 것은 아니다. 제품과 패키지, 광고와 매장, 문화와 사람들의 경험이 오랜 시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의미를 축적해왔다. 리바이스의 로고를 가려도 리바이스를 읽고, 하인즈의 이름을 지워도 하인즈를 알아보는 것은 수많은 경험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이미 하나의 의미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롤라팔루자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제품이 의미를 만들고, 광고가 그것을 크게 보여주고, PR이 이야기할 이유를 만들며, 프로모션과 공간이 그것을 경험하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퍼뜨린다. 각각의 힘은 작을 수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브랜드는 개별 활동을 단순히 더한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미디어 전략이라는 역할은 지금과 달라진다. TV의 도달과 디지털의 정교함, OOH의 물리적 존재감 가운데 무엇이 더 우월한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광고와 콘텐츠, PR과 프로모션, 제품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대화까지 각각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서로의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언스를 더 잘게 나누거나 개별 접점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흩어진 사람과 미디어, 콘텐츠와 경험을 하나의 의미로 엮어내야 한다. 알고리즘은 이미 존재하는 욕망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브랜드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서로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통의 기호로 남기는 일은 여전히 우리가 설계해야 하는 영역이다.
하나의 매체에 다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서 만난 경험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의미로 만나게 하는 것. 지금 필요한 미디어 전략을 하나만 말해야 한다면, 그중 하나가 ‘롤라팔루자’가 아닐까 싶다.
박두현의 미디어 플래닝 전략 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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