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정말 AI로 가득 찬 해였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AI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HSAD에서도 정말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저희 팀에서만 해도 수십 건의 워크플로우를 구성하였고, 사용을 원하는 많은 팀들과 기획과 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절실하게 느낀 점은 역시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개발자가 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은 소비자로서 AI를 사용하게 되는데, AI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경쟁력은 AI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느냐가 아닙니다. AI는 그저 툴일 뿐, 본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 결국 더 잘 활용하게 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여러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현업에서 치열하게 기획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AI는 이미 많은 산업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분명 매우 강력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AI에 대해 맹신해서도 안 됩니다. 컴퓨터 과학계의 대가로, 이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던 얀 르쿤(Yann LeCun)은 2013년부터 Meta에 합류해 AI를 계속해서 연구해 왔습니다[1]. 그러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와중에, AI가 인간 수준에 미치는 AGI급의 발달은 시기상조이며 지금과 같이 그저 많은 지식을 LLM에 투입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죠.
진짜 경쟁력은 실제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지난달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AI에 대한 경쟁력은 비판적 사고와 사회적인 스킬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뇌과학자들이 특히 이런 부분들을 재미있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디지털이 일상화되고, 사람들이 문자나 전화로만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즐기고 대화를 나누던 세대는 90년대생이 마지막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런데 AI가 발달하게 되면서 이제는 사람과도 대화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뉴욕포스트나 BBC 등 주요 언론에서도 아주 심각한 문제로 다루는 주제입니다.

AI와 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AI를 통한 대화형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라고 불리는 Digital Therapeutics(DTx)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로, 우울증이나 치매 등을 예방 혹은 치료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ChatGPT 열풍 이전에도 LLM 없이도 중요성을 인정받아온 챗봇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어떤 회사 CEO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는데, 단순히 AI와 재미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특히 아이들이 매일 몇 시간씩 이 AI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AI와의 대화가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오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엄청난 정보가 실시간으로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표정, 말투, 숨소리, 말의 속도, 대화를 하는 얼굴 간의 거리, 시선의 위치 등 말도 안 되는 양의 정보가 오가죠. 전화 통화만 하더라도 수많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맥락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제 AI와 대화를 하게 되면 이러한 기능들은 점점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실제로 MZ세대의 40%가 전화공포증을 의미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를 겪고 있고,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매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시기에 은둔해야 했던 코로나학번 세대는 56%나 콜포비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AI와 대화를 하기 이전에는 정보 습득을 위해서 정말 다양한 형태와 출처, 언어의 글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LLM이 정보를 정제해서 대답을 하다 보니 일정한 형식의 글을 반복해서 접하게 되고, 그 마저도 AI가 학습을 해서 내 입맛에 맞는 언어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콜포비아와 같은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일부러라도 AI가 아닌 사람이 쓴 다른 글들을 많이 읽어보면서 본인의 정보 습득 및 처리 능력을 기르고 다른 사람들과 대면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 AI에게도 상세한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잘 활용하게 되고, AI가 이상한 말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제안을 했을 때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동시에, 업무를 수행할 때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실전 AI 활용 팁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역설적입니다. AI를 잘 쓰려면 AI보다는 사람을, 기술보다는 본인의 전문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실전에서는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할까요? AI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의 문제점과 근본적으로 AI를 잘 사용하게 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으니, 당장 AI를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하는 것인지 공유드리겠습니다.
제가 주로 많이 사용하는 AI 프롬프트 전략을 몇 가지 소개드린 후, ChatGPT를 만드는 OpenAI에서 오피셜로 공개한 프롬프트 가이드를 소개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장 사용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입니다. 그럼 금방 감을 잡고 실력이 늘게 되거든요. 이 글을 보신 뒤에 요즘 고민하고 계신 점에 대해서 바로 AI에게 의견을 구하고 또 비판도 요청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주 쓰는 프롬프트 전략
1.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기
처음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단계에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의견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고객에게 광고의 노출을 늘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바로 말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제가 아는 것의 범위를 넘어선 정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2. 비판하도록 하기
AI는 기본적으로 제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맞장구를 잘 쳐주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제 연구 분야인 HCI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서비스 기획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렇게 범용적인 서비스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고 아부를 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이 서비스가 유용하고 좋다고 느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AI의 기본 속성을 눌러주어야 합니다. 저는 제 의견을 쓰고 최대한 혹독하게 비판하고 다른 의견이 있는지, 허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어떻게 해야 더 완성도가 높을지 체크하도록 합니다.
3. 이유를 묻기
AI는 무턱대고 문맥에 맞을 것 같은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 때문에 Hallucination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미 최근의 LLM 챗 서비스들은 어느 정도 Reasoning이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Deep Think, Deep Research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하지만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매번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땐 AI가 내놓은 의견들에 대해서 왜 그렇게 제안했는지, 정확한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어보면 훨씬 더 퀄리티 높고, 비교적 적은 Hallucination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OpenAI의 오피셜 프롬프트 가이드
오피셜 가이드는 조금 길기 때문에 몇 가지만 간단한 요약만 해서 마케팅 상황에 맞게 맞추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제가 출처로 넣어 드린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2].
1. 모순 피하기
"예산 5천만 원 초과 금지"와 "최대한 많은 매체 집행" 같은 상반된 명령 동시 금지. "예산 5천만 원 내에서 우선순위는 인스타> 유튜브> 네이버 순"처럼 명확한 기준 제시
2. 과정 설명 요청
"제안 전에 목표 요약하고, 단계별 계획 보여주고, 진행 상황 알려줘"라고 하면 AI 작업이 투명해져 중간 수정 가능
3. 더 나은 질문법 물어보기
답변 불만족 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내 질문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라고 물으면 AI가 개선 방법 알려줌
이충헌 박사의 AI 트렌드와 인사이트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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