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광고계는 이미 AI 광고 천지다. 절반을 훌쩍 넘는 활용도, 그리고 무수한 성공 사례들.
그런데 정말 잘 됐을까?
그건 아니다. AI라는 기술에 매혹된 나머지,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광고의 본질을 놓친 사례도 부지기수다. '가성비 좋네', '빠르네' - 이건 제작자 입장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이 되었는가?
AI를 애써 활용하고도 싸늘한 반응을 얻었던 해외 사례들을 해부해 보자. 때론 실패를 들여다봐야 본질이 보이는 법이다.
Case 1. Coca Cola [Holidays are coming]
성탄절이 다가오면 파리바게뜨나 핫초코 미떼와 함께 떠오르는 상징, 바로 '코카콜라'다. 특히 코카콜라의 북극곰과 산타클로스는 30년 넘게 겨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코카콜라는 24년 성탄절, 이 오랜 헤리티지를 현대 최고의 기술인 AI로 재해석해 내놓았다.
하지만,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유튜브 댓글 창은 "무섭다(Scary)", "영혼이 없다(Soulless)"는 반응으로 도배됐다. 브랜드 가치마저 훼손됐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소비자의 반응은 냉정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이 광고는 '헤리티지'를 'AI'로 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소비자를 설득할 **'Why'**가 빠져 있다. 소비자는 코카콜라 광고에서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제작 효율성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업 광고임에도 우리가 기꺼이 행복해했던 건, 영상 속의 따뜻함이 브랜드가 건네는 온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한 건 최첨단 기술 자랑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함이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100년간 쌓아온 '사람 냄새' 나는 휴머니즘을 '효율성'과 맞바꾸는 실수를 범했다.
Case 2. Guess [The Perfect Illusion, Vivian]

코카콜라가 '추억'을 건드려 실패했다면, 패션 브랜드 **게스(Guess)**는 '동경심'을 건드려 역풍을 맞았다. 최근 게스는 패션 매거진 보그(Vogue) 지면에 AI 모델 '비비안(Vivian, 가명)'을 내세운 화보를 실었다.
화보는 완벽했다. 모공 하나 없는 피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대칭, 기계적으로 계산된 포즈. 제작사는 이를 두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자랑했지만, 소비자는 이를 '기만'으로 받아들였다. 비판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불쾌한 골짜기를 넘은 '비현실적 미의 강요'다. 패션 화보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나도 저 옷을 입으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기분 좋은 동경을 판다. 하지만 결점 하나 없는 AI 모델은 인간적인 매력이 소거되어 있어, 동경보다는 이질감을 자아낸다.
둘째는 창작자에 대한 존중 결여'이다. 화보 한 장은 모델뿐 아니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등 수많은 전문가의 땀과 감각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게스의 이번 캠페인은 이 모든 인간의 노력을 단지 '대체 가능한 비용'으로 치부해 버렸다. 대중은 이를 읽고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두 캠페인은 형태도 의도도 달랐지만, 실패의 원인은 같다.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을 놓쳤다는 것. 성탄절의 코카콜라에는 **'따뜻함'**이, 게스(Guess)의 화보에는 **'인간적 동경'**이 있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I는 이 두 가지 감성적 가치와 가장 거리가 먼 기술이다. 만약 굳이 AI를 써야 했다면, 기존 방식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AI였기에 가능한' 더 큰 의미를 담았어야 했다.
소비자는 영리하다. 기업이 "돈을 아끼고 편하게 하려고" AI를 썼는지, "더 나은 가치를 주려고" 썼는지 금세 알아챈다. '편리함'만을 위한 AI 도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일 뿐, 인간이 가진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기술은 다시 도구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쥔 브랜드가 무엇을, 왜 이야기하느냐다.
조희영의 의식 흐름 공부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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