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서울영상광고제 수상작들을 보고 놀랐다. 15초의 마법이라는 별명과는 무색하게 광고제의 수상작이 거의 대부분 롱폼(Long-form)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광고의 콘텐츠성이 짙어졌기 때문인데, 광고를 바라볼 때 임팩트만큼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롱폼 광고들을 보다 보면 느껴지는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감동과 함께 전달되는 ‘유머’이다.
광고와 유머를 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당연해서 유머라는 단어를 촌스럽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광고계에서 유머는 새롭게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바로 AI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AI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인간적인 낭만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 적 있는데 24년 칸 라이언즈 국제 광고제에서는 AI에 맞서는 키워드로 ‘유머’를 내세웠다.
당장 AI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며 닦달은 해볼 수 있겠지만, 그 유머는 어디선가 가져온 것이기에 재미가 없다. 사회의 흐름이나 상대방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풍자나 해학은 아직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우 높은 지능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IQ나 지능이 높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으며, [1] 정서적 지능의 영역이기 때문에 AI가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술적인 영역인 AI 옆에 나란히 유머가 한 카테고리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칸에서 유머 카테고리를 신설했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 대부분은 ‘유머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쓴다. AI는 변한 시대가 만들었다면, 유머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더 강력한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을 사용한 광고의 효과는 아주 오래간다. 부정하고 싶어도 밑의 2개 광고는 잊지 못했을 것이다.
[1]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 머리도 좋아 (economist.co.kr)
<롯데리아 크랩버거 – ‘니들이 게맛을 알아?’ / 2002년
<핫초코 미떼 – ‘혼자 왔니? / 2009년>
그리고 서두에 언급했듯 흥행에 성공한 많은 광고들이 콘텐츠로서 선택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유머를 택했다. 15초의 마법을 저버리더라도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찾아서 영상을 보게 하기 위한 선택이다. 실제로 이런 유머를 기반으로 한 영상의 댓글을 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배달의 민족 - 우리는 본래 같은 민족이었다 (full ver.)>
<잡코리아 – 선배는 잡코리아를 싫어해>
유머는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기억에 남는다. 시대에 따라 과정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TV 앞에 앉아 광고를 시청했던 시절엔 많은 광고들 안에서 ‘기억에 남기는’ 역할로 유머가 작용했다면 요즘엔 하나의 콘텐츠로서 시청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무기로 유머를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를 남기는 수단임은 두 방법 모두 변함이 없다.
단순히 AI에 대적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광고에서 전략으로서 유머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광고의 한 문구가 유행어가 되었던 언젠가의 낭만은 당분간 재현되기 어렵겠지만, 매체가 다양해질수록 이런 광고의 재미 요소로서의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도 추측한다. 이런 사실에 대해 앞으로 만나는 브랜드들도 공감하길 바라면서 언젠가 만든 광고에 재미를 느끼는 댓글이 달리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 본다.
조희영 20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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