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모두에게 미션이 생겼다.
업계 상관없이 맞이한 그 미션은 바로 ‘AI 시대에 대한 적응’이다. AI는 디지털로 인한 정보의 평등을 타고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름 비슷한 종류의 변화들에 힘껏 적응해 왔던 90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어려울 정도이다. AI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부터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두가 시대 변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AI로 인한 변화 중 가장 불안한 것은 당연하게도 당신들의 ‘현업의 변화’ 일 것이다. 당장 구글에 ‘AI 시대’를 검색해 봐도 아래 이미지처럼 연관검색어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광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AI를 활용한 광고는 여러 개 나와서 이제는 새롭지 않을 정도이고, 네이버나 카카오는 AI를 활용한 광고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영상 제작부터 초개인화 시대에 맞춘 광고 상품까지 가능해졌다는 점, 그리고 기존 대비 매우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은 광고 수요자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단순히 ‘광고할 때 AI를 사용하세요’ 수준에서 멈춰야 하는 논의점은 아니다. AI는 사용하는 기술일 뿐이고 광고는 이를 이용하여 앞서가야 하는 업이기에, 이 시대의 앞서 감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AI 시대를 전망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몇 가지 가져와 봤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한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AI 시대에 인재에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은 호기심(Curiosity)이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제이피 모건 체이스 자산운용관리의 대표이사 메리 캘러한 에르도스는 AI시대에 인재에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으로 호기심(Curiosity)을 꼽았다. 더 나아가 “앞으로 AI 시대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은 호기심으로 갈릴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이는 기업별로 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수록 더 개발될 수 있다는 AI 세대에 대한 설명이며, 지금 AI에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강조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의 인력 대체에 대해 생각보다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점이다.
“AI는 인간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재미없는 일자리만 없앨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우리에겐 오히려 고마운 일처럼 들린다. 엑셀이 지루한 단순 계산을 줄였듯, 기계화가 단순노동을 줄였듯 AI도 우리가 지루해하고, 단순해서 인정받지도 못했던 숨은 일들을 해결해 줄지 모른다. 다만, 기계가 해주는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질 뿐이다.
참고: AI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이것 | 한국경제 (hankyung.com)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시대
[인간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의 미래] 등의 저서를 낸 인공지능학자 ‘제리 캐플런’은 AI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 변화시키고 노동시장을 뒤흔들며, 사회질서를 재편할 것임에는 동의하면서도, 인간의 설 자리에 대한 우려는 위와 같은 말로 안심시킨다.
다만, 인간의 역할이 바뀌게 되는데 모두가 [감독자]. [관리자]의 역할이 된다는 것이다. 습득하여 영리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다른 기술과 다를 바 없으나, 기술에 필요한 본질이 바뀌는 것이다. 엑셀에는 숫자를 꼼꼼히 기입하고 올바른 수식을 적용하는 게 기술의 전부였다면 AI 시대는 잘 지시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술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기계처럼 일하는 것이 각광받던 일부 업무들이 모두 AI로 대체하게 되면, 우리는 오히려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 일의 예시로 가구, 옷 등을 만드는 숙련된 장인을 들지만, 넓게는 그저 낭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일의 효율이 주가 되지 않는 어떤 것들은 모두 포함될 것이다.
참고: https://www.seoul.co.kr/news/plan/artificial-intelligence/2024/03/06/20240306009002
전문기술 vs 인간성
이는 누군가 한 명의 주장이기보다는, 대부분의 AI 관련 컨퍼런스에서 주장하는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ICCA, SXSW 등에서 AI 시대에서의 인간의 자질을 물었을 때, 인간의 [편견], SXSW는 [다양성], [포용성]과 같은 인간의 기본 가치를 답한다. AI는 이런 인간의 기본 가치에 대한 판단력과 절제력을 스스로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AI시대에 사람들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조언이되, 앞으로 사회가 우선시할 덕목에 대한 가이드이다.
업무에 관련된 능력이라면, [소프트 스킬]이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협업 능력, 소통 능력, 리더십, 유연성, 시간관리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등을 포함하는 소프트 스킬은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급부상한 스킬이 되었다. AI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AI가 습득할 수 없는 능력이기도 하고 앞선 1번과 2번에서 말한 능력을 모두 포괄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AI를 동업자로 인식하며 주변인들과 협업하는 기술로서 이는 산업을 가리지 않고 필요로 하게 될 덕목이 된 것이다.
참고: https://www.apa.org/ed/precollege/psn/2024/02/ai-and-psychology (미국 심리 학회)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068840i "중재 AI 시대, 인간의 역할 여전히 존재" [ICCA 2024]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2626.html AI시대의 인간성 회복 [뉴노멀-실리콘밸리]
그래서 광고업은 AI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라고 한다면, 서두에 말한 것처럼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AI가 더 개발될수록 인간의 본질을 찾게 되는 여러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광고의 기술은 바뀔지언정, 인사이트는 오히려 더 인간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났을 때, 우리는 인간소외를 걱정해 낭만주의를 맞이했다. 다시금, 혁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실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관습을 버리는 데에 대한 어색함을 맞이했지만, 사람들은 또다시 그 안에서도 본질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기술이 개발되고 방법이 쉬워질수록 본질을 잃기 쉬운 법이기에, 기업이나 브랜드는 이를 잘 지켜야 할 것이고 광고계는 그 본질을 바라보는 눈을 AI에만 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술이 발전한 것처럼 본질을 꿰뚫는 사람들의 눈도 더 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희영 20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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