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이라면 한 번쯤 말해봤을, 혹은 들어봤을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 이번에 칸느 가는 거야?” 그럴 때마다 허허 웃고 넘겼던 저희였는데,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출국 날까지 현실감이 없었던, 현장에서도 참으로 얼떨떨했던 2025 칸 라이언즈. 그 후기를 여운이 가시지 않은 공덕의 사무실에서 짧은 글로 공유드려보고자 합니다.
주니어들만의 기회, 영 라이언즈 페스티벌
저희는 조금 특수한 경로로 이번 칸 라이언즈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전 세계 광고업계의 주니어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영 라이언 컴피티션인데요. 올해의 경우 군역으로 인해 남자의 경우 92년생, 여자인 경우 94년생인 분들까지 참가가 가능했습니다. 매년 1월에 정기적으로 한국 대표 선발전이 국내에서 열리고, 골드를 수상한 팀들이 칸으로 가 본선에 참가하는 구조로 진행되죠.
사실 이 이야기가 본론입니다. 조건에 부합하신다면 꼭 선발전에 참가해 보시길 적극 권장드립니다. 92년생, 93년생인 저희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였는데 귀국하는 길에 가장 많이 한 말이 “1년만 더 있었으면… 한 번만 더 참가할 수 있었으면…”이었거든요. 그만큼 상상 이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음원으로만 듣던 노래를 콘서트장에서 직접 들은 느낌이랄까요. 핸드폰으로 휙휙 넘기면서 봤으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작품들을 현장에서 보고, 만지고, 듣는 순간 정말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실 무언가 정보를 습득하고 배운다기보다, 이런 정서적인 경험 그 자체가 주니어가 칸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들어가던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 업에 대한 애정에 물을 줄 수 있는 곳. 칸 라이언즈로 가는 티켓에 꼭 도전해 보시길 다시 한번 권해드립니다. 정말정말 권해드립니다.
AI의 시대, 애플의 결론은 Human After All
"AI가 광고를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AI가 광고를 구원하지도 않을 거예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해야 하죠. 그것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로부터 시작됩니다.“ – 토르 마이런 애플 부사장
비록 저희는 대회 준비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쟁쟁한 세션들 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일종의 헤드라이너 무대가 있습니다. 월요일 오전,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세션 무대에 올해는 애플의 부사장인 토드 마이런이 올랐습니다. 세션의 주제는 대담하게도 ‘Human After All.’ Ai의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건 인간이라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문장이었습니다. AI와 알고리즘의 발전은 논리의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걸로는 사람들이 브랜드에 빠지게 만들 수 없다. 결국 소비자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라고 역설했죠. 그 예시로 에어팟 프로 2의 Heartstrings 캠페인을 들었습니다.
새로운 에어팟의 보청기 기능을 알리는 이 광고의 첫 40초에는 제대로 들리는 문장이 하나도 없습니다. 1분 1초가 소중한 광고인데도요. AI에게 분석을 맡겼다면 이런 침묵이 매출의 유효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결론은 내리지 않았겠죠. 그럼에도 애플은 인간의 본능인 감정을 믿었고, 공개 일주일 만에 5000만 뷰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 결국 감정이며 기술은 수단일 뿐이라고 역설했죠.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축제 단상에 올라서 ‘AI가 미래입니다. 인간은 끝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느냐고요. 그는 AI 기술은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그 도구가 전례 없던 효율성과 낮은 진입 장벽을 갖춘 도구라는 점입니다. 현업에서도, 특히 비주얼 분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폭주하듯이 발전하는 AI툴들을 지켜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결국 인간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편으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발표였습니다.
먹고 마시고 춤추자!
칸 라이언즈 세미나가 아니죠.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입니다. 대회 참가와 출품의 긴장감에 잠겨 있다가도 한밤중에 펍에서 거나하게 한 잔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을 마주치면 어깨에 들어간 힘이 스르륵 빠집니다. 그리하여 지옥의 밤샘 후 출품을 마친 순간 저희는 결의했습니다. 잠을 덜 자서라도 놀자고.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입니다. 칸 라이언즈 뱃지가 있다면 1주일 내내 목이 마르거나 배고플 일은 없습니다. 전 세계의 브랜드들이 총집합해 마련한 부스들에선 무료 음료와 음식, 굿즈들이 쏟아집니다. 예쁘고 퀄리티 있는 굿즈들을 수집하기만 해도 하루가 저물어 버릴 정도니까요. 해가 지면 매일 밤 EDM이 아닌 힙한 하우스 음악이 나오는 애프터 파티들도 열린답니다. 잠시 내향적인 자아는 내려놓은 채,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스타를 교환해 보세요. 못 즐기면 손해니까요. 한 치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무한으로 즐기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는 특별히 각자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중 다른 분들이 소개한 적이 없을 법한 경험들을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김영우 아트님의 최애 순간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영우: 과제를 마친 다음 날, 챙겨 온 옷이 부족해 혼자 코인세탁소를 찾았던 순간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세탁이 끝나길 기다리며 들른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크렘 브륄레를 처음 맛보게 되었는데 그 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맛본 크렘 브륄레였기에 과제를 끝낸 해방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현지의 맛 때문이었는지 진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동준: 저는 마지막 날 오후에 했던 바다 수영이 기억에 남습니다. 칸에 도착해 처음으로 청록빛으로 일렁이는 바닷물을 보는 순간 못 참겠더라고요. 영우 아트님께서 짐을 봐주신 덕에 한 시간 정도 칸의 바닷가에서 멋지게 개헤엄을 쳤습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미지근한 듯 적당히 시원한 해변가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중간중간 나와서 모래사장에 엎드려 등을 지지던 시간만큼은 평생 죽기 전까지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 마시고 꼭! 수영해 보세요.
어른 라이언으로 다시 가게 될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주니어로 참가했던 칸 라이언즈는 끝이 났습니다. 그 끝을 알리며 칸 라이언즈 웹에 올라온 사진인데요. “축제는 끝일지 몰라도, 창의적인 한 해는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라는 뜻이죠. 왜 저희 눈에는 이렇게 읽힐까요. “즐거우셨죠? 다시 현업 합시다😊”라고요. 언젠가는 어른 라이언으로 칸 라이언즈에 참가해 보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고자 합니다. 이상 그곳에 있었던 것만으로 행복했던, 2025 칸 라이언즈 참가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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