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착할 버스는, <진격의 거인> 버스입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의 기숙사 옷장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옷을 발견했습니다. 초록색 망토에 낯익은 문양… <진격의 거인> 조사병단의 망토입니다. 항상 철없는 아빠이지만, 지금은 따끔한 충고를 날려야 할 순간입니다.
“아빠가 항상 얘기했지? 오타쿠인 거 어디에 티 내지 말고 살자고!”
한심하다는 듯 아빠를 쳐다보는 아들의 눈빛. 이 정도 살상력이면 살충제 내성 생긴 바퀴벌레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망토는 학교 체육대회 용으로 반에서 제작한 티셔츠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의문은 계속됩니다. 고등학교 반 티셔츠를 일본 애니메이션 콘셉트로 만든다고? 너희 유치원 가기 전부터 나온 애니메이션인데…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최근 유튜브와 SNS 추천 영상이 <진격의 거인 리뷰>로 도배가 되고 있습니다. 아니, 이게 왜 다시 유행이야?
<진격의 거인>의 1화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뛰어난 완성도로 한국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12년 만에 극장에서 개봉한 최종화는 넷플릭스, 유튜브, SNS라는 플랫폼을 통해 그 센세이션을 재현하는 중입니다. <진격의 거인>은 1화에 20분으로만 계산해도 무려 30시간이 넘는 장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긴 이야기가 완벽한 수미상관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놀라운데, 작가의 완벽한 ‘떡밥 회수’ 능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영상물도 여러 시즌을 통해 겹겹이 쌓인 설정의 수수께끼들을 이토록 말끔하게 풀어낸 적은 없었습니다.
인기 있는 만화는 계속 챕터를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늘리게 됩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보다는 인기만화가 벌어들이는 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설정에 구멍이 생기고, 결말은 초라해집니다.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수많은 만화/애니메이션들의 결말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 최종화가 보여준 임팩트와 완성도는 그야말로 역대급입니다. 이 결말로 인해 <진격의 거인>은 다시금 명작, 걸작, 갓작으로 회자되었고, 조회수를 부스트 할 소재를 기다리고 있던 유튜버, 스트리머들은 이 버스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버스에 탑승, 30시간이 넘는 시리즈를 정주행 하며, 찬사의 영상을 업로드하였습니다.
*침착맨, 감스트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다양한 성별/연령의 유튜버들이 진격거 정주행 및 감상회 콘텐츠가 쏟아내고 있다.
아,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이 들어왔을 때 저도 빨리 <진격거>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뿔싸, 저는 최종화 공개에 대한 기대감에 이미 <진격의 거인>을 주제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성급했을까요? <진격의 거인>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아래 블로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긋지긋한 증오의 연쇄를 막을 방법은?_ 불가능에 도전한 테러리스트들
최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유튜브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를 설명하는 매시업 콘텐츠들이 재업로드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활용해 조회수를 벌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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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꼭 승객으로 무임승차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번엔 제가 운전기사가 되어 <진격의 거인>에 관심 있는 여러분들을 태우고, 좀 멀리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자, 다음 정거장은 <진격의 거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 일본 큐슈의 히타 시입니다!
다들 탑승하셨나요? 그럼 <진격의 거인> 버스 투어를 시작합니다~
1. 이동 루트: 후쿠오카 IN 오이타 OUT
이번 버스 투어는 후쿠오카 IN 오이타 OUT으로 진행합니다. 후쿠오카에서 히타 시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필요 없이 큐슈의 유명 관광지들을 즐기며 가다보면 오이타 시에 다다르게 됩니다! 아직도 분화 중인 아소산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칸 사파리는 본인의 렌트카로 직접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것입니다.
저희는 버스로 이동하겠지만, 개별적으로 이동하실 분들은 꼭 차량을 렌트하셔야 합니다. 후쿠오카에서 대여하여 오이타에서 반납 가능한 렌트카 회사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여행 붐이 사그라들어서 큐슈 지역 항공권은 편도 총액 5만 원 이하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렌트를 하셔도 부담이 없습니다~
2. 유니폼 제작: 유니클로 후쿠오카 텐진점
본격적인 투어 시작 전에, 유니클로 후쿠오카 텐진 점에서 조사병단 유니폼을 제작합니다. 보통 코스프레용 굿즈는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퀄리티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유니클로 UTme! 를 이용합니다. 유니클로 의류에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을 넣어서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진격의 거인>과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양/로고/캐릭터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넣어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당신도 조사병단입니다!
3. 성지순례: 오야마 댐 → 타케하라 아름다운 숲 만들기 공원
이제, 히타 시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성지순례에 나섭니다. <진격의 거인> 1화에서 큰 방벽 너머로 초대형 거인이 출몰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봤을 만한 명장면입니다. 히타 시는 관할 내에 있는 오야마 댐을 그 방벽의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작가가 어렸을 때 거대한 오야마 댐을 보고 큰 장벽을 구상하지 않았을까?’라는 발상을 토대로, 1화에서 오야마 댐을 바라보는 주요 인물들의 모습이 동상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면, 산속의 공기가 매우 상쾌하고 댐이 주는 위압감도 기대 이상입니다. 여기서, [진격의 HITA] 앱의 AR 기능을 실행해 보세요. 벽을 넘어오는 거인과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언덕의 나무’가 있는 ‘타케하라 아름다운 숲 만들기 공원’으로 이동합니다. ‘언덕의 나무’는 <진격의 거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합니다. <진격의 거인> 모든 설정의 근원이자, 이 작품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울림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히타 시는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10주년 기념으로 아름다운 공원의 언덕에 이 나무를 심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볼품없는 나무 이기는 하나, 시간이 흐르면 작품 속에서처럼 거대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그때까지도 <진격의 거인>은 계속 회자될만한 작품입니다.
4. 점심식사: 야끼소바 소후렌 오야마 점
자, 이곳저곳 성지를 순례하다 보니 배가 고파질 시간입니다. 이 순간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점심은 히타 시의 고유한 야끼소바 체인 ‘소후렌 오야마 점’에서 먹습니다. 이 장소는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음식점으로, 작가 본인의 친필 사인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팬심만으로 식사를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히타 스타일의 바삭한 야끼소바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대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맛집입니다. 계란은 필수적으로 추가!!
5. 커피타임: <진격의 HITA> 카페
버스 투어 중이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합니다. 식사 후 커피는 국룰이죠? 카페도 히타 시가 운영하는 콘셉트 카페로 갑니다! 문화회관 같은 건물 2층에 애매하게 자리 잡은 외관을 보고 하면 처음에는 실망하실 수도 있고, 외로워 보이는 직원 한 명으로 운영되는 내부를 보고 나면 불안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커피가 맛있습니다! 장엄한 <진격의 거인> OST가 흐르는 카페의 창 밖으로는, 공원 놀이터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게다가 <진격의 거인> 캐릭터가 들어있는 음료 슬리브도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음… 나쁘지 않습니다!
6. 박물관 견학: <진격의 거인 in HITA> 뮤지엄 본관/별관
이제 본격적으로 <진격의 거인>의 세계로 빠져들 시간입니다. 히타 시에는 2개의 <진격의 거인> 뮤지엄이 있습니다. 오야마 댐 근처에 있는 본관은 출입구부터 다양한 포토스팟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방벽 안의 거인이 되어 보거나,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삿포로 맥주 공장 옆에 위치한 별관은 <진격의 거인> 명장면에 대한 작가의 소감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4권을 ‘리바이 병장이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그렸다고 합니다(아래 좌측 사진). 그 의도는 정확히 성공하여, 리바이 병장은 <진격의 거인> 최고의 인기 캐릭터가 됩니다. 수많은 초대형 거인이 전지구를 짓밟아버리는 땅울림 장면(아래 우측 사진)에 대한 코멘트도 있습니다.
“이 한 컷을 그리기 위해 <진격의 거인>을 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7. 기념사진 촬영: 히타역 남쪽 광장 리바이 병장 동상
자, 다들 신나게 즐기셨나요? 히타역 남쪽 광장에는 최강의 인간 리바이 병장의 동상이 있습니다. 리바이 병장뿐만 아니라, 역 안과 밖의 다양한 포토스팟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갖겠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진격의 히타] 앱 AR 기능을 실행해 봅시다. 히타역 위에서 날 내리찍는 짐승거인과 함께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8. 저녁식사: 히타마부시 센야
자, 모든 일정을 끝내고 이제는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저녁 식사는 히타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인 ‘히타마부시 센야’에서 장어 덮밥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히타마부시’는 나고야에서 유래한 유명한 장어덮밥 ‘히츠마부시’의 변형 버전입니다. 사실 아직도 2가지 버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엄청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이 <진격의 거인>과 무슨 관련이 있냐구요? 아무 관련 없습니다! 관련 없다고 해서 제일 맛있는 거 안 먹는 건 바보 같은 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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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버스 투어 다들 즐거우셨나요? 사실 히타 시는 후쿠오카를 여행한 많은 분들이 이미 가 보셨던 장소입니다.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이나 벳부 온천을 갈 때 지나가는 곳이거든요. 영화든, 책이든, 아이돌이든 내가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라집니다.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갔던 작은 동네가 하루 종일 투어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변신합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버스 투어를 종료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진격의 거인> 버스 탑승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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