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자택 발코니에 나와서 노래를 한다면 이웃들 반응은 어떨까요? 층간소음에 예민한 도시 사람들은 신고를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발코니에서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위로가 되었고, 외로움을 달래 줬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창궐한 마드리드였습니다.
모두가 집에 격리돼 불안하던 시기. 노래를 부른 이는 평범한 이웃이 아닌 이탈리아의 테너 마우리치오 마르키니(Maurizio Marchini)였죠. 그의 아름다운 노래는 발코니 공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기행’으로도 치부될 수 있는 행동이 BBC와 CNN의 기사에 오르고 세계인이 찾아보는 희망적인 영상이 되었죠.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하던 바로 그때였으니까요. 우리는 이걸 ‘타이밍’이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간절할 때 기꺼이 테라스로 나와 티켓값을 받지도 공식적인 촬영도 없이,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불렀으니까요.
모든 것은 필요한 ‘때’를 맞춰야 힘을 발휘합니다.
달걀 부족 위기에 맞서는 방법
미국은 지금 달걀 부족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조류 독감의 확산으로 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면서 달걀 품귀 현상이 온 겁니다. 달걀 가격은 급등해 24년 11월 대비 150%까지 상승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25년 2월 1일 펜실베니아주 그린캐슬에선 10만 개의 유기농 달걀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상황은 미궁에 빠졌죠. 달걀 도난이라니? 전례 없던 일이 벌어지자,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나타났습니다.
육류 브랜드 Greenfield Natural Meat Co. 베이컨과 햄, 소시지 등을 만드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탐정이 되어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도난당한 달걀은 4만 불의 가치일 뿐 아니라 ‘베이컨과 달걀은 함께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죠.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면 ‘1년 치 베이컨을 무상 제공’ 하겠다고 내걸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서를 제공하거나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포스터를 다운로드하여 SNS에 공유할 수 있었죠. 비록 그들의 노력은 3월 초가 되어도 사건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크게 올라갔습니다. ‘인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제대로 된 식품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캠페인은 많은 이의 호응을 얻었죠.


달걀과 베이컨은 함께 아침 식탁에 오릅니다. 하지만 달걀 위기에 관해 베이컨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Greenfiled는 해냈습니다. 달걀의 위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얹어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캐나다인에게 먹히는 이야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해, 많은 나라의 비난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죠.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캐나다의 피자가 나섰습니다. 이른바 ‘Reverse Tariff(역관세)’캠페인입니다.
캐나다의 피자 브랜드, Pizza Pizza. 그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간단합니다. 미국이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니, 그만큼 캐나다 국민에게 할인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여느 할인행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 행사는 2월 20일에 열린 국제 아이스하키 토너먼트인 4 Nations Face-Off 챔피언십에 집중적으로 노출됐습니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이 맞서는 결승전에 “Hey Tarriffs, Eat This."라는 도발적인 메시지와 함께 공개되어 큰 관심을 받았죠. 당시엔 트럼프의 발언으로 캐나다가 뜨거워진 상태였습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고 했으니까요. 캐나다인들은 오히려 그걸 더 바라고 있으며 캐나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맞게 된 결승전이었습니다.
캐나다 국가 연주자는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국가를 개사해서 부르기에 이르렀죠. 캐나다의 주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51번째 주가 아니다’라는 가사를 넣었습니다. 이 가사를 듣고 캐나다인들은 환호했습니다. 게다가 경기 중간 광고 타임에서 Pizza Pizza가 또 한 번 뜨겁게 만든 거죠. 피자 매출은 20% 이상 올랐으며 언론에서도 다뤄지고,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독도를 그려 넣은 김 브랜드를 일부러 찾아서 사 먹듯 캐나다인들도 브랜드에 화답했고, Pizza Pizza와 캐나다인은 더욱 끈끈해졌습니다.
발렌타인데이와 모금 활동의 연결고리
누구나 이별을 합니다. 이별 후엔 전 남친 전 여친에 대한 반감으로 그동안 못했던 행동을 하죠. 그가 싫어하던 음식을 마음껏 먹는다거나 그녀가 싫어하던 게임을 마음껏 한다거나. 발렌타인데이엔 더욱 ex가 생각나서 분노에 차오를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영리하게 말을 거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GoFundMe. 그들은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발렌타인데이를 새롭게 활용했습니다.

“당신의 전 연인은 고양이를 싫어했나요? 그렇다면 고양이 보호 단체에 기부하세요.”
“당신의 전 연인은 디저트를 싫어했나요? 그렇다면 이 여성의 작은 베이커리를 후원하세요.”
그들은 이 메시지를 옥외 광고로 만들어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게재했습니다. 이른바 ‘Rage giving(분노 기부)’캠페인입니다. Rage Giving은 미국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한 반발심으로 모금에 참여해, GoFundMe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1,400만 달러를 모았죠. 부정적인 감정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 대표 사례입니다.
모금은 발렌타인데이와는 연결 고리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GoFundMe는 스마트했습니다. Rage Giving 트렌드를 ex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제안했으니까요. 전 연인이 높은 곳을 싫어해서 클라이밍 단체에 기부하고, 전 연인이 책을 싫어하니 독립 서점에 기부하고. gofundme.com에 가보면 사실 ex뿐 아니라 지금의 연인이나 나를 위해서 기부하는 목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ex에게 영감 받은 기부들이 더욱 눈길을 끕니다.
기부 플랫폼이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한껏 사랑스러워졌습니다.
결국은 공감의 타이밍
전쟁은 누구도 겪고 싶지도 겪어서도 안 되는 경험입니다.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지만 감당해야 하는 건 늘 힘없는 국민이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이 되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위한 비영리단체 Razom for Ukraine은 EU 의회와 미국 정치인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공감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지원과 빠른 정책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죠. Air Raid Alarm Clock을 선보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알람 시계이지만, 기분 나쁜 사이렌 소리를 내죠. 이는 우크라이나에 실제 공습이 있을 때 울리는 사이렌과 같은 소리입니다. 우크라이나에 공습경보가 울리면 동시에 울리는 거죠. 사이렌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감을 조장합니다. 게다가 하루 평균 42회 울리는 우크라이나에선 공포는 극에 달하겠죠. 이 시계는 의회가 있는 브뤼셀의 뤽상부르 광장에 설치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가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이었다면 더없이 훌륭한 메시지였을 겁니다.
타이밍이 중요한 건, 그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그때’ 던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론 타이밍 자체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합니다. 맥도날드가 아침 메뉴인 에그머핀 가격을 달걀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경쟁사는 모두 달걀에 추가 요금을 받겠다고 했지만 맥도날드는 마진 대신 공감을 택했습니다. 평소라면, ‘그깟 달걀값?’ 했겠지만 지금은 매우 고마운 혜택이죠.
결국 타이밍이 메시지를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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