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장비 회사 연구원이 딴생각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2차 대전으로 세계가 전쟁을 앓던 1945년, 미국의 공학자 퍼시 스펜서는 군사용 레이더 장비를 개발 중이었습니다. 레이더 장치가 발생시키는 고주파 전자기파로 적군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탐지하려고 했죠. 하지만 실험할 때마다 매번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녹아버리죠. 레이더 장비 근처에만 있었을 뿐인데 녹아내린 겁니다. 여기서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그냥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지 않는 걸로 끝났겠죠. 하지만 그는 딴생각을 시작했습니다. ‘이 마이크로파가 초콜릿을 녹일 정도라면 음식을 데우는 데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2년 뒤, 발명된 제품은 전자레인지의 시초가 됩니다. 군수 장비에나 쓰던 레이더 기술이 주방기기로 확장된 순간이었죠.
딴생각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선크림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얼굴
해가 뜨든 비가 오든 의사들은 선크림을 열심히 발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부암을 비롯해 기미, 주근깨 등 미관상 이유까지, 직사광선이 미치는 악영향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얼굴이 있었습니다.
남아공의 선크림 브랜드 Mami Wata. 이 브랜드는 서퍼들을 위해 처음 시작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서핑 웨어를 넘어 다양한 방면으로 브랜드를 확장했죠. 그중 하나, 바닷가에서 레저를 즐기기 위해 필수인 선크림. 그들은 많은 이들이 간과한 얼굴을 찾아냈습니다.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두배로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선크림을 바르라고 권하지 않았던 얼굴. 이른바, Bald Faces. 민머리 소유자들의 두 번째 얼굴인 뒤통수입니다. 선크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브랜드는 이곳을 있는 그대로 뒤통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Bald Faces'라고 명명한 거죠. 얼굴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을 테니까요. 그들은 명칭만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얼굴 인식 기술을 접목했습니다.
웹사이트에 접속한 후, 카메라로 뒤통수를 스캔하는 겁니다. 만일 여기서 얼굴이 인식되면 선크림을 무료로 하나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뒤통수의 주름이 자연스럽게 지면서 마치 눈과 입으로 보이는 데 착안한 거죠. 뒤통수에다 선글라스를 씌우고 선베드에 누워 있으니 절묘합니다. 시종일관 'Bald Faces'를 외치는 중독적인 BGM은 재미를 더합니다.
얼굴에는 누구나 선크림을 바른다는 것에서 착안해, 뒤통수에서 얼굴을 찾게 한 아이디어. Mami Wata의 기발한 ‘딴생각’은 오히려 선크림의 활용처까지 늘렸습니다. 호감도를 확 끌어올리는 재미있는 캠페인입니다.
Goodnites가 어린이와 부모를 위로하는 방법
기저귀를 뗀 이후에도 이불에 실수를 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도 배뇨 실수를 하기에 위축되거나 창피해할 수 있겠죠. 부모들은 늦은 나이에도 실수하는 아이를 야단치거나 걱정할 겁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취침용 속옷 브랜드 Goodnites는 그런 모든 가족을 격려하기로 했습니다. 단, 위트를 잃지 않는 선에서.
90초 길이의 라디오 광고 세 편은 어린이의 목소리로 진행됩니다. 자신의 부모님은 뭔가를 이루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는지 얘기를 시작하죠. 첫 번째 편은 학위를 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아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4년이면 학위를 따는 데 아빠는 12년이 걸렸다는 이야기. 파티에서 제니스를 만난 아빠는 서로가 오토바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원숭이가 모든 소지품을 훔쳐가는 바람에 부모님이 경비를 부쳐주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그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손님이 서프라이즈로 음료에 숨겨 달라는 반지를 실수로 집에 가지고 와버리죠. 그걸 제니스가 발견하자 아빠는 그 참에 청혼해 버리고 결혼합니다. 그 후 아기가 태어나자 아기가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 때까지 집에서 육아를 하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마침내 학교로 돌아갔고 학위를 딸 수 있었죠. 이처럼 아빠가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본인도 배뇨 실수를 하지 않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합니다. 세상엔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서.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차분하게 이어가는 아이 목소리는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실제 아이가 녹음한 것과 어른이 녹음한 것을 AI로 합쳐서 전달력과 발음, 톤을 정제한 버전입니다. 어른들의 사건을 아이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말하니 위트가 배가되면서 자연스럽게 Goodnites라는 브랜드로 따라가게 됩니다. 두 번째는 엄마가 조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얘기와 세 번째는 아빠가 전여친을 잊는 데 무려 10년이 걸린 이야기입니다. 모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서 아이의 속옷 광고라고는 알아채기 힘듭니다. 어쨌든 아이의 결론은,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는데 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뇨 실수를 끝낼 수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90초에서 80초는 엄마 아빠 이야기를 푸는 데 시간을 쓰는 Goodnites. 하지만 이 긴 딴생각이 결국,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려주고 싶게 만듭니다. 그것도 미소를 지으면서.
광고하지 않고 광고하는 아마존
5월 어머니 날을 맞은 아마존. 그들에겐 대목인 선물 시즌입니다. 어머니를 위해 필요한 품목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다양한 선물 목록을 준비했는지 강조해야 할 시기인 거죠. 하지만 그들은 과감히 딴생각을 보여줍니다.
보이는 거라고는 스마일 표시가 붙어 있는 아마존 배송 박스. 어린이들은 그곳에 작은 화분을 담거나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 또는 직접 만든 것들을 소중하게 담습니다. 테이프로 붙인 뒤 박스에 예쁘게 그림을 그리고 색종이로 장식하죠. 아이들 손으로 시간을 들여 포장한 박스는 드디어 엄마에게 배달됩니다. 엄마는 아마존 그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선물을 받게 되죠. 직접 만든 작품을 선물할 만큼 자란 아이를 보면서 뿌듯해집니다. 아마존은 얘기합니다. 자신들은 ‘최고의 어머니 날 선물을 위한 뿌듯한 박스 제공자’라고.
아마존은 미국 가정이라면 누구든 주문해 봤을 법한 사이트입니다. 어느 가정에든 아마존 박스 한두 개쯤은 있다는 뜻이죠. 이 점에서 출발해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 속으로 스며든 브랜드. 누구나 이용하는 사이트라는 여유가 아마존 물품 하나 보여주지 않고도 아마존을 광고하는 따뜻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딴생각이 때로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 됩니다
치토스는 먹을 때마다 손에 과자 부스러기가 묻습니다. 아무 때나 먹기에는 불편함이 따르죠. 치토스는 이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딴생각을 해왔습니다. 손에 묻는 과자 부스러기에 ‘치틀’이라는 이름을 짓기도 하고, 오히려 손이 더러워서 유리할 수 있는 상황들을 광고 콘텐츠로 만들기도 했죠. 그리고 급기야, 바지까지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주머니 부분은 치토스 묻은 손을 닦기 좋게 타월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다리엔 치토스 과자를 끼워 넣을 수 있게 제품 사이즈에 꼭 맞춘 주머니를 만들었고 컬러는 치토스가 묻혀도 티 나지 않는 오렌지입니다. 이 바지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바지가 매진되면 치토스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른 브랜드의 오렌지 컬러 바지까지 추천해 줍니다. 치토스의 딴생각은 무궁무진하게 확장해 나가는 중이죠.
‘딴생각’은 주류나 정석에서 벗어난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옆으로 샌 생각, 비틀어진 생각 같은 거죠. 이 생각들이 발견한 새로운 이야기는 세상의 발명이 되고 발견이 되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매출... 정통을 가는 길은 늘 정통의 생각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딴생각은 새로운 문을 열어줍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5.05
'광고&마케팅 >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다 (0) | 2025.04.09 |
---|---|
힘이 되는 타이밍 (2) | 2025.03.10 |
같은 이야기를 가지면 같은 편이 된다 (1) | 2025.02.05 |
작은 저항 (0) | 2025.01.10 |
크리스마스가 겨울인 이유 (6) | 2024.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