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6 : Case Study - Different에서 Better로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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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erent에서 Better로
 
 
  Case Study ANNE KLEIN
 
김 원 규 그룹장 | CR1그룹
wkkim@lgad.lg.co.kr
 
이미지 광고에 대한 오해

우리나라에서처럼 ‘이미지 광고’라는 용어가 왜곡되어 사용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림발’이 좋은 광고를 이미지 광고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제품의 특성이나 소비자 편익이 보이지 않는 광고를 통칭하여 이미지 광고라고 부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 광고계에서 암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굳이 틀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동의하기도 쉽지 않다.
50년 이상 서부를 달려온 말보로를 단순히 이미지 광고라고 한다면 그게 정확한 판단일까?
심은하가 행복해 하며 소비자를 향해 ‘여자라서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광고를 ‘디오스 이미지 광고’라고 말하면 그뿐일까? 늘 신선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베네통 광고도 그냥 이미지 광고라는 울타리에 가두기에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미지 광고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이미지 광고는 과연 ‘그림만 좋은’ 광고인가? 이미지 광고는 ‘새 날아가는 카피’가 있는 광고의 통칭인가?
아마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특한 ‘브랜드 개성’을 만들어 주는 광고가 이미지 광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회사나 제품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을 때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 이미지’로 유도하는 것이 바로 이미지 광고인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코카가 7병 팔릴 때 펩시는 3병만 팔린다. 맛이 달라서, 아니면 향이 달라서? 펩시 측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시장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 그들은 소비자와 담판을 짓지 않았는가?
‘펩시 챌린지’가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어떤 콜라가 맛있는지 공개적으로 물어본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이미지의 허구를 극복하려고 한 것이다. 그 캠페인을 통해 맛에 차이가 없으니 이제 반반은 마셔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나라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한번 보자.
LG와 삼성, 그리고 SK, 현대 등 우리나라 유수 그룹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다 똑같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에 언급한 4대 그룹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나름대로 갖고 있다. 특히 IMF와 최근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LG는 ‘고객 사랑’과 ‘인화’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고, 삼성은 차갑지만 ‘No. 1’ 이미지에서는 우위에 있으며, SK는 최근 SK글로벌 사태를 겪기 이전까지만 해도 ‘젊고’ ‘고객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태가 향후 SK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아마 수백 억을 들여 쌓아온 이미지를 모두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도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주영 회장 체제 이후 그룹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비친 인상들이 썩 좋지 않고,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이 와해되면서 그룹 전반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축적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LG와 삼성은 기존 이미지 연속선상에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으로 안고 있는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브랜드 광고전을 전개할 것이다. 반면에 SK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을 듯한데, SK측에서 본다면 왜곡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로 잡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또한 현대는 대북송금 문제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쉽게 전면에 나서 소비자를 설득하는 광고전을 펼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이미지 광고는 다양한 목적과 전략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Contrast Effect에 대해서
‘Contrast effect’는 똑같은 자극으로는 남들과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자극을 던졌을 때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광고에 의한 자극이 있을 때 대부분의 기존 자극이 가지고 있는 속성과는 상이한 속성의 자극을 제시할 때 오히려 그 자극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우리가 회의 때마다 말하고, 기획서에 금과옥조처럼 적혀 있는 ‘차별화’가 바로 ‘contrast effect’일 것이다. 한마디로 차별화는 ‘남들과 다르게 말하기’이다.
그렇다면 그냥 다르면 성공할까? 늘 제작회의 때마다 AE들이 말하는 차별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저 사람 튄다’라고 했을 때의 느낌은 무엇인가? 이상한 차림이나 이해 못할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튄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결코 부러움을 느끼며 닮고 싶은 사람으로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광고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따라서 차별화라는 것은 ‘different’ 개념보다는 ‘better’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딕 포스베리(Dick Fosbury)처럼 남들과 달리하되 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그때까지 높이뛰기 선수들이 모두 앞으로 넘었는데 반해 최초로 뒤로 넘어[배면도]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기립박수를 받은 장본인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뒤로 넘으면서 형편없는 기록을 세웠다면 그는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가 앞으로 넘지 않고 뒤로 넘은 최초의 선수이면서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광고가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우선은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차별화는 첫 번째 숙명일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패션계의 신화가 된 여자, Anne Klein
   
 

그녀는 미국의 심장인 뉴욕에서 1923년에 태어났다. 꿈 많은 10대를 미국 최악의 대공황 시절에 보냈으니 생존의 법칙에 관한 남다른 노하우를 체질적으로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어린 나이부터 돈 버는 재주가 탁월했다. 남들이 어려운 환경에 좌절하고 희망 없는 미국 경제를 한탄하며 술과 마약으로 젊음을 탕진하고 있을 때, 그녀는 같은 또래의 10대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벌써 열다섯 살 나이에 아르바이트로 한 패션회사에 디자인화를 팔면서 패션계에 눈뜨기 시작했다. 개인의 비전이 있어서 만든 게 아니고 처음엔 단지 용돈을 벌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제대로 디자인 교육을 받기도 전에.
그녀는 이런 아르바이트 성공(?)에 힘입어 그 후 ‘바든 페티티즈(Varden Petities)’라는 회사에 입사, 재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건 두말 할 나위도 없는데, 그후 남편 벤 클라인과 함께 ‘주니어 소피스티케이츠(Junior Sophisticates)’사를 설립했다.
그녀는 여기에서 유럽의 패션계에 주눅이 들어 있는 미국 패션계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노력한 흔적들이 쌓여 드디어 오늘날의 ANNE KLEIN & Co.가 탄생된 것이다. 그 해가 1968년으로, 그녀는 실용적인 개념을 도입하여 어느 옷에나 코디네이트할 수 있는 재킷·스웨터·바지·드레스, 메리 제인 슈즈(Mary Jane shoes) 등 단품 위주의 상품을 주력으로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그녀의 이런 계산은 외양에 치우친 유럽의 스타일과는 차별화를 이뤄 급신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1969년 그 유명한 코티상(Coty American Fashion Critics Award)과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상을 수상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그녀는 스포츠웨어의 가치를 높이 인식하여 이를 미국 여성들의 생활과 가치관에 맞게 디자인하여 제작하였다. 특히 체격이 작은 여성들에게 맞는 스포츠웨어·어덜트웨어·주니어웨어에 디자이너의 포인트를 살린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런 업적에 힘입어 그녀는 1973년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패션쇼를 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일할 나이인 1974년에 그녀가 죽자 그 뒤를 이어 도나 카랜이 수석 디자이너로 명성을 이어갔고, 도나 카랜이 독립하자 1985년 이후에는 루이스 델 오리오가 디자인 지휘를 하고 있다.
그렇게 설립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Anne Klein은 미국의 자부심으로, 실용적이면서도 도도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컨셉트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칵테일파티에서 ‘그녀’를 만나다
칵테일파티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서울에서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겨울에 스키장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여름 휴가에 70만 명이 운집하는 경포대 해수욕장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가?
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도 왠지 마음을 사로잡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사전 정보도 없고, 또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 중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마치 시각적(?) ‘칵테일파티 현상’1)이라고나 할까?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그 어떤 사람은 내 눈에, 내 마음까지 사로잡으니 말이다.
ANNE KLEIN의 전략은 바로 현상을 이용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캠페인 광고가 전개되기 전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광고를 참으로 못하는 브랜드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캠페인을 보는 순간 ANNE KLEIN에 대해서 새로운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캠페인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모습을 보면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눈에 띄게 되는 비법을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당신들도 모델처럼 언제나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손짓하고 있는 듯하다. 앞에서 언급한 ‘칵테일파티 현상’을 아주 극적으로 이용한 전략으로 보인다.
레이아웃을 보자. 모델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광고면 위아래 부분을 블랙의 여백으로 남기고 비주얼은 가운데로 몰았다.
이 광고를 보면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될 여지가 전혀 없다. 한 군데로 집중되도록 계산되어 있는 것이다.
 
 
<광고 1>은 부분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발끝에서부터 잘 빠진 다리로 시선을 잡아 점점 위로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첫 두 컷에서 오는 섹시미와는 다르게 그녀의 손에는 고상하게 책이 들려 있으며, 휴양지나 집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기본 컨셉트에 딱 맞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고 2>를 보면 ANNE KLEIN의 전략이 한 눈에 보일 것이다.
고급 승용차에서 막 내리는 모델을 순간 포착하여 마치 슬로모션으로 보는 듯하게 연출했다. 연속 사진 느낌의 연출로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서 타깃들은 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오스카 수상식에 참석하는 스타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는 것 같이 사는’ 상류층 귀부인을 상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억만장자의 유일한 상속녀가 정부를 만나기 위해 비밀스럽게 외출하는 분위기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상상하든, 그녀는 어디에 있든 남자들의 안테나에 걸릴 만큼 잘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광고 3>은 시계를 광고하기 위한 것인데, 점점 클로즈업해서 시계를 강조하고 있다. 강한 인상의 모델과 손목 위의 시계가 보이고, 다음 컷으로 가면 포커스가 시계로 옮겨가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광고 4>는 휴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사진 네 컷 모두 살짝살짝 남자의 모습을 퍼즐처럼 숨겨 놓아 뭔가 보이지 않는 드라마가 있게 한다. 이런 모습의 여자가 호텔의 수영장이나 비치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다면 어느 남자의 눈에 안 들어올 수 있겠는가?

 
 

<광고 5>는 칵테일파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모델이 있다. 도도하지만 뭔가 먹이(?)를 채려는 눈빛과 도톰한 입술이 자극적이다. 아마도 그녀는 저 먼발치의 어떤 남자의 시선을 애타게 찾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운데 컷을 보면 그것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유혹은 끝났다. 그녀의 비스듬히 누운 자세, 나른한 시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광고 6>은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다. 벽보처럼 붙어 있는 빨간 글씨가 두 남녀의 행위를 인상 깊게 하고 있다.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고, 마지막 컷에서와 같이 거리감이 없어지며 다정히 여자의 뒤에 남자가 다가가 있고 여자의 하이힐이 남자의 구두를 밟고 있다.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 그대로일 것이다.
 
 
<광고 7>은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과의 적절성을 잘 연결해 자연스럽다. 여자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면서…… 드디어 남자 친구가 나타났고 그들은 행복한 포옹을 한다. 시계가 전면으로 부각되어 광고의 의도성을 드러내고 있다.
<광고 8>도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아마도 비행장으로 연상되는데, 그녀는 약속에 늦은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 시간에 늦은 것인지 계단을 성급히 내려오며 목적지를 향해 다급히 뛰고 있다. 면세점 앞에 서있는 그녀의 표정과 구겨진 신문을 보면 비행기를 놓친 듯한데, 여행용 가방을 알리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광고 9>에서는 여자가 기분 좋은 외출을 하고 있다. 마치 파파라치가 촬영하듯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이런 사진 테크닉이 보는 사람들에게 관음증에 가까운 즐거움을 주는 듯하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흡사 몰래 카메라로 보는 듯해서 더욱 호기심을 주고 있다.
<광고 10>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한 여자가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드디어 약속한 남자와 만나 저녁을 즐긴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다른 쪽을 더듬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발견하고 일어난다.
 
ANNE KLEIN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자기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남들과 다르면서 좋은 방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패션 광고’하면 으레 모델이 폼 잡고 멋있는 척 하는 상투적인 방법에서 일탈하여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독특한 레이아웃과 사진 연출로 광고의 맛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