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파티에서 ‘그녀’를 만나다 |
칵테일파티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서울에서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겨울에 스키장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여름 휴가에 70만 명이 운집하는 경포대 해수욕장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가? 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도 왠지 마음을 사로잡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사전 정보도 없고, 또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 중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마치 시각적(?) ‘칵테일파티 현상’1)이라고나 할까?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그 어떤 사람은 내 눈에, 내 마음까지 사로잡으니 말이다. ANNE KLEIN의 전략은 바로 현상을 이용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캠페인 광고가 전개되기 전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광고를 참으로 못하는 브랜드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캠페인을 보는 순간 ANNE KLEIN에 대해서 새로운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캠페인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모습을 보면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눈에 띄게 되는 비법을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당신들도 모델처럼 언제나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손짓하고 있는 듯하다. 앞에서 언급한 ‘칵테일파티 현상’을 아주 극적으로 이용한 전략으로 보인다. 레이아웃을 보자. 모델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광고면 위아래 부분을 블랙의 여백으로 남기고 비주얼은 가운데로 몰았다. 이 광고를 보면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될 여지가 전혀 없다. 한 군데로 집중되도록 계산되어 있는 것이다. |
<광고 1>은 부분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발끝에서부터 잘 빠진 다리로 시선을 잡아 점점 위로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첫 두 컷에서 오는 섹시미와는 다르게 그녀의 손에는 고상하게 책이 들려 있으며, 휴양지나 집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기본 컨셉트에 딱 맞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
<광고 2>를 보면 ANNE KLEIN의 전략이 한 눈에 보일 것이다. 고급 승용차에서 막 내리는 모델을 순간 포착하여 마치 슬로모션으로 보는 듯하게 연출했다. 연속 사진 느낌의 연출로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서 타깃들은 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오스카 수상식에 참석하는 스타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는 것 같이 사는’ 상류층 귀부인을 상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억만장자의 유일한 상속녀가 정부를 만나기 위해 비밀스럽게 외출하는 분위기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상상하든, 그녀는 어디에 있든 남자들의 안테나에 걸릴 만큼 잘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
<광고 3>은 시계를 광고하기 위한 것인데, 점점 클로즈업해서 시계를 강조하고 있다. 강한 인상의 모델과 손목 위의 시계가 보이고, 다음 컷으로 가면 포커스가 시계로 옮겨가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광고 4>는 휴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사진 네 컷 모두 살짝살짝 남자의 모습을 퍼즐처럼 숨겨 놓아 뭔가 보이지 않는 드라마가 있게 한다. 이런 모습의 여자가 호텔의 수영장이나 비치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다면 어느 남자의 눈에 안 들어올 수 있겠는가? |
<광고 5>는 칵테일파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모델이 있다. 도도하지만 뭔가 먹이(?)를 채려는 눈빛과 도톰한 입술이 자극적이다. 아마도 그녀는 저 먼발치의 어떤 남자의 시선을 애타게 찾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운데 컷을 보면 그것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유혹은 끝났다. 그녀의 비스듬히 누운 자세, 나른한 시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
<광고 6>은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다. 벽보처럼 붙어 있는 빨간 글씨가 두 남녀의 행위를 인상 깊게 하고 있다.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고, 마지막 컷에서와 같이 거리감이 없어지며 다정히 여자의 뒤에 남자가 다가가 있고 여자의 하이힐이 남자의 구두를 밟고 있다.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 그대로일 것이다. |
<광고 7>은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과의 적절성을 잘 연결해 자연스럽다. 여자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면서…… 드디어 남자 친구가 나타났고 그들은 행복한 포옹을 한다. 시계가 전면으로 부각되어 광고의 의도성을 드러내고 있다. |
<광고 8>도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아마도 비행장으로 연상되는데, 그녀는 약속에 늦은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 시간에 늦은 것인지 계단을 성급히 내려오며 목적지를 향해 다급히 뛰고 있다. 면세점 앞에 서있는 그녀의 표정과 구겨진 신문을 보면 비행기를 놓친 듯한데, 여행용 가방을 알리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
<광고 9>에서는 여자가 기분 좋은 외출을 하고 있다. 마치 파파라치가 촬영하듯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이런 사진 테크닉이 보는 사람들에게 관음증에 가까운 즐거움을 주는 듯하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흡사 몰래 카메라로 보는 듯해서 더욱 호기심을 주고 있다. |
<광고 10>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한 여자가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드디어 약속한 남자와 만나 저녁을 즐긴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다른 쪽을 더듬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발견하고 일어난다. |
ANNE KLEIN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자기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남들과 다르면서 좋은 방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패션 광고’하면 으레 모델이 폼 잡고 멋있는 척 하는 상투적인 방법에서 일탈하여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독특한 레이아웃과 사진 연출로 광고의 맛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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